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혐의 인정하고도 ‘정직 2개월’ 징계
징계 수위에 아쉬움 성토.. 검찰개혁 이뤄내자 독려하기도

징계위로부터 정직 2개월을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출처=연합뉴스)
징계위로부터 정직 2개월을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원회가 두 번의 마라톤 회의 끝에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를 결정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의 비위 사건 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윤 총장의 직무 집행정지 및 징계를 신청했다. 그러나 윤 총장은 법원에 직무정지에 대한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업무에 복귀한 바 있다.

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정지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하면서 남은 징계위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윤 총장이 검찰개혁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던 종교계와 시민단체들은 8일과 9일 대대적인 집회를 열어 성명을 발표하며 검찰개혁과 더불어 ‘윤 총장의 해임 및 사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징계위는 검찰개혁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다. 윤 총장을 비호하는 사람들 역시 윤 총장의 징계 여부에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 10일 윤 총장의 첫 징계 심의가 열리던 날 아침, 법무부가 있는 과천정부청사 앞은 윤 총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사람들과 윤 총장에 대해 징계를 신청한 추 장관을 비난하는 조화로 가득했다.

당일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던 징계위는 좀처럼 결론이 나지 않았다. 9시간이 넘는 회의 끝에 15일로 심의를 연기했지만, 15일에 열린 징계위도 약 18시간 넘게 회의를 이어갔다. 결국, 다음 날인 16일 새벽 4시경, 오랜 격통 끝에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를 결정했다.

 

징계위원회, 윤석열 혐의 인정하고도 정직 2개월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해 제기한 비위 혐의는 △중앙일보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 △주요사건 재판부 판사들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 및 감찰방해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 △검사로서 정치적 중립에 관한 위신 손상 △감찰대상자로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 방해 총 여섯 가지다.

징계위는 이중 △판사 불법사찰 문건 작성 △정치적 중립 위반 △채널A 사건 관련 감찰 방해 △채널A 사건 수사 방해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하고 나머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정했다. 언론 사주와의 부적절한 만남은 징계하기엔 미약하다며 불문으로 했다.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는 “코로나로 고초를 겪고 계신 국민들에게 이런 불미스러운 일을 오래 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오늘 결정했다”며 입을 뗐다. 정 직무대리는 “증거에 입각해 혐의와 양정을 정했다”며 “국민께서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정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은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다. 또 “오전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계속 결론이 안 나서 회의를 오래 했다”며 미리 결론을 정해 놓은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추 장관은 오후 5시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징계위원회 결과를 보고했다. 윤 총장의 징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만 남겨놓은 상태다.

답변중인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출처=연합뉴스)
답변중인 정한중 징계위원장 직무대리(출처=연합뉴스)

 

 

서기호 전 판사 "권한 남용 우려, 부족한 조치"

이연주 전 검사 "징계위원들 부담 작용했을 것.. 아쉽지만 검찰개혁 시발점 삼아야" 

김민웅 교수 "또 힘내서 앞으로 나가야" 

언론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그동안 징계를 받은 검찰총장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 문제가 불거지면 자진 사임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이들은 이번 징계 수위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를 검찰개혁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기호 변호사는 “그동안 했던 행위와 앞으로도 계속 총장의 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있어 보이는 상황에서 매우 부족한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직무 정지의 효과가 안 나올 거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연주 변호사는 “징계위원들의 압박감이 심했을 것”이라며 “중징계를 내렸다가 징계처분 취소소송이 받아들여져 다시 업무에 복귀하면 또 징계하기 부담스러워 안전한 길을 걸으려다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고, 윤 총장을 쫓아낸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좀 길게 보자”며 일희일비하지 말고 계속 검찰개혁을 위해 힘써 줄 것을 부탁했다.

경희대학교 김민웅 교수는 자신의 SNS에 “크게 아쉽지만, 어느 쪽이든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가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로 일단 그 의미에 무게를 두는 것이 옳다”며 “우리의 역량이 여기까지라면 여기서 또 앞으로 나가자”고 다독였다.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그리스도인’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발언자로 나섰던 교회개혁실천연대 이헌주 사무국장도 “이 한 건만 보고 잘잘못을 따지긴 어렵다”며 “결과만을 가지고 판단하는 게 아니라 이런 일(검찰개혁)에 지속해서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특히 그리스도인들이 시민사회의 불의에 저항하는 일에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며 그리스도인들을 독려했다.

한편, 2개월 정직 징계를 받은 윤 총장은 대통령이 정직 처분을 재가하는 즉시 법원에 징계 취소 소송과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징계 효력을 정지시키는 집행정지 신청을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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