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입출 명세 ㆍ증빙서류 하나 없이 구두로만 보고.. 사용 내용도 포괄적
헤븐포인트교회 교인, “재정보고 믿을 수 없다. 숨겨진 돈 더 있을 것” 의혹 제기

뮤지컬 연극 중인 헤븐포인트교회(출처=헤븐포인트교회 페이스북)
뮤지컬 연극 중인 헤븐포인트교회(출처=헤븐포인트교회 페이스북)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헤븐포인트교회가 곽세지ㆍ하만복 목사가 교회를 사임한 후 교회 재정을 교인들에게 공개했다. 교회 설립 24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그러나 교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재정보고가 허울뿐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그도그럴 것이 임직자들에게도 재정 감사 과정 등을 투명하게 알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증빙서류를 봤다는 사람도 찾을 수 없었다. 

 

전 재산 기부하니 입 닫아라? 

재정부는 "교회에서 개인적으로 관리하던 통장들이 몇 개 있었다"며, △문화사역 △경영·선교헌금 △워십신학원 △대안학교 △헬스장 건립 등을 위해 교회 재정 약 8억 6천 7백만원을 송 모 씨와 윤 모 씨를 비롯한 성도 개인 명의 계좌로 관리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러면서 그중 일부는 교회 명의로 다시 환수됐고, 나머지 역시 곧 환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정부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교회 명의로 돼 있는 재정은 헌금과 퇴직금, 건축헌금, 정기예금 등을 포함해 약 25억 5천 4백만원이며, 개인 계좌의 돈이 모두 환수될 경우 약 34억 6천 2백만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재정부는 “그 외에도 개인 성격이 짙은 계좌나 ‘원유성전’을 사들이며 함께 샀던 농지 등은 공동회의를 거쳐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정장로는 이날 곽 목사가 자신의 남은 재산 6억 1천 4백만원도 추가로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곽 목사는 자필 서명서를 통해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와 관계없이 24년간 모은 모든 재산을 교회에 헌납할 것을 약속한다”며 이 결정은 ‘교회의 하나 됨’을 위한 결정이며, 이를 통해 “교회 건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곽 목사는 이전에도 교회에 자신의 전 재산을 헌납하겠다고 약속했다. 

개인 계좌에 있던 교회 재정

송 씨 : 문화사역A, 경영‧선교헌금 총 2억 7천 7백만원

윤 씨 : 원두커피, 자판기, 선교원 총 5천 7백만원

이 씨 : 워십신학원, KT워십학원, 아카데미, 문화사역B, 대안학교 총 3억 1천 8백만원

하 씨 : 활동금, 헬스장 건립비, 선교원, 스트레칭비 총 2억 1천 4백만원

재정 장로는 또 “곽 목사가 전 재산을 교회에 헌납하기로 한 상황에서 이제 모든 교인들은 반목과 갈등을 자제하고 내부적으로 단합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는데 매진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잡음은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또 “불필요하게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다수의 성도가 징계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당회는 이번 기회에 모든 갈등이 봉합되고 다시 하나가 되어 나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선처를 베푸는 것처럼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오히려 재정공개의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곽 목사의 측근들을 통해 공개된 재정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제보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24년만의 첫 재정보고.. 허탈함 뿐 

수입‧지출 내역ㆍ증빙서류 없는 허울뿐인 재정보고

헤븐포인트교회는 교회 개척이후 단 한번도 재정을 공개한 적이 없다. 곽 목사는 지난 9월 중순께 당회와 제직회가 설립된 데 대한 불편함을 내비치며 '초대교회처럼 사역하겠하고 싶어 당회와 제직회를 세우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당회와 제직회가 없는 만큼 교회의 재정 사용을 허락받거나 사용 후 보고를 할 필요가 없었다. 교인들 역시 24년간 단 한번도 재정공개를 요청하지 않았다. 제보자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교인들은 그동안 교회에서 하는 다양한 행사와 모임 때마다 금전적 부담을 져야 했음에도 당연히 교회와 선교를 위해 전액 쓰여진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던 터다. 

그러나 차츰 곽세지 목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교인들은 교회와 곽 목사에게 재정공개를 요청했으나, 재정을 담당하던 신 모 장로는 ‘나중에 하겠다’, ‘준비 후 밝히겠다’는 이유로 차일피일 미뤘다. 그러다 지난 9일 드디어 성도들 앞에서 교회 재정을 보고했다. 그러나 이번 재정보고는 미뤄왔던 것 치곤 그 내용이 매우 빈약했다.

재정부가 한 이번 보고에는 현재 남은 금액만 공개됐다. 수입이나 지출 명세는 없었다. 24년간 교회 재정으로 얼마가 들어왔으며, 얼마가 사용됐는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증빙서류도 없었으며, 사용처라고 밝힌 내용 역시 포괄적이었다.

대부분의 교회는 재정보고를 할 때 가장 먼저 수입과 지출에 대해 밝힌다. 특히 수입 보고의 경우엔 성도가 낸 돈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그 후 지출내용 중 부족한 부분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추가로 영수증을 제출하거나 세부 내용을 덧붙이는 게 재정보고의 일반적인 형태다. 그러나 헤븐포인트교회 재정보고는 현재 남아 있는 돈의 행방과 금액만 밝혔을 뿐, '수입이 얼마인지', '지출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부분은 그냥 넘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헤븐포인트교회 임시 대표를 맡고 있는 장로에게 연락해 재정공개와 관련해 질의했으나, 감사과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는 "이번 재정보고가 어느 세무서와 함께 했는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아울러 '증빙자료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모르겠다. 나중에 다시 확인을 해보고 연락하겠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른 교회 재정보고 내용. 대부분의 교회가 수입과 지출 내역을 먼저 공개한다.
다른 교회의 재정보고서. 대부분의 교회가 수입과 지출 내역을 먼저 공개한다.

이에 삼화회계법인의 최호윤 회계사는 "그건 재정보고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 회계사는 "재정을 보고한다는 이야기는 그동안 들어온 돈의 수익과 지출을 정리해  '어떻게 돈이 들어오고, 어떻게 썼다'는 걸 보고하는 게 재정보고지, 남아 있는 액수를 보고하는 건 재정보고가 아니다"라며 단호하게 말했다. 또 "전세계 어디에도 그런 보고는 없다"며, "그냥 보고일 순 있어도 재정보고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다른 회계사 역시 "남은 잔액만으로는 아무런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다"며 "의미없는 보고"라고 일축했다. '수입과 지출 명세가 있어야 재정보고'라는 설명이다.

재정보고 소식을 들은 헤븐포인트교회 교인 중 한 명은 “당회의 재정보고를 믿을 수 없다”며 딱잘랐다. 그는 “조사에서 발표한 금액은 우리가 문제를 제기한 금액과 같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만 내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숨겨진 돈이 더 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며 “이번 헤븐포인트교회의 재정보고는 아무 의미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교인 역시 “숨겨진 돈이 더 있을 것 같다”고 의혹을 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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