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전광훈 씨가 이끄는 사랑제일교회의 폭력성 수위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서울종암경찰서는 1일 전광훈 씨가 담임하는 사랑제일교회 압수수색 과정에서 사제 화염방사기와 LPG 가스통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장위10구역 재개발조합 측의 명도집행에 맞서 새벽 1시경부터 장장 8시간 가까이 맞선 사랑제일교회측의 대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사랑제일교회측은 부인하는 모양새다. 교회 측과 변호인단은 2일 사랑제일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회가 화염방사기를 미리 준비해 갖고 있었다는 말은 거짓"이라며 "화염방사기가 아니라 동력·고압력 분무기가 정확한 명칭"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입장을 내 놓았다. 

그러면서 "용역이 소화기·쇠파이프·기름까지 잔뜩 들고 와서 신도 다수가 다쳤다"는 점도 강조했다.

여전히 반성은 없다. 이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꼴이지만 말이다. 

당시 격해진 상황에서 사랑제일교회 신도 중에서도 부상자는 발생했다.

그렇다면 추종자를 앞세워 교회 철거를 막으라고 종용한 건, 누구일까. 수개월 전 명도집행 당시에도 전광훈 씨는 유튜브를 통해 “철거를 막기 위해 사랑제일교회로 모여 달라”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그때 전광훈 씨는 어디에 있었나.

전 씨의 지지자들이 지난해 겨울 나라가 공산화됐다는 미몽에 사로잡혀 풍찬노숙을 이어가던 때 전광훈 씨는 어디에 있었는가. 전 씨가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난 후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에도 수천명을 집결시키는 집회를 이어갈 당시 지지자들에게 불편한 의식주는 물론 죽음도 두려워 말라고 하면서 전 씨는 대체 어디서 잠들었을까. 불편과 고통, 부상까지도 감수해야 하는 건 항상 지지자들의 몫이다. 전광훈 씨와 사랑제일교회 수뇌부는 왜 그 험한 현장으로 교인들과 추종자들을 내몰고 있을까. 

“그 교회는 사랑과는 전혀 무관한 곳이에요”라고 말하던 사랑제일교회 탈퇴자의 증언이 자연스럽게 떠올른다.

평화나무에 호소해 온 전광훈 씨 지지자 가족들의 마음은 너무나 고통스럽고 다급해 보였다. 

“우리 엄마가 코로나19로 위험한 상황에서도 나라 지키러 교회에 가야 한대요. 어떤 말도 듣지 않고, 자식들이 주는 용돈도 다 전광훈한테 헌금하는 것 같아요”

“우리 아내가 전광훈과 극우 목사들에게 빠졌어요. 괴로움에 제가 극단적 시도까지 했습니다”

전광훈 씨의 교회 앞에서 이들을 수개월 간 지켜봤다는 한 상점 아르바이트생은 “컵라면 하나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은 분들이 전광훈 씨와 전광훈 씨의 교회를 지키기 위해 동원되는 건, 너무 안타깝다”고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그러나 평화나무에 눈물로 호소한 전광훈 씨 지지자 가족들의 목소리도 전 씨와 사랑제일교회 수뇌부에겐 관심 외의 일이었을 터다. 

그런데 이 무관심은 비단 전광훈 씨와 사랑제일교회 수뇌부의 모습에서만 나타나지 않는다. '화염병 투척'에 모두가 경악했으나, 개신교계 연합기구를 비롯 교단들은 조용하기만 하다. 사실상 지난해 가을 총회에서도 전관훈 씨의 이단성과 반사회적 행태를 제대로 지적조차 못한 채 얼렁뚱땅 넘어갔으니 무얼 기대하겠나. 

오히려 전광훈을 옹호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현실이다. 개신교계 보수 연합기구 중 한 곳인 한국교회연합의 대표회장으로서 전광훈 씨를 적극 지지하고 옹호해온 권태진 목사는 전광훈을 감히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셨고 몸소 고통당하셨던 예수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에 비유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역시 고통받는 이들에 대해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기에 내뱉을 수 있는 만용이었음을 알 수 있다. 

평화나무가 ‘전광훈 씨로 인해 고통당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 하자, 권 목사는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했다는 듯, “그 부분들은 생각을 안 해봤다”고 답했다.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겠다는 심산인 것인지, 전광훈 씨의 광고를 무분별하게 실어준 언론사들도, 이는 ‘정치적 의견광고’일 뿐이라며 허위사실이 적시된 광고에 면죄부를 준 한국신문윤리위원회도 책임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또 ‘전광훈은 꼭두각시’일 뿐이라며 전 씨의 잘못을 축소하는 듯 발언한 주진우 기자마저도. 

이솝우화 ‘사형수와 어머니’를 기억하는가. 처형대에 선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어머니에게 할 말이 있다며 가까이 불러 귀를 물어뜯으며 “왜 처음에 도둑질 했을 때 단호하게 꾸짖지 않았느냐”고 원망했다는 이야기다. 

전광훈은 어떤 거대세력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다는 주지우 기자 주장의 이유를 모르지 않는다. 평화나무도 수없이 전광훈의 뒷배를 지목해 왔다. 그러나 8.15 광화문 집회나 교회 명도집행을 막아서기 위한 화염병 투척 등을 대체 누가 설계하고 지시했다는 말인가. 

오늘날 전광훈 현상으로 대두되는 폭력성의 책임은 그를 단호히 꾸짖지 않은 이들도 함께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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