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3일 기준 '검찰 기자단 해체 청원'에 24만 명 참여해
검찰이 흘린 정보 받아 쓰다 법정제제 ‘주의’ 받기도
검찰 관계자 “검찰은 보고가 반, 언론 플레이가 반”

검찰과 기자의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검찰과 기자의 유착관계를 보여준 이동재 기자와 한동훈 검사(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수사권과 기소권의 독점을 비롯해 수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검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며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았던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전하는 언론 역시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1월 2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검찰 출입 기자단의 해체'를 요구하는 청원에는 12월 3일 기준 2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하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출처=청와대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온 청원(출처=청와대 홈페이지)

 

‘검찰 입장’ 그대로 받아 쓰는 언론

위 청원에서 지적한 것처럼 검찰 출입기자단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검찰의 입장을 고스란히 전달한다는 점이다. 검찰 출입기자단은 검사들이 불러주는 내용을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전한다. ‘받아쓰기’이자 ‘발표 저널리즘’이다.

지난해 정경심 교수 표창장 사건 당시, SBS ‘8시 뉴스’는 지난해 9월 7일 ‘[단독] 조국 아내 연구실 PC에 총장 직인 파일 발견’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내며 “정 교수가 자신의 연구실에서 사용하던 PC를 임의 제출했는데, 이 PC에서 동양대 총장 직인 파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는 지난 6월 22일 8시 뉴스가 “불명확한 내용을 전달했다”며 법정제재 ‘주의’ 결정을 내렸다. 방심위 심영섭 의원은 “총장 직인이 찍힌 상장 파일이 발견된 게 정경심 교수 연구실 PC가 아니고, 동양대 휴게실 PC였다. 연구실 PC에서 총장 직인 파일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확인했다고 보도한 SBS 보도는 명백한 객관성 위반이다. 검찰이 흘린 정보를 그대로 받아쓴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도 “국민에게 전달할 땐 객관적이고 엄중한 과정을 거쳐 보도해야 한다. SBS 최초 보도와 정경심 교수가 1차 기소 이유가 달랐다. 왜 그런 보도가 있었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책임하게 보도가 퍼질 땐 누가 책임져야 하냐”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 7일 SBS 8시 뉴스 보도 장면(출처=SBS)
지난해 9월 7일 SBS 8시 뉴스 보도 장면(출처=SBS)

비단 SBS뿐만 아니라 많은 언론이 검찰이 불러주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써 왔고, 지금도 그렇게 쓰고 있다. 검찰 구성원만 접속할 수 있는 ‘이프로스(e-PROS)’에 올라온 글을 그대로 긁어 기사를 내는가 하면 검찰에서 흘린 이야기를 아무런 사실확인도 하지 않은 채 옮겼다 오보를 내기도 한다.

2019년 10월 28일 한겨레에서 주최한 좌담 ‘조국 그 이후, 언론개혁을 말하다’에 참석한 숙명여대 강형철 교수는 “한국 검찰처럼 권력을 쥔 곳이 없다. 검찰에서 고급 정보가 나온다고 생각하니까 그걸 사실이라고 맹신하거나 의존하며 검증 없이 그냥 받아 쓰는 것”이라며 검찰발 받아쓰기 보도의 문제를 진단했다.

 

'검언유착' 고리 끊어야 

검찰 출입기자단이 지닌 베타성에 기반한 막대한 권력도 무시할 수 없다. 미디어오늘이 2017년 12월 10일에 보도한 ‘대한민국 법조기자들, 안녕하십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살펴보면 법조기자는 기자 세계에서 ‘계급장’과 같다고 설명한다. 기자실을 출입하려면 법조 기자단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6개월 동안 법조팀을 운영해 법조 관련 기사를 쓰고, 그 후 기사를 묶어 자료로 제출한 후 심사를 받는다. 재적인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에 과반수 찬성이 돼야만 법조 기자단에 합류할 수 있는 것이다. 투표 후에도 하나의 관문이 남아 있다. 법조 기자단에도 급이 있는데, 대법원 출입기자단은 1진, 지방검찰청은 2진, 대검찰청은 3진이다. 투표에 통과됐더라도 1진인 대법원 출입 기자진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기자실을 출입할 수 없다.

이 모든 절차를 통과한 후 검찰 출입기자가 되면 막대한 특권이 주어진다. 오마이뉴스의 정연주 기자가 쓴 ‘검찰 기자단, 참으로 기이한 집단’이란 기사를 보면 출입기자단의 특권 내용이 나온다. 정 기자는 검찰 출입기자단의 특권으로 검찰의 공식 브리핑이나 보도자료, 판결문 등 자료 접근의 용이성뿐만 아니라 검찰과의 긴밀한 관계를 꼽는다.

지난해 12월 3일 방영된 MBC PD수첩 ‘검찰 기자단’에서는 검찰과 기자들의 유착관계를 낱낱이 보여주었다. 전 검찰 출입기자는 “강력한 기사들이 나오는 곳은 검찰이 유일하다. 완전히 일방적인 관계에서 검찰이 하나 흘려주지 않으면 쓸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하며 검찰과의 관계가 중요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또 다른 출입 기자도 “기자들이 먹고사는 생리 구조가 검찰에 빨대를 박아 놓고 그것을 쪽쪽 빨아 먹어야 특종을 내는 구조”라고 말했다. 검사 중 한 명은 “우리 검찰은 보고가 반, 언론 플레이가 반이다. 특수부 검사들은 언론에 흘려서 결국 여론을 만들어서 결재를 받아 낸다. 여론전도 해야 영장도 나오고 당사자들에게 압박도 된다”며 검언유착 관계를 확인해 주었다.

검찰은 기자에게 정보를 제공해 여론전을 펼치고, 기자는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특종 보도한다. 또 여론을 이용해 검찰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원천 차단한다. 악의 순환이다. 

PD수첩의 한 장면(출처=PD수첩 화면 갈무리)
PD수첩 '검찰 기자단'이 보여준 검찰과 언론의 유착관계(출처=PD수첩 화면 갈무리)

 

신미희 사무총장 "검언유착 없애려면 관행 끊어야"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미희 사무총장은 검언유착의 원인으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관행'을 꼽았다. 관행이라는 이름의 고리를 끊어야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사무총장은 먼저 “출입처 기자실이나 기자단에서 제공되는 취재원 간의 유착을 통해 특종이나 단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취재 관행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정보의 자유로운 유통’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법무부에서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 이런 걸 마련했는데, 이런 식으로 정보를 제한한다면 특정 언론사와 검찰 취재원의 유착이 주는 부정적인 피해가 늘어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출입기자단만의 폐쇄가 아닌 청와대나 국회, 주요 부처 등에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기자실을 없애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또 “과거에는 정부나 신뢰도 있는 기관에서 발표한 자료는 그대로 인용해도 된다는 관행이 있었다”며 “원칙적으로 보면 어떤 자료라도 크로스체크를 하고 상대방의 반론을 취재해야 하는데, 이런 게 많이 생략돼 왔다. 그런 관행이 지금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확인되지 않은 내용들이 무차별적으로 보도가 되거나 의혹중심,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일을 막으려면 수사 과정의 뉴스가 아니라 재판 과정, 공판 과정의 뉴스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사무총장은 마지막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독자들의 변화도 촉구했다. 그는 “뉴스를 보는 독자들 역시 과거의 인식 즉, 수사 시작이나 과정이 곧 죄의 확정처럼 여겨지던 시절의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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