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 “차별에 결코 침묵하지 않으며 사랑의 지경을 넓혀갈 것”

무지개신학연구소와 퀴어신학아카데미는 지난 14일 ‘제1회 무지개 목회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사진=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무지개신학연구소와 퀴어신학아카데미는 지난 14일 ‘제1회 무지개 목회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사진=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을 선고받은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가 ‘제1회 무지개 목회상’을 수상했다. 이동환 목사는 “제가 한 일이라고는 축복식에 초대받아 집례한 것 밖에는 없다. 목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했던 것 뿐”이라며 “응원의 마음 잘 받아서 포기하지않고 꿋꿋이 걸어나가겠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무지개 목회상은 무지개신학연구소(소장 김준우)와 퀴어신학아카데미가 예수님의 정신을 따라 소수자와의 연대를 실천하는 목회자를 격려하기 위해 올해 처음 제정됐다. ‘제1회 무지개 목회상 시상식’은 지난 14일 기독교회관 조에홀에서 개최됐다. 시상식은 코로나19 방역단계 격상으로 최소한의 진행인원만 모여 진행됐다.

김준우 소장은 시상 취지를 설명하면서 수상자인 이동환 목사에게 선배 신학자로서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무지개신학을 본격 소개해서 신학자들이 받았어야 할 종교재판을 후배 목사가 대신 받게 된 것이 너무 미안했다”며 “이동환 목사에게 힘을 실어줄 방법을 생각하다가 무지개목회상을 제정함으로써 그 축복식은 분명히 “성령의 역사”이며 “신학적으로 정통”임을 확증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동환 목사가 성소수자 축복을 이유로 최초로 교단 재판에 회부된 이유도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 소장은 “타인의 고통에 민감하여 종교재판을 받았다는 것은 사랑의 혁명가 예수의 올곧은 제자의 길에 들어섰다는 뜻”이라며 “하나님께서 이 목사에게 베푸실 상급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지개목회상은 아주 작은 것이다. 그러나 이동환 목사는 평생 이단자라는 딱지가 붙을 것이며, 개인적으로 많이 외로운 때도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외로움이 찾아올 때마다 무지개목회상이 든든한 연대의 상징임을 새삼 기억하면서, 외로움을 견디며 승리하면 좋겠다는 소망”이라고 격려했다.

홍인식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는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더라도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교단과 한국교회의 현실에 안타까워하며 이동환 목사에 대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홍 목사는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한다고 하면 욕망을 지배하고 멀리하는 훌륭한 일이라고 칭찬 들을 수 있는 일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성소수자에 대해서 포용하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간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야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이동환 목사님이 이 좋은 무지개목회상을 받으시니 기쁘고 좋으면서도 이런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서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사실 굉장히 좋고 자연스러운 하나님의 일인데도 오늘 한국교회가 이동환 목사를 위험한 사람, 위험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한다”며 “오늘 격려사를 하러 나왔지만 사실 이동환 목사님의 행적과 박해받는 일이 저에게 오히려 격려를 주고 있음을 말씀드린다. 다시 한 번 용기 드리고 축하드린다”고 했다.

찬하사를 전한 유연희 교수(감신대 객원)는 “이동환 목사님은 목회 현장과 삶 속에서 차별당하는 사람들, 소외당하는 사람들, 오해받는 사람들에게 귀 기울이고 함께 있어 주셨다”며 “예수님의 제자로서, 그리고 사제의 소명을 받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셨다”고 했다.

유 교수는 “목사로서 차별당하는 사람들을 품고 지지하는 것, 멋진 목사다. 혐오하고, 영혼을 죽이는 인생을 사는 것보다, 사랑하고 축복하는 인생을 사는 것, 멋진 일”이라며 “앞으로도 모든 사람들을 품는, 심지어 혐오하는 이들을 위해서도 기도해주는 큰 목사님이 되어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동환 목사는 소속 연회인 경기연회로부터 정직 2년을 선고받고 총회인 기독교대한감리회에 상고한 상태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황이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는 지난 11월 9일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감리회 본부 앞에서 기도회를 열고 피켓 시위도 진행중이다.

수상소감을 전한 이 목사는 지금도 맨몸으로 혐오를 받아내고 싸우고 있는 성소수자들과 이들과 먼저 연대의 손길을 내민 선배 목회자들에게 수상의 영예를 돌렸다. 그는 “격랑 같은 시간들을 지나오며 참 외롭고 힘겨운 시간들도 있었지만 참 감사한 일들도 많이 있었다. 고립감과 외로움에 혼자 울고 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분들이 계셨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총회 재판 결과에 상관없이 목회자로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을 멈추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다짐도 전했다.

이 목사는 “이 상은 지금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격려요, 함께 혐오에 맞서겠다는 연대이자 평등한 한국교회를 열어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응원의 마음 잘 받아서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걸어 나가겠다. 차별에 결코 침묵하지 않으며 인간의 존엄에 대해 외치겠다. 함께하는 분들과 더불어 차별을 조장하는 감리교의 악법을 폐기시키고, 계속해서 땅 끝으로 나아가며 사랑의 지경을 넓혀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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