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대,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것도 안 돼” 공지 올려
학생 사찰까지 지시, “이유 알고 싶다면 공문 보내라”

장로회신학대학교 입구(사진=평화나무)
장로회신학대학교 입구(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장로회신학대학교(김운용 총장직무대행, 이하, 장신대)가 연일 동성애 문제로 시끄럽다. 임성빈 전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이 이른바 무지개 사건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인준이 부결됐다는 의혹이 나온 후,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 반발심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학교 측이 학생 관리를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신대 게시판(장신광장)에는 지난 3일 ‘줌으로 실시간 예배에 참석하는 학생들에게 당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경건교육처(이상일 경건교육처장 이하, 경건처)가 올린 이 글에는 차별과 혐오를 반대하는 의미로 온라인 예배의 배경을 무지개로 설정한 학생들을 지적하며, ‘다른 학생이 불편하니, 동성애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는 배경을 다시는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그런 배경 때문에 예배에 집중하는 데 방해받거나 불편한 마음을 느끼는 학생이 있으니 사용하지 말아 달라’는 것이 이유였다. 

 

장신대 홈페이지 '장신광장게시판'에 올라온 공지
장신대 홈페이지 '장신광장게시판'에 올라온 공지(출처=장로회신학대학교 홈페이지)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장신대는 '줌(zoom)'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비대면 예배를 드리고 있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예배에 참석하며 경건에 힘썼다. 그런데 학생 중 몇 몇이 무지개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예배에 참석했다. 무지개는 LGBT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1978년 샌프란시스코 '동성애자 자유의 날 퍼레이드'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들은 이 같은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차별 없이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내고자 하는 취지라고 했다. 무지개 배경을 처음으로 쓰기 시작한 A씨는 평소에도 성 소수자의 권익에 많은 관심을 두고 활동했다. 2017년에도 국제성소수자의 날을 맞아 예배가 끝난 후 무지개 깃발을 들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무지개신학교' 설립을 돕기도 했다. 

그는 "학기가 시작될 당시만 하더라도 학교가 (무지개 배경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중간고사가 끝날 무렵 담당 교수로부터 '무지개 배경을 쓰지 말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계속 무지개 배경을 쓰자, 결국 학교 게시판에 ‘학생들에게 당부한다’는 메시지까지 올라온 것 같다"며, "학교의 대응에 당혹스럽다"고 덧붙였다. 

경건처 관계자는 "특별히 누군가 한 명을 공격하기 위해 당부의 글을 쓴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공지 글을 읽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를 수 있긴 하지만, 민원이 들어온 부분도 있고, 민감한 부분도 있기에 줌으로 예배를 드리는 분들이 주의를 좀 해줬으면 좋겠다는 차원에서 올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불편함을 호소하며 찾아오는 학생과 전화가 많다"며 "그 수는 말하기 어렵지만 불편해하는 분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무지개 화면이 불편한 학생이 있다면, 그 화면을 보이지 않게 설정하도록 공지하는 게 낫지 않았겠나’라고 질의하자, 경건처는 “화면을 끄는 부분은 그 학생들의 자유일 수도 있고, 그 방법을 모를 수도 있고”라고 얼버무린 뒤, “그걸 보면서 불편해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을 되풀이 했다. 

또 경건처장인 이 모 교수는 “내부 학생에게 공지한 건데 외부 언론에 보도되는 건 굉장히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무지개 배경한 학생 사찰 지시했나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학생들이 존재하는 만큼 학교는 민감한 논쟁거리에 대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소하고자 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장신대가 보수 교회들의 눈치를 보느라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무리하게 억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장신대는 2018년 ‘국제성소수자의 날’을 맞아 빨강·주황·노랑 등의 옷을 입고 예배에 참여한 학생들을 △학교 명예훼손 △지도교수 지도 위반 △수업 방해 등의 이유로 징계했다. 당시 해당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징계 무효 판결을 내렸으나, 해당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법원은 무죄를 선언했으나 교계는 그들의 무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목사고시에 합격했던 학우는 이 일로 목사고시 합격이 취소됐고, 결국 자퇴서를 낼 수밖에 없었다. 당시 고시위원장이던 정병주 목사는 "'동성애 옹호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동성애자 인권 보호 활동들이 교단의 시각에서 오해의 요소가 있어 근신 차원에서 불합격을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임성빈 총장 인준 부결은 장신대가 점차 보수화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여겨지는 탓도 있다. 

A씨는 “장신대의 과잉대응이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장신대 경건처가 근로학생에게 특정 학생을 사찰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다. ‘경건교육처 이 모 실장이 경건처 근로학생들에게 요일별로 돌아가며 무지개 배경을 한 사람을 캡처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이에 A 씨는 관련 내용을 개인 페이스북에 게재하기도 했다. 

A 학우가 올린 글(출처=페이스북)
A 학우가 올린 글(출처=페이스북)

학생끼리 서로 감시하게 하는 학교의 행태가 옳은 것인지, 재학생들 사이 안타까워하는 분위기도 역력해 보인다. 신대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학생이 학생을 감시하는 건 매우 슬픈 일이다"라며 "이런 행태는 결국 학교와 교단을 분열로 이끌 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 역시 "학생을 지켜줘야 할 학교가 정치적인 행보를 보이며 학생을 내치고 있다"며 학교의 행태를 꼬집었다. 또 "'경건과 학문'을 강조하는 학교에서 학술적인 토의조차 불가능하다면 대체 왜 있는가"라며 긴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한편 평화나무가 '경건처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학교측이 요구한 대로 공문을 우편으로 발송했으나, 답변은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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