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혁당 재건위 구명운동' 앞장, 한국 민주화운동 헌신 조지 오글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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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 재건위 구명운동' 앞장, 한국 민주화운동 헌신 조지 오글 선교사
  • 권지연 기자
  • 승인 2020.11.19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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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4년 '민청학련 사건'을 비판하다 강제 출국당했던 미국인 조지 오글목사(65)와 부인 도로시여사가 김포공항을 통해 내한해 환영객들에게 손을 인사하고 있다. 1994.4.1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미국 연합감리교 출신 선교사로 1970년-19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조지 E. 오글(George E. Ogle/ 한국명 오명걸) 목사가 지난 15일 향년 91세 일기로 별세했다. 

오글 목사의 부인 도로시는 이날 페이스북에 “조지는 사랑하는 남편, 아버지, 할아버지가 되기 위해 그의 일생을 바쳤다”며 “말년에 파킨슨병으로 투병했지만 그는 친절과 동정, 유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오늘 목사는 1929년 1월 17일 펜실베니아에서 출생, 1951년 메리빌 칼리지와 1954년 듀크 신학교를 졸업하고 복음주의 연합 브레트렌 교회에서 목사 서품을 받았다. 

1954년 미국 연합감리교회 소속 선교사로 인천에 들어와 청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도시 노동자 선교를 결심한 조지 오글은 20여 년 동안 한국도시산업선교회를 이끌었다. 그는 ‘월요 모임 선교사’로도 불리며 한국 노동자들의 인권 운동에 앞장섰다. 월요모임은 1970년대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도왔던 미국, 캐나다 출신 선교사들의 모임이다. 

오글 목사는 인혁당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8명을 위해 공개기도회를 열었다가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17시간 동안 심문을 받는 등 고초를 겪었고, 그해 12월 14일 박정희 정권으로부터 추방됐다. 그는 비행기 트랩에 오르면서 한국말로 “대한민국 만세!, 하나님과 함께!”라고 외쳤다고 한다. 오글 목사는 추방 이후에도 인혁당 사건을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는  미국 의회 청문회에 나가 인혁당 사건의 진상에 관해 증언했고 미국 전역을 돌며 한국의 인권 실태를 알리기도 했다.

인혁당 사건은 유신정권 당시 정치 권력에 종속된 수사기관과 사법부의 불법이 낳은 대표적인 사법살인 사건을 말한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1974년 4월 25일 "북한의 지령을 받은 인혁당 재건위 조직이 민청학련의 배후에서 학생시위를 조종하고 정부전복과 노동자, 농민에 의한 정부 수립을 기도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당시 대법원은 1975년 4월 8일 인혁당 재건위 관련자 8명에 대한 사형을 확정했고, 국방부는 판결 18시간 만에 기습적으로 사형을 집행했다. 그러다 의문사진상규명위는 2002년 9월 12일 인혁당 사건이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서울중앙지법은 2007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 8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4.9통일평화재단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억울하게도 1975년 4월 9일 불법 사형이 집행되었지만, 오글 목사님의 구명운동이 있었기에 진실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조지 오글은 한국전쟁의 종식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에도 동참했다. 조지 오글은 1995년 한국계 미국 평화 운동가들과 북한에 방문하는가 하면, 러시아에서 미필적 북한 난민들을 위한 통역 활동도 했다. 

조지 오글은 한국의 민주화 이후 1998년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되는 등 여섯 차례 한국을 방문했다. 2002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의 해외민주인사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해 인권문제연구소가 수여하는 제5회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했고, 올해로 33주년인 6.10민주항쟁 기념식에서는 ‘민주주의 발전 유공 포상’ 국민포장을 받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8일 미국연합감리교회(UMC), 기독교대한감리회(KMC), 미국그리스도교협의회(NCCC-USA) 등에 발송할 서신을 통해 "가난한 이들, 억울한 이들과 함께하면서 불의에 저항하는 목사, 참된 종교인의 모습을 보여줬다"며 "작금의 한국 교회를 돌아볼 때 조지 오글 목사의 삶과 영성이 참으로 큰 가르침으로, 큰 은혜로 다가온다"고 애도했다. 

NCCK는 “그는 소외 받고 고통당하는 이들과 함께 한 예수의 삶을 따라 노동자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삶을 살았다”며 “인천산업선교를 시작했고 늘 노동자들의 인권을 위해 투쟁했으며 가난과 비움, 헌신의 영성을 보여줬다”고 오글 목사의 삶을 기렸다. NCCK는 오는 24일 오전 11시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소 이제홀에서 조지 오글 목사를 추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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