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저녁 롯데콘서트홀 전경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극동방송(김장환 이사장)이 17일 저녁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극동방송 가을음악회’을 열면서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들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았으나, 정작 거리두기 등의 방역에는 둔감했다. 극동방송이 가을음악회를 개최한 이날은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에 머물고 있던 터라 방역수칙은 어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3차 팬데믹까지 우려하는 상황에서 안일하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열린 극동방송 가을음악회는 2천여 객석이 거의 만석을 이룰 정도였다. 

극동방송은 이날 서울시 송파구 소재 대형 콘서트홀에서 ‘극동방송 가을음악회’를 성대하게 개최했다. 극동방송은 지난 2014년 열린 ‘찬송과 가곡의 밤’을 시작으로 매년 음악회를 개최해 왔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예술의 전당에서, 2017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를 열었고, 2018년부터는 롯데콘서트홀로 장소를 옮겨 화려한 무대를 연출해 왔다. 콘서트의 수익금은 다음 세대 육성을 위한 장학금 마련에 쓰인다고 홍보해 오고 있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19로 지친 의료진들을 위로하고 코로나19를 잘 이겨내자는 메시지가 담겼다. 성악가들이 의료진 가운을 입고 나와 노래를 선보인다든지, 의료진들의 긴박한 상황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나 영상 등을 통해 감동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무대에는 국내 정상급 뮤지션들이 함께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의 부인이자 CCM 가수인 최지영 씨도 무대에 올랐다.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도 콘서트 홍보 책자에서 “특별히 이번 가을음악회는 코로나19와의 기나긴 싸움 가운데, 감염의 위험을 무릎 쓰고 환자를 위해 헌신해 주시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음악회로 준비됐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 

(출처=롯데콘서트홀)
(출처=롯데콘서트홀)

 

(사진=김 모 목사 페이스북/평화나무)

 

그러나 정작 방역 수칙에는 둔감했다. 콘서트장 입장 시 QR코드 등록과 ‘코로나19 관객 질문서’ 등록을 완료하는 등의 절차를 밟아야 했으나, 입장 시 거리두기는 물론이거니와 콘서트장 착석 시에도 거리두기는 지켜지지 않았다. 2천석이 넘는 객석은 군데군데 몇 자리를 제외하고 거의 만석을 이루었고, 관객들은 다닥다닥 붙어 앉아 공연을 관람했다. 

롯데콘서트홀은 1998년 예술의전당 개관 이후 28년만에 서울에 문을 여는 클래식 전용홀로 주목을 받으며 2016년 개관했다. 롯데월드몰 8층에서 10층에 위치한 클래식 음악 전용 콘서트홀이며, 2천36석(1층 1천538석, 2층 498석) 규모를 자랑한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객석이 무대를 둘러싸는 포도밭 형태의 ‘빈야드(Vinyard) 구조를 도입해 무대와 객석 간 거리를 좁히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롯데콘서트홀 현장 안내요원은 ‘객석 간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아도 괜찮느냐’는 질문에 “코로나19 방역 1단계 상황에서는 띄어 앉기가 의무사항은 아니”라며 “주최측에서 (손님이) 많이 찾아오신다고 해서 이렇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공연장 대부분이 지난달 12일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로 하향되자, 전석 오픈을 시행했다. 그러나 롯데콘서트홀은 거리두기 1단계 하향 후에도 좌석 간 거리두기를 풀지 않았다. 단, 극동방송 가을음악회 공연 소개와 예매 페이지에는 ‘주최사의 요청에 따라 한 좌석 띄어 앉기 미시행으로 운영된다’는 안내 문구가 달렸다. 

극동방송 관계자 역시 “정부 시책에 맞추어 객석을 절반만 채우는 것으로 준비했다가 거리두기가 12일 풀리면서 전석 오픈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다시 방역 1.5단계로 격상된다고 해서 대비를 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목요일(19일)부터라 (기존대로)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극동방송 가을음악회 공연정보(출처=롯데콘서트홀)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공연이나 콘서트홀의 경우 스탠딩 공연이 아닌 이상 1단계에서는 제한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을 19일부터로 정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는 자발적으로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제적 상황 등을 고려한 측면도 이해하나, 1.5단계 격상도 미흡한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극동방송의 인식이 많이 아쉬운 지점이다.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김장환 목사가 솔선수범할 정도로 방역에 협조적인 인식을 갖지는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는 점이다. 김 목사는 극동방송 운영위원 대상으로 열리는 목요 아침 예배에서 코로나19 국면에도 예배에 모이는 것이 ‘용감한 믿음’이라는 취지로 말하곤 했다. 지난달 8일 열린 목요 아침예배에서는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대면 예배 금지 조치가 이뤄지는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극동방송이 이같은 행사를 열때마다 직원들은 후원자 모집에 시달려야 한다는 제보도 과거부터 들어온 바 있다. 참고로 극동방송이 이날 개최한 가을음악회 88페이지짜리 홍보 책자에는 19페이지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광고로 채워졌다. 극동방송 전 직원 A씨는 "내가 재직 중일 때는 이런 행사를 할때마다 후원(광고) 할당이 떨어졌다"며 "부서마다 할당량이 달랐다"고 말했다. 

한편 가을음악회 현장에서 만난 김장환 목사는 본지 기자에게 "기사 잘 써라, 그래야 천당간다"고 말한 후,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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