경기 남양주시 소재 수진사. 지난달 14일 한 개신교인에 의한 방화로 전각 한 동이 전소됐다. (사진=수진사 홈페이지 갈무리)
경기 남양주시 소재 수진사. 지난달 14일 한 개신교인에 의한 방화로 전각 한 동이 전소됐다. (사진=수진사 홈페이지 갈무리)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 이홍정 목사, 이하 NCCK)가 남양주시 수진사 방화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진사는 지난달 14일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한 개신교인에 의한 방화로 인해 전각 한 동이 완전히 소실되는 피해를 입었다.

불교계도 이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개신교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지난 2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개신교는 폭력과 방화를 양산하는 종교가 아닌 화합의 종교로 거듭나라”며 “다름을 인정하지 않은 개신교인에 인한 방화 피해는 문화재를 보유한 부산 범어사, 여수 향일암 같은 천년고찰은 물론 다수의 사찰에서 발생하였고, 불상 훼손 또한 멈춤이 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신교단의 지도자와 목회자들은 개신교 신자들의 이 같은 반사회적인 폭력행위가 개신교 교리에 위배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공표하여 신자들을 올바로 인도해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회와 정부는 방관하지 말고 반사회적인 폭력·방화·위협 등에 대해서 엄벌하고 증오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별금지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NCCK는 3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번 화재로 여러모로 피해를 입은 수진사와 모든 불자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수진사 인근에 거주하고 계시는 지역 주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도 사과드린다”고 했다.

NCCK는 이번 수진사 방화 사건을 일으킨 한 개신교인의 행위는 예수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들은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해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어떠한 신앙도 이웃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깨뜨리는 명분이 될 수 없다”며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되어야 한다”며 “범죄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종교적 상징에 대한 방화나 훼손 사건의 대다수가 기독교 신자들에 의한 것이란 사실에 근거하여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회개한다”고 했다.

NCCK는 성명서를 마무리하면서 재차 사과의 입장을 전했다. 이들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수진사 방화자의 광신적이며 배타적인 신앙 행태를 평하기에 앞서,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모든 불자께, 인근 지역 주민들께, 그리고 관련 당국에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한편, 평화나무는 기부금 모집 등록을 마치는 대로 수진사 복구를 위한 기독교인 모금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남양주시 수진사 방화 사건에 대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입장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지난 10월 14일 경기도 남양주 수진사에서 발생한 화재가 기독교 신자의 고의적인 방화라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번 화재로 여러모로 피해를 입은 수진사와 모든 불자들께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수진사 인근에 거주하고 계시는 지역 주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도 사과드립니다.

수진사는 천마산 도립공원 초입에 자리하고 있으며 아파트 단지와 노인 요양원 등이 인접해 있어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위험한 화재였습니다. 이웃 종교의 영역을 침범하여 가해하고 지역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행동을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포장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어떠한 신앙도 이웃의 안전과 평온한 삶을 깨뜨리는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방화의 찰나, 그 손으로 주변의 복지시설과 많은 주거 시설까지도 위험에 처하게 할 수 있음을 깨닫지 못하게 한 맹신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합니다. 이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앙이 아닙니다. 종교의 다름을 떠나 평화적으로 공존해야 할 이웃을 혐오하고 차별하며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뜻이 아닙니다.

지배와 착취, 독점과 사유화의 삶에 몰입했던 인류는 지금 대전환의 기로 위에 서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와 세계 도처에서 자신의 종교와 문화를 배타적으로 앞세운 독선과 오만이 이웃의 생각과 신앙을 혐오하는 끔찍한 테러 행위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종교 간에 평화 없이 세계 평화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코로나19 확산도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고 착취하므로 발생한 생태 위기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은 온 인류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분쟁의 중심에 종교가 있다는 불편한 현실과 함께 생태 위기 극복을 위해 종교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빚진 마음이 커지는 이때, 기독교 신자에 의한 수진사 화재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좌절하게 합니다.

신앙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웃 종교를 혐오하고 차별하며 그 상징을 훼손하는 행동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범죄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종교적 상징에 대한 방화나 훼손 사건의 대다수가 기독교 신자들에 의한 것이란 사실에 근거하여 극단적으로 퇴행하는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함께 아파하며 회개합니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은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는 데 기초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독교가 이웃과 세상을 향해 조건 없이 열린 교회가 되도록 우리 자신들의 신앙의 표현 행태를 비판적으로 돌아보고, 사랑으로 정의와 평화를 이루는 일에 전심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수진사 방화자의 광신적이며 배타적인 신앙 행태를 평하기에 앞서, 기독교인이라는 정체성을 함께 공유하고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로서, 이번 일로 상심하셨을 모든 불자께, 인근 지역 주민들께, 그리고 관련 당국에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2020년 11월 3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이홍정
종교간대화위원회 위원장 이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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