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배달라이더 노동환경 개선 나선 ‘라이더유니온’

지난달 30일 평화나무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채명훈 라이더유니온 공제사업팀장. (사진=평화나무)
지난달 30일 평화나무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채명훈 라이더유니온 공제사업팀장.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전태일 열사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분신한 지 5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코로나19로 배달문화가 더욱 확산한 가운데, 빠른 시간 내에 거리를 질주해 배달을 완료해야 하는 배달라이더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특수고용직으로 개인사업자란 이유로 근로기준법 적용에서 비껴나 있다. 최근 전태일50주기를 맞아 노동계에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으로 대표되는 ‘전태일 3법’ 입법을 추진하는 이유도 5인 미만의 작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단시간 근로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이 적용되고 노조를 할 수 있는 노동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해서다.

‘배달라이더들의 연봉이 1억이다’, ‘월수입이 600만원 이상’이라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보도됐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달 30일 평화나무와 만난 채명훈 공제사업팀장(라이더유니온)은 “최근에는 분 단위로 라이더가 배달 건을 클릭할 때 얼마의 프로모션을 받을 수 있는지 매번 달라진다”며 배달시장이 커지고 배달앱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라이더들이 수입을 예측할 수 없는 구조로 빠르게 변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 등 주문 중개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프로모션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긴 하지만, 시간당 최소 3~4건의 배달을 소화해야 최저임금을 겨우 맞출 수 있다고 했다. 채 팀장은 “가족을 부양하고, 오토바이 유지비와 리스비를 내려면 그 이상을 벌어야 한다. 구조적으로 라이더들이 무리하게 배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또 특수고용직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산업재해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채 팀장은 “얼마 전에 산재보험 가입 여부를 노동자 본인에게 물어야 한다는 경제계의 의견이 담긴 기사를 봤다”며 “보통은 4대 보험을 가입할지 말지를 노동자들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없지 않나? 유독 특정 직군이나 특수고용노동자들에게는 4대 보험을 가입 여부를 물어야 한다는 분들이 있다. 앞으로도 한참 싸워야 될 부분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19년 6월 기준 전체 배달대행사 소속 라이더만 6만6100명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늘면서 배달대행업체의 고용도 확대된 것을 고려하면, 배달라이더의 수는 더 늘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배달도 무료가 아니라는 인식 변화와 함께 시간에 쫓겨 무리한 배달을 강제하는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채 팀장은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이 얼마 전 국감에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배달음식에 국물이 흘러버리면 고객도 난리가 나고, 배달대행업체에서도 난리가 나고, 대행사에서도 난리가 나고, 모두가 난리가 나는데 라이더의 피가 흐르면 아무도 난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플랫폼 노동 자체가 사람들의 시야에서 지워져버렸기 때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실 고객들도 배달라이더의 상황이나 상태를 구조적으로 전혀 알 수 없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라이더들의 노동이 소중하고 지켜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나에게 음식을 배달한 라이더가 사고가 났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고객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라이더가 사고가 났는지, 어떤 일이 생겼는지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에게 예고된 시간 안에 음식이 배달됐느냐, 물건이 배달됐느냐 이런 정도밖에는 알 수 없는 상황이 사람들이 플랫폼노동자들을 대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주문 중개 플랫폼에서 인공지능(AI) 배차를 늘려가면서 배달라이더들은 더욱 가혹한 노동환경에 내몰리고 있다.

인공지능 배차는 일반 배차와는 달리 라이더들이 음식 수령 장소와 도착지를 보고 선택할 수 없다.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콜을 배정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실제거리가 아닌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배달시간이 계산돼 날씨나 교통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보다 줄어든 거리로 배달료는 낮게 책정되고 촉박한 배달시간으로 인해 사고의 위험은 더욱 커진다. 물론 인공지능 배차를 거부할 수도 있지만 수락률이 떨어지면 배차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라이더 입장에서는 인공지능 배차를 마냥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채 팀장은 “기존에 없었던 산업을 이끌어내고 혁신적인 산업이라는 이유로 기존의 규제로 이 산업을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있다”며 “하지만 예전부터 배달은 있어왔다. 그때 배달하셨던 분들이 지금도 배달을 하고 계신다. 배달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배달라이더들도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 생각을 해주셨으면 하는 정도의 바람밖에 없다”고 했다.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10월 8일 국회 앞에서 '라이더안전보장법' 촉구 집중행동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라이더유니온 회원들이 10월 8일 국회 앞에서 '라이더안전보장법' 촉구 집중행동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연합뉴스)

 

배달라이더 권익 보장나선 ‘라이더유니온’

지난해 5월 1일 노동절에 출범한 라이더유니온(위원장 박정훈)은 배달라이더들의 권익 보장과 제도 개선을 우해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노동조합이다. 맥도날드 라이더로 일하던 박정훈 위원장이 2018년 7월 100원의 폭염수당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

채 팀장은 “아무래도 플랫폼노동이 쉽게 들어와서 쉽게 나갈 수 있는 직종으로 여겨지고 배달라이더들도 생존에 치이다 보니 노조 활동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조합원분들에게 실제 노조에 가입해서 어떻게 하면 혜택이 피부로 와 닿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조합원이 300명을 넘어가면서 각 지역별로 지부를 조직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부산에서는 이미 지회장을 세워 활동 중이고, 광주에서도 조합원들과 함께 박 위원장이 매달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고 있다. 또 각 지역의 비정규직센터와 협력방안도 논의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건강검진과 심리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라이더유니온은 현재 자차수리공제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사무금융 우분투재단의 후원으로 오토바이 수리비의 최대 70%, 최대 150만원 보상, 라이더유니온 지정 센터 이용 시 1주내 처리가 가능하다. 조합원들을 위한 소액대출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이 일상이 된 현실에서 우리 삶을 유지시켜주는 배달라이더들도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자 이웃임을 잊지 않는 최소한의 배려와 생각의 변화가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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