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훈 목사 “한기총은 교단 위에 있는 단체”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 출연…“황교안 위해 기도하고 있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막가파식 독선적 운영과 도를 넘는 정치 행보로 교계 안팎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은 22일 ‘설교 중 정치적 발언, 선거법 위반 소지에 대한 입장은?’을 주제로 전광훈 목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처음부터 사실과 거리가 먼 답변으로 시작했다. 진행자인 심인보 기자(뉴스타파)가 ‘한기총에 교회가 몇 개 정도나 속해 있나?’ 라고 묻자 전 목사는 “전국교회 전체라고 봐야 한다”며 한기총이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한기총은) 교단 위에 있는 단체다. 교단들이 거의 다 속해 있다고 봐야 한다”며 “교단으로 가입하는 데도 있고 선교단체로 가입하는 데도 있고 그 다음에 지역연합회… 6만 5000개 교회하고 기도원 3000개, 선교단체 2000개 전체가 특별히 제가 대표회장이 된 후로 지역연합회가 다 여기 가입하도록 이렇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목사의 주장처럼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뉴스앤조이가 지난 20일 보도한 <한국교회 대표하는 한기총? 가입 교단 면면 살펴보니> 기사만 살펴보더라도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현재 한기총에 소속된 교단은 77개이지만 행정 및 가입 보류된 교단을 제외하면 63개 교단이다. 기독교하나님의성회(대표총회장 이영훈 목사)와 기독교한국침례회(총회장 박종철 목사)를 제외하면 이름도 생소한 군소 교단에 불과하다. 더욱이 한기총 가입 기준인 소속 교회 200곳 이상도 충족하지 못하는 교단도 포함돼있다.

뉴스앤조이는 “한국교회에서 큰 규모를 차지하는 네 개 교단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합동·백석대신, 기독교대한감리회가 공식으로 발표한 교인 수를 더하면 총 840만명에 이른다. 이 교단들은 한기총을 탈퇴했거나 행정 보류한 상태”라며 “물론 교단이 자체 발표한 교인 수 통계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는 없지만, 적게 잡아도 한국교회 교인 70% 이상은 한기총과 관련이 없다”고 보도했다.

이어 “규모가 작다고 무시하는 게 아니다. 자신들이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유일무이한 연합체인 것처럼 행세하는 게 문제”라며 “한기총이 내걸고 있는 자기소개, ‘1200만 성도, 30만 목회자, 25만 장로, 50만 선교 가족을 대표한다’는 말은 가짜 뉴스다”고 지적했다.

“황교안 대표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전광훈 목사의 단골멘트인 ‘대한민국 위기론’도 빠지지 않았다. 진행자가 ‘황교안 대표가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을 잇는 세 번째 지도자가 되어줬으면 좋겠다’라는 발언의 의도에 대해 묻자 전 목사는 “지금 대한민국이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다. 그 무너진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말하면 헌법”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다.

전 목사는 “헌법이 무너지고 있는 상태에서 헌법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거다. 그런데 결국은 지도자 문제”라며 “그런데 저는 이승만과 박정희 이후에 많은 지도자들이 있었지만 우리의 분량에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또한 현재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으로 정돈하지 못하면 국가와 교회가 해체될지도 모른다며 하나님이 일할 수 있도록 지도자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전 목사는 “하나님께서도 그 지도자를 통하여 일을 하시기 때문에… 황교안 대표님이 세 번째 지도자 이상의 역량을 발휘해주면 좋겠다”며 “저는 그걸 위해서 기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정 정당·정치인 지지 발언…“설교 아닌 시사토크 시간에 한 것”

‘김문수 지사가 임종석을 꺾어버렸으면 좋겠다. 임종석 전 실장은 빨갱이 같은 놈이다’ 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김문수 전 지사는 자신이 목회하고 있는 사랑제일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교인이기 때문에 지지하는 발언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지 않나’ 라고 질문하자 전 목사는 “교회가 이제 정치에 개입한다, 자꾸 이런 말씀하시는데 개입이란 말은 쓰시면 안 된다”라며 “교회는 정치에 개입하는 게 아니고 어떤 정당이나 개인에 대한 정책에 대해서 우리는 지지할 수도 있고 또 반대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는 그 정도”라고 답변했다.

오히려 여전히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있는 임종석 전 실장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주체사상에 대해 분명히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행자가 ‘사상검증을 요구하고 있지 않나’ 라고 묻자 전 목사는 “이것은 사상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국가를 인정하느냐 안 하느냐 이 문제”라며 “전국으로 다 중계 방송되는 상황에서 국회에 대정부질문 거기 나가서도 끝까지 대답 안 하신다면 그분은 정치하면 안 된다”고 했다.

<스트레이트>가 지난 20일 ‘한국당은 200석, 목사님은 유세 중’ 방송에서 문제 삼은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지지 표명에 대한 부분도 제재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자신했다.

전 목사는 “우리 교회 예배는 좀 특별하다. 설교 마친 뒤에 제가 항상 시사토크를 한다”며 이 시간에는 자유롭게 선거 이야기도 하고, 교회를 방문한 정치인을 게스트로 불러 그들의 전문분야인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이어 퓨리탄 출판사에서 출간한 <하나님과 트럼프>를 꺼내 토머스 재퍼슨이 만든 정교분리를 한국만이 교회가 정치를 하지 말라고 오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퓨리탄 출판사는 전광훈 목사가 저자인 <이승만의 분노>, 지난 19대 대선에서 국민통합당 후보로 출마한 장성민 전 의원의 <중국의 밀어내기 미국의 버티기>를 출간한 곳이다.

전 목사는 “일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한국교회가 독립운동을 하니까 독립운동을 못하게 하기 위해서 ‘교회는 정치에 개입하면 안 된다’ 일본 사람들이 만든 것”이라며 “전 세계 76개 나라가 기독당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이에 진행자는 자칫 광고가 될 수 있다며 책을 꺼낸 전 목사를 제지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기총이 독재 정권에 저항했다?

한기총이나 보수 기독교단체가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활동을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전 목사는 “(저항 활동을) 엄청나게 했다”며 “종로5가가 성지고, 독재정부 타도하기 위한 성지로서 활동했고, 기독교 지도자들의 대표적인 사람들이 감옥도 많이 갔고 김동길 교수 같은 분이 대표적인 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한국교회의 민주화운동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중심으로 독재 정권에 저항했다고 하는 것이 정직한 표현이다. 민주화의 열매는 모든 교회가 누렸지만, 한국교회의 주류를 차지하는 한기총이나 보수 기독교가 기여한 바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몇 가지 사례만 살펴봐도 사실은 명확하다.

한국교회는 1960~70년대 인권 증진과 민주화운동에 크게 기여했다. 대표적으로 ‘3선개헌반대범국민투쟁위원회’를 조직하고 장공 김재준 목사를 선임한 일이다. 엄혹한 시절임에도 박정희 정권의 3선 개헌을 적극 비판한 것이다.

하지만 소위 보수 기독교 인사들의 대응은 달랐다. 김윤찬·박형룡·조용기·김준곤·김장환 목사 등 목회자 242명은 ‘개헌 문제와 양심 자유 선언’을 발표하고 3선 개헌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국사편찬위원장을 지낸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교수)는 2015년 열린 ‘기독교사를 위한 역사 특강’에서 “한국교회에서는 주로 보수 측에 있는 사람들이 정교분리를 주장한다”며 “정교분리가 타당한가 아닌가를 떠나, 중요한 건 이들이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보수 개신교는 꼭 정치를 비판해야 할 시점에 정교분리를 주장한다. 그러고 나서 국가(대통령)조찬기도회에 가서는 지지·축복해 주고, 선거할 때는 박수쳐 준다”며 “나는 그동안 '비판할 용기가 없으면 지지도 하지 마라'고 얘기해 왔다”고 일갈한 바 있다.

한국대학생선교회를 설립한 김준곤 목사의 ‘유신 축복’ 설교도 빼놓을 수 없다.

김 목사는 1973년 5월 1일 6회 대통령조찬기도회에서 “우리나라엔 예측 못했던 경제계의 호황이 찾아오고 있다고 들었다. 축복의 서곡일 것”이라며 “민족의 운명을 걸고 세계의 주시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10월 유신은 하나님의 축복을 받아 기어이 성공시켜야 하겠다”고 했다.

이어 “외람되지만 각하의 치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군신자화운동이 종교계에서는 이미 세계적 자랑이 되고 있다”며 “그것이 만일 전민족신자화운동으로까지 확대될 수만 있다면 10월 유신은 실로 세계 정신사적 새 물결을 만들고 신명기 28장에 약속된 성서적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한기총도 창립 초기부터 독재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제2대 대표회장을 지낸 정진경 목사는 5·18광주민주화운동 직후인 1980년 8월 6일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을 위한 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전두환 씨에게 “사회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악을 제거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기총 창립준비위원장을 지낸 한경직 목사 역시 전두환 씨를 향해 “여호수아와 같은 담대한 믿음을 달라”고 기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참여정부에서 국정원과거사진실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오충일 목사는 전두환 정부 당시 안기부의 종교담당 요원이 한기총 창립에 구체적으로 개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나를 죽이라고 지시 받았나?”

전 목사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MBC를 향한 적대감도 드러냈다.

전 목사는 “황교안 장로님이 나보고 장관하라고 그랬다, 이런 말 가지고 MBC가 나한테 들이댄다”며 “그 기자님들이 그렇게 딱 찍어서 이렇게 아니, 저하고 황교안 장로님 죽이라고 누구 지시를 받았나? MBC에서?”라고 진행자에게 따지듯 질문했다.

이어 시간이 짧아 할 말을 다하지 못했다며 “다음에 한 번 더 불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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