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관련 허위·왜곡·과장 정보 전달한 반동성애 활동가에게 '가짜뉴스 유포자' 표현은 "명예·인격권 훼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는 7일 ‘2020년 한국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2020 한국인권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는 7일 ‘2020년 한국인권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2020 한국인권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올해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공공연하게 혐오표현을 한 반동성애 활동가와 매체를 두고 ‘가짜뉴스 유포자’로 지적한 뉴스앤조이의 보도가 당사자의 명예 내지 인격권을 훼손했다고 본 판결이 선정됐다. 최고의 디딤돌 판결로는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조건부 수급자의 유족이 청구한 국가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한 하급심 판결이 선정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는 7일 ‘2020년 한국인권보고대회’를 개최하고 ‘2020년 10대 디딤돌·걸림돌 판결’을 발표했다.

‘2020년 10대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위원회(이하 선정위원회)’는 ‘가짜뉴스 유포자’ 판결에 대해 “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의 의미와 문제점을 간과하고, 혐오표현을 단순한 부정적인 의견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나아가 혐오표현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고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선정위원회는 해당 판결이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차별을 강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공론장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자칫 반복되는 혐오표현에 면죄부를 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선정된 재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14부(김병철 판사)에서 열렸다. 재판부는 지난 1월 15일 뉴스앤조이에게 김지연 대표(한국가족보건협회), GMW연합·KHTV 등을 ‘가짜뉴스 유포자’라고 표현한 부분을 모두 삭제하고, 각각 1,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뉴스앤조이는 이에 불복하고 항소한 상태다.

당시 재판부는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보다 ‘가짜뉴스 유포자’ 혹은 ‘가짜뉴스 유포 채널’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원고의 신뢰를 저하시킬 의도가 담긴 공격적인 표현으로 공공의 이해에 관한 사항으로 볼 수 없다”며 “원고의 명예 내지 인격권을 훼손하는 행위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뉴스앤조이는 지난 1월 20일 ‘반동성애 허위·왜곡 주장을 ‘가짜뉴스라고 썼다고 손해배상 3000만 원을 맞았습니다’ 기사에서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뉴스앤조이는 “원고들은 교계 반동성애 강사 혹은 매체”라며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감옥에 간다’거나 ‘동성애 하면 에이즈 걸린다’는 식으로 동성애 관련 허위·왜곡·과장 정보를 유포해 왔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사한 사안에 대해 다른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5부(이동욱 부장판사)는 지난 11월 11일 길원평 교수(부산대)가 뉴스앤조이의 ‘사랑의교회, ’가짜뉴스 유포자‘ 지목된 이들 특새 설교’라는 기사에 대해 정정 보도 및 손해배상 1억원을 청구한 건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 기사에서 원고(길원평)를 ‘가짜뉴스 유포자’로 지목된 사람이라고 표현한 것은 원고가 종전에 내용의 진실성이 의심되는 정보를 전달한 바 있음을 근거로 이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또 “‘가짜뉴스 유포자’라는 표현이 그 자체가 모욕적이고 경멸적인 인신공격에 해당하거나 원고의 신상에 관해 사실을 왜곡하는 공표 행위를 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올해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선정된 ’가짜뉴스 유포자‘ 판결. (사진=2020 한국인권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올해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선정된 ’가짜뉴스 유포자‘ 판결. (사진=2020 한국인권보고대회 영상 갈무리)

 

“차별·혐오표현 금지 조항 안착될 수 있는 기회 확대될 것”

선정위원회는 올해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선정된 ‘가짜뉴스 유포자’ 판결에 대해 “서울학생인권조례 일부 조항의 합헌 여부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서 차별·혐오표현을 금지해야 하는 필요성을 역설한 것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디딤돌 판결 중에 하나로도 선정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차별·혐오표현 금지 조항에 관한 합헌 결정’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결정문에서 “차별적 언사나 행동, 혐오적 표현은 단순히 부정적인 의견이 아니라 표현내용 자체가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혐오ㆍ적대감을 담고 있는 것”이라며 “혐오의 대상이 특정되어 있어 그 자체로 상대방인 개인이나 소수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차별ㆍ혐오표현은 그 대상인 개인이나 소수집단을 직ㆍ간접적으로 위협하거나 공격하는 것이고, 그 근거가 되는 성별 등의 사유에 대하여 차별적 감정이나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는 부작용을 일으키게 되며, 나아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조화를 깨트리게 된다”며 “판단능력이 미성숙한 학생들의 인격이나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학내에서 이러한 행위를 규제할 필요가 크다”며 학생인권조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선정위원회도 “이 결정은 적어도 최소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인권조례에서 차별·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조항이 안착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고, 앞으로 법령이나 정책분야에서 차별·혐오표현을 금지하는 주요 근거로 자리 잡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디딤돌 판결에 선정된 판결 중에는 ▲장신대 학생들의 성소수자 혐오 반대 퍼포먼스에 대한 징계의 효력을 정지한 가처분 결정 및 무효임을 확인한 본안 판결 ▲‘사랑의교회’ 도로점용허가처분에 대한 주민소송 원고 적격을 인정한 판결 등이 있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차별과 혐오에 앞장선 한국 개신교의 민낯이 다시 한 번 드러난 셈이다.

다음은 선정위원회에서 발표한 ‘2020년 10대 디딤돌·걸림돌 판결’,

2020년 11대 디딤돌 판결

- 한국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조건부 수급자의 유족이 청구한 국가배상청구를 일부인용한 하급심 판결

- 청소년의 자발적 성매매라는 잘못된 관념을 인정하지 않은 판결

- 임심한 여성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손상’은 산재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는 판결

- 고용노동부장관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는 그 법적 근거를 상실하여 위법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판결

- “위계”에 대한 해석 변경 판결

- 하도급법 위반한 기업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인정 판결

-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근로자에게 기존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적용되던 사용자의 취업규칙이 적용된다는 판결

- 이주여성의 취약성을 반영하여 성매매 피해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결정

-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차별·혐오표현 금지 조항에 관한 합헌 결정

- 여순사건 재심 무죄 판결

-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등 판결

2020년 10대 걸림돌 판결

- 공공연하게 혐오표현을 한 자를 ‘가짜뉴스 유포자’로 표현한 것이 당사자의 명예 내지 인격권을 훼손하였다고 본 판결(항소심 진행 중)

- 디엔에이신원확인정보 삭제를 요구할 조리상 신청권이 없다는 이유로 소를 각하한 판결(항소심 진행 중)

- 자격수당 등의 명목으로 지급된 금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한 추가 법정수당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고,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적법하게 휴일대체가 이루어진 이상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판결

- 혁명동지가 제창 이적성 유죄 확정 판결

- 47억 건 의료정보 유출 ‘IMS 헬스’사건 관련 책임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항소심 진행 중)

- 구 사회보호법에 따른 보호감호수용자의 임금청구를 기각한 판결

-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노동조합이나 근로자가 배상책임을 지는 배상액에 관한 판결(상고심 진행 중)

- 세월호참사대통령기록물 이관행위 등 위헌확인 헌법소원심판청구 각하 결정

- 삼척화력발전소 실시계획승인 취소의 소를 기각한 판결(항소심 진행 중)

- 장애인 기표보조인 2인 동반의무조항 헌법소원

이외에도 디딤돌 후보 판결에는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최초로 인정한 판결 ▲페미니즘 강연 학생에 대한 무기정학 징계가 무효라 확인한 판결 등이 있다. 걸림돌 후보 판결에는 ▲가입자 발신통화 관련 기지국 위치 공개의무가 통신사에게 없다고 한 판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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