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진 담임목사 횡령ㆍ배임 혐의로 고소 당해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부산영락교회 윤성진 담임목사가 지난 9월 당회 장로들로부터 업무상 배임·횡령,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교회의 당회와 제직회 등에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대출금 등을 포함해 해명이 필요한 금액은 총200억원에 달한다. 

 

사용처 불투명한 대출금 왜?

부산영락교회는 6.25 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 갔던 한경직·강신명 목사가 1951년 부산고려신학교 강당에서 예배를 드린 것이 모태가 된 유서 깊은 교회다. 본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 산하 교회였으나, 내분의 아픔을 겪으면서 합동정통 교단으로 옮겼다가 현재는 백석 교단에 가입돼 있다. 윤 목사는 1978년 전도사 신분으로 부산영락교회에 부임한 이래로 1983년부터 1989년까지 부목사를 거쳐 1990년부터 30년간 담임목사직을 유지해 왔다. 

문제를 제기한 교인들 역시 적게는 20년, 많게는 30-40년을 동고동락하며 윤 목사를 따른 중직들이다. 윤 목사에 대한 횡령·배임 의혹 혐의는 총 9가지에 이른다.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면, 윤 목사는 1990년 담임목사가 된 후 교회 안정화에 중점을 두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듬해인 1991년 교회설립 50주년위원회를 조직했다. 이를 통해 건축헌금 등을 모으다가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복지형 교회를 꿈꾸며 2만3000여평 규모의 부지를 매입했다. 전답에 그린벨트 지역이었던  해당 토지는 종교시설이 들어설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명의신탁약정(8명 이름)으로 매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 교회를 설립해 이전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땅을 담보로 2000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총 130억원을 대출했다가 상환하고, 다시 2012년 10월경부터 2019년 6월경까지 53억9천여만원을 대출받았다. 총 170억원여원에 달한다. 

2012년 이후 대출자는 2012년 10월 15일 부산영락교회 이름으로 각각 47억과 48억, 26억, 2017년 11월 14일 2억원을 대출받았고, 나머지는 모두 개인 명의로 총 18차례에 걸쳐 대출을 받았다. 대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총 11명인데, 이 중에는 윤성진 담임목사도 두 건(2015년 1월 2억, 2017년 12월 1억)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당회조차 알지 못했고, 예·결산 승인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 복수 교인들의 증언이다. 양산시는 2007년 부동산실명법을 어겼다는 이유를 들어 부산영락교회에 과징금 4억여원을 부과한 바 있다. 

(출처=제보자 제공)

 

또 1998년 7월부터 2002년 6월까지 경남 산청군 삼장면 유평리 239번지 등 전답 2만2193제곱미터(6707평)을 교회 자금으로 매입한 후, 이 역시 담보로 잡아 총3억원의 대출을 받았을 뿐 아니라, 이자 또한 교회에서 지급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평화나무는 이 역시 공동의회 결의를 거치거나 교인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복수 교인들의 증언을 청취했다. 

윤 목사의 사례비(생활비, 활동비, 의료전화, 사택관리, 특별지원금 등 포함)는 현재 월 1330만원 가량이다. 여기에 2010년부터 2016년까지 ‘교역자 연수비’로 연 4천만원을 책정해 놓고 월 400만원씩 7년간 안식년 위로비로 받아 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실제로 평화나무가 입수한 2016년 1월 31일 발의된 지출결의서에는 ‘항’에 '교역자연수'라고 쓰여 있고, 그 아래 적요에 ‘담임목사 안식년’이라고 적혀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역시 교인들이나 장로들이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것. 

이 밖에 윤 목사는 양산 소재 성전에서 예배할 때마다 걷어 들이는 연3억원 이상 규모의 헌금은 교회 예·결산 일반회계에 편성시키지 않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또 2016년까지 교회가 선교비를 지급했던 선교단체의 실제 연락처가 다르거나 송금 내역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또 2018년 2월 윤 목사 개인 명의 아파트를 담보로 4900만원을 대출받은 후, 이자와 원금 상환은 교회가 하고 있었다는 지적 등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제보자제공)


 

"'보상' 문제 해결되면, 외부 회계기관에 맡겨 투명하게 공개하겠다"

당장 공개 어려운 이유는 무엇?

평화나무는 이와 관련해 교회 장로 7명의 이야기를 청취했다. 이 중에는 고소인도 포함되어 있지만, 윤 목사 편에 서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로도 있다. 

현재 재정위원장을 맡고 있는 A 장로는 ‘토지를 사는 과정에서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거나, 대출을 받을 때 당회 승인을 받지 않은 정황이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당회에 들어온 지 7년밖에 안 됐다”며 “10여년 전에 장로님들이 다 결정했고, 당회록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조사해보면 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회에서 대출 승인을 했는지에 대한 답변으론 부족해 보인다. A장로가 당회원이 된 2014년 이후 받은 대출만 12건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35억원이다. 또 A장로 역시 “문제가 될 것이 있다 없다는 의견보다는 제가 장로지만, 제가 (교회 재정문제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조사해보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로는 올해부터 교회 재정을 맡게 됐다고 했다. 교회 재정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교회 소유의 땅이 담보 잡히는 문제를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다면, 그것 역시 교회 재정의 불투명성을 입증하는 꼴이 된다. 

오히려 "땅을 사는 과정에서는 그래도 감사라든지 당회 보고 같은 걸 했는데 이후론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다른 장로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A장로는 ‘장부를 공개하고 투명하게 밝힐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보상'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보상하고 그런 게 완료가 안 됐기 때문에, (보상 문제가) 끝나고 나면 외부 회계 기관에 맡겨 투명하게 공개하기로 약속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상이란 교회가 2000년부터 2004년 사이 매입한 양산시 울금면 가산리 소재 땅의 그린벨트가 해제되고 가산산업단지로 편입되면서 받는 보상금을 이른 것으로 풀이된다. 

보상 문제 때문에 오랜 기간 문제가 되어 온 재정 문제를 속 시원히 공개할 수 없다고 답변하는 건, 납득이 어려운 지점이다. 감사를 맡고 있는 한 장로는 “교회가 2017년 이전에는 감사를 제대로 받은 적이 없다”며 "자체 감사를 하기는 했으나, 거의 없었다고 보고 지난해부터는 장부를 안 줘서 감사를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담임목사도 장부를 내주라고 지시하거나, 감사를 받으라고 말한 적도 없고 자기들끼리 한통속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평화나무가 입수한 문서에는 감사위원회가 70주년 준비위원장과 당회장에게 올해 회계감사에 따른 서류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제출되지 않아 재요청한다는 공문이 포함돼 있다. 

최호윤 회계사(회계법인 더함 대표)는 "교회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받고 자금의 흐름을 알지 못한다면 큰 문제"라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면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정도는 교회 장부에 나와 있어야 한다. 없다면 횡령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산이 안 된 상태라 해도 오늘 날짜의 회계는 나올 수 있어야 한다"며 "정산한 후에 공개하겠다는 얘기는 중간 과정을 없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고 완료가 안 됐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출처=제보자 제공) 

 

담임목사보다 먼저 교회에 출석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B장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관련 사안에 대해 해명했다. 

그는 실제 7년간 연 4000만원씩 ‘교역자 연수비’로 예산을 잡아 놓고, 실제 월 400만원씩 담임목사에게 준 것 아니냐는 의심과 관련해 “이 돈은 판공비 성격”이라며 “담임목사를 포함한 교역자들이 외부 세미나에 참석할 때 지출되는 비용”이라고 했다. 

‘이 돈이 담임목사에게만 나가는 것이 아니라, 교역자 전체에게 지급된 돈’이냐고 거듭 묻자, “담임목사님을 포함한 교역자 전체 세미나도 있다. 또 담임목사님이 세미나에 참석하면 큰 교회다 보니, 후배 목회자들을 만날 것 아닌가. 그러면 식사비를 누가 내겠나. 큰 교회 목사님이 내셔야 한다. 그러면 그 비용을 개인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 그런 비용들”이라고 해명했다. 

참고로 윤 목사의 한해 연봉은 1억원이 훌쩍 넘는다. B장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담임목사의 품위 유지를 위해 다양한 예산 항목을 세워 충당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또 문제를 제기하는 장로들은 '판공비'는 따로 예산에 잡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장로는 "식사를 했다면 영수증 처리를 했으면 되는데, 영수증도 없으니 감사를 통해 따져 보자는 것인데 그것조차 거부하고 있으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최 회계사는 "영수증이 없는 것도 문제고, 담임목사가 세미나 참석 후배 목사들의 식사 비용을 내주는 것이었다면, 예산 항목을 연수비로 넣을 것이 아니었다. 담임목사의 업무 추진비 성격이지 항목의 성격 자체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 ‘목사의 개인 명의 아파트를 4900만원의 담보 대출받으면서 이자와 원금 상황을 교회에서 한 이유’를 묻자, B장로는 “4900만원을 대출해서 목사님이 쓴 게 아니라 이중 1900만원은 교역자 중에서 사택을 내드리지 못한 당시 4명의 교역자 임대보증금으로 사용된 돈이다. 또 3000만원은 양산 성전 수리하는데 들어갔다”며 “목사님 명의로 대출을 받았지만 교회가 필요해서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제보에 따르면 교회의 연간 헌금은 30억원 규모다. 한 달 기준 2억5천만원 규모인 셈. 교역자 임대보증금과 성전 수리를 위해 4900만원 대출 받아야 할 정도로 교회 살림이 빠듯했는지, 성전 수리가 그 정도로 시급했는지도 교인들 사이에서 따져 볼 수 있는 일이다. 또 이 모든 것을 차치해두고라도 장로들 사이에서 의혹이 불거질 정도로 재정 사용처에 대한 공개가 안 됐다는 건 더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한 장로는 “이 같은 문제를 담임목사에게 물어보면, ‘본인과는 상관없다는 식으로만 얘기하고, 사인만 했다. 사용처는 모른다’는 책임 없는 말만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계사는 "통장과 자금 이동 거래 내역을 보면서 설명해야 설득이 되는 것 아니냐"며 "재정 관리하는 분들이 주장에 설득력을 갖추려면 보완 서류들을 보여주면서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수십년 섬긴 교회서 의혹 제기하면 '배척'

교인들이 궁금해하고 문제의식을 느끼는 부분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하지 않는 분위기도 문제지만, 문제를 제기하는 교인들이 수십 년간 섬긴 교회에서 배척당하는 분위기라는 것도 아쉬움을 남기는 대목이다. 

한 장로는 "교회가 하나 되는 것이 중요하고 교인들은 세상 법정에 가면 안 된다고 한다"며 "장로들이 이 사안까지 오게 된 거는 문제가 있다면 털어놓고 교회를 지키자고 왔는데 우리가 안에서 외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당회도 마찬가지고 우리가 오히려 교회 내에서 안 좋은 사람 취급을 당하고 공개적으로 그렇게 당하다 보니까 잠시 정신을 잃을 정도로 충격이 왔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이어 “그 이후에도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상식 밖”이라며 “교회에서 바르게 하자고 하나님 앞에서 이야기하는데도 상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교회 만의 일이 아니라, 한국교회와 또 목사님들에게 경각심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고 말했다. 

또 “신앙생활하면서 들어온 교회 내 갈등 문제를 현실로 마주하게 되니 내가 믿었던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마음이 너무 컸다”며 “장로로서 어떤 문제든 함께 해결하고 내용을 알아야 하지 않나. 성도들이 그래서 장로를 뽑아 놓은 것 아닌가. 그런데 몇몇 사람에 의해서 문제가 생겨 왔고, 문제를 해결하고 알아보자고 하는데 전혀 가르쳐주지 않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장로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더라도 경리 보고 통장달라, 장부 달라고 했는데 안 주면 문제 아닌가"라며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해도 교인들은 관심이 없다. 또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은 매주 설교를 듣고 예배드리는 것 자체가 힘이 드니까 교회를 떠나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기사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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