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17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4대 종단 기도회’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4대 종단 기도회’가 17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개최됐다. 기도회에 참석한 종교인들은 더불어민주당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사진=평화나무)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4대 종단 기도회’가 17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개최됐다. 기도회에 참석한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종교인들은 더불어민주당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지난 6월 29일 발의된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종파를 초월해 한 목소리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도회가 개최됐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이 함께한 4대 종단 기도회는 17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진행됐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와 무지개예수,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원불교인권위원회,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가 함께했다. 기도회가 열리는 한편에서는 기독교인으로 보이는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자가 1인 시위를 진행했지만 다행히 별다른 충돌 없이 기도회가 진행됐다.

본격적인 기도회에 앞서 발언에 나선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대표 정혜실 대표(이주민방송)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자신의 경험을 나누며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담담히 고백했다.

정 대표는 “저는 기독교 가정에서 자랐다. 외할아버지는 고신 출신 장로로 민족해방을 위해 노력도 하셨던 분이다. 그런데 저는 어느 날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교회 안에서 누군가를 차별하자는 이야기를 듣기가 굉장히 불편했다. 그 차별의 대상은 이슬람 국가에서 온 무슬림이기도 했고, 성소수자이기도 했다. 그 불편함이 싫어 아직까지 교회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자신을 비난하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진정한 기독교의 신앙이란 무엇인지 고민이 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정말 우리 안에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을 지켜보신다면 많이 슬퍼하실 것 같다”며 “모태신앙이란 이유로 너무 배타적으로 살아왔고 다른 사람의 고통을 몰랐던 그 시절이 부끄러워서 더 열심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하나님의 존재가 교회 안이나 교회라는 건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우리 안에 계시다고 믿고 있다”며 “오늘 종파를 떠나서, 종교의 모양과 형식을 떠나서 우리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평화와 공존이 함께 있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기도회 장소로 더불어민주당사 앞이 선정된 것은 집권여당이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열망에 응답해야 한다는 의미다.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순으로 진행된 기도회에서 종교인들은 차별금지법의 연내 제정을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나서줄 것을 주문했다.

순서를 맡은 종교인들은 각자의 고유한 예식을 통해 누구나 자신의 존재로 인해 차별받거나 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간절히 염원하며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개신교에서는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소속 교단으로부터 정직 2년을 선고 받은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가 기도회를 인도했다. 참가자들은 요한1서 4장 7~21절 말씀을 묵상하면서 침묵기도와 함께 서로를 축복하며 차별 없이 온 세상에 사랑을 가르친 예수님의 정신을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이동환 목사는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자 교회 내에서 가짜뉴스가 판을 치기 시작했다”며 “차별금지법에 제일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조직적으로 반대 운동을 펼치는 게 개신교인들이라 참으로 송구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라고 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일부 보수 개신교의 주장이 과대 대표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이들의 주장을 의식해 차별금지법 제정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목사는 “얼마 전 설문조사에서도 개신교인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차별금지법에 찬성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분들에게도 말씀드리고 싶다. (차별금지법 제정까지) 두려워하지 말고 꿋꿋이 나가 주시기를, 양심의 소리를 들어주시기 바란다”며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저희 개신교인들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날까지 앞장서서 행동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지난 11월 11일을 ‘평등절’로 선포하고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기념일까지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한달 집중행동’에 돌입한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9일 오후 1시 30분 강남역에서 지하철 행동 ‘이번 역은 평등역 출구는 차별금지법’을 진행한다.

지하철 행동은 차별과 불평등을 세상에 알렸던 상징적인 역들을 거쳐 국회가 있는 국회의사당역까지 이동하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국회의원들에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행사다. 19일 강남역을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1시 30분에 이태원역(11월 26일), 광화문역(12월 3일), 오이도역(12월 10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지하철 행동 ‘이번 역은 평등역 출구는 차별금지법’ 1일차 노선 안내도. (사진=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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