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권지연 평화나무 기자

헤븐포인트교회 교인들이 그루밍에서 벗어나는 모습은 한 편의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됐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하나님이 다 하셨습니다”라는 고백을 해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지난 6월 평화나무에는 두 명의 제보자가 찾아왔다. 헤븐포인트교회의 전도사들이자 곽세지·하만복 목사와 가족관계였던 이들이다. 가족인 곽세지 씨로부터 낙태를 종용받아 마음 아프게 아이를 떼어냈고, 교인들이 함께있는 자리에서 폭행을 당하고 2년 전 교회를 나왔다는 얘기였다. 이들은 자신들이 당한 이야기뿐 아니라, 교회의 여러 문제를 털어놓고 증거자료까지 제공했다. 목사의 교리적 문제, 교인들에게 수없이 폭언과 폭행을 가하는 문제, 교회 내 성문제, 재정문제 등 이루다 말할 수 없는 문제들이 폭로됐다. 가족을 고발하는 이들의 마음이 과연 괜찮을까 싶어 걱정되어 물었다. “정말 괜찮겠느냐”고. 

제보자는 첫 만남에서 “그간 전도사로서 교인들에게 본인들도 잘못 가르쳤던 부분들에 대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공익성을 강조했고,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 교회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알려왔다. 그런데 막상 보도하기 직전인 7월 21일 자정께 제보를 취소한다고 밝혀왔다. 

곽세지 목사가 찾아와 본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가족 간 화해를 이루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이들 제보자 외 추가 증언들까지 확보한 상황이었고, 이 교회의 문제를 가족 간 불화 정도로 치부할 수 없었으니 고민은 깊어졌다. 내부 논의를 거친 후 “긴 시간 일어난 교회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안 이상 보도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나는 선뜻 이미 쓴 기사도 제작한 영상도 풀지 못했다. 

"교회의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첫 제보자들을 믿어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대체 어떻게 회복을 시도하겠느냐’는 취지의 나의 여러 질문에 제대로 답변도 없는 이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이들로부터 ‘제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이메일로, 누군가는 비밀 채팅방을 통해, 무척이나 조심하게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역력했다. 이들을 한 명 한 명 만나면서 그간 헤븐포인트 교회에서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다. 

그중 하나가 곽세지 아들 목사의 성추행 사실이 교회에서 공론화됐다는 점이었다. 참고로 곽 목사의 아들 목사인 하 모 씨는 이 교회 교육목사로서 곽세지 씨가 짝지어준 부부팀과 청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고 정신적·정서적으로 종속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 씨는 20대 초중반의 여신도 예닐곱 명은 예배 중에 받은 감동(은혜)을 나눈다는 핑계로 자주 모였고, “우리가 이렇게 (하 씨로 인해) 은혜를 받았는데 깨 벗고 춤이라도 출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분위기를 몰아 충성심을 요구한 뒤, 수차례 성추행했다. 그는 22일 열린 첫 재판에서 이 사실을 모두 시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수년 전 교회에서 공론화했다가 정신이상자로 몰려 쫓겨난 교인이 있었고, 이 내용은 첫 제보자를 통해서 제보된 내용에도 포함돼 있었다. 

나를 만난 성추행 피해자 중 한 명은 “평화나무가 교회로 보낸 질문지를 보고 생각의 전환의 계기를 가질 수 있었다”고 했다. 무슨 얘기를 들어보니, 평화나무가 보낸 질문지 내용은 모두 본인이 한 번도 문제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사실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번도 문제라고 생각 못한 것들을 외부에서 문제라고 여겨 질문지를 보낸 것을 보고 판단 기준을 달리하다 보니 맹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수년 전, 성추행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정신이상자로 몰려 쫓겨난 교인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교회를 지키는 일이라고 판단해 거짓 증언했던 일이 내내 걸렸던 차였다”고 털어놓았다. 어린 시절부터 곽세지 목사와 그의 아들 목사의 가르침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던 교인이 깨어나는 순간은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순간에 일어났던 것이다. 

그렇게 교회는 곽세지 씨의 아들 목사 하 씨의 성추행 건으로 발칵 뒤집혔다. 눈속임용이었다는 정황도 드러났지만, 교회는 부랴부랴 하 목사를 사임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하 씨를 경찰에 자수시키자는 일부 교인들의 요구에는 곽 목사가 대노했다는 것이다. 교인들을 모아 놓고, “내 자식의 잘못된 행동은 다 너희가 기도하지 않아서”라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는 곽 씨의 모습을 보면서, 하 씨에 대한 제대로 된 치리를 요구하는 교인들을 ‘음해세력’으로 몰아버리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그루밍에서 깨어나는 교인들은 하나둘 늘어났다. 

성추행 건을 제보한 복수의 제보자들과 만난 전후로 나는 다른 루트로 연락이 온 또 다른 제보자들도 만날 수 있었다. 

무척 안타깝고 속상한 건, 최초 제보자들이 평화나무에 약속했던 것처럼 교회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평화나무 대응을 위해 거짓말에 협조했다는 점이었다. 최초 제보자 A씨가 곽 씨에게 평화나무에서 관련 보도 내용이 나오게 되면, 태아는 이미 죽어있는 상태였는데 거짓 보도했다는 식으로 대응하겠다고 보낸 카카오톡 내용도 손에 들어왔다. 또 A씨가 교회로 돌아가 교인들의 박수를 받으며 “이제 평화나무에 대해 대응하자”고 발언하는 음성 파일도 입수됐다. 뒤통수를 맞았다는 생각보다는 이렇게밖에 할 수 없는 그들의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들도 전도사이고, 사역자 아닌가. 다 제보해 놓고 좌절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의 앞으로의 삶은 제2의 곽세지의 길밖에 없는 것이 아닐런지, 참담한 마음도 들었다. 

교회의 문제점과 증언은 넘쳐 났지만, 굳이 최초 제보자들이 교회를 나올 수밖에 없었던 시발점이 된 낙태건을 보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아직 그루밍에서 깨어나지 않은 교인들이 “낙태건은 최초 제보자들이 거짓으로 제보한 것이었는데, 평화나무가 일을 크게 만들어 교회를 공격하려 한다”는 교회측의 거짓 주장을 그대도 믿고, 평화나무에 대한 댓글 공작을 조직적으로 준비해 놓았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헤븐포인트교회가 평화나무 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댓글공작을 준비했으나, 오히려 교인들 다수가 교사의 거짓 모습을 깨닫고 그루밍에서 깨어나는 계기를 맞게 됐다.   (출처=제보자 제공) 
헤븐포인트교회가 평화나무 보도에 대응하기 위해 댓글공작을 준비했으나, 오히려 교인들 다수가 교사의 거짓 모습을 깨닫고 그루밍에서 깨어나는 계기를 맞게 됐다.   (출처=제보자 제공)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교회측이 연령별로 팀을 꾸려 만든 댓글들은 풀리지 않았다. 기사를 통해 ‘낙태사건’이 사실이라는 증거가 제시됐고, 그 사실을 통해 곽세지 목사의 거짓된 모습을 더 많은 교인이 확인하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곽세지 목사의 측근 중 한 명이 “낙태를 종용받았다는 제보가 거짓 제보였는데, 평화나무가 그대로 보도했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으나, 언중위는 지난 17일 열린 심리에서 5분여 만에 기각했다. 언중위 심리일이 잡히고도 평화나무를 향해 ‘음해세력’이라며 목사 편에서 대응하던 이들이 하나, 둘 평화나무 제보자로 왔으니, 그쪽 변호인도 참 황당한 상황이었으리라. 

후에 평화나무 대응 차원에서 만든 댓글들을 입수했는데, 곽 씨의 입양 내용을 홍보하고, 평화나무 이사장에 대한 각종 비방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앞서 평화나무가 보도한 빛과진리교회의 대응전략을 벤치마킹하기도 했다. 

제보자는 “해당 내용 중에는 지어낸 내용도 많았다”고 했다. 또 “김용민 이사장의 과거 발언을 영상으로 편집하는데 ‘이렇게 편집하면 이 사람이 한 말의 진의가 달라지지 않느냐’고 하자, ‘그런 건 필요없다’며, 악마의 편집을 요구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평화나무가 입수한 자료에는 평화나무를 먹는 퍼포먼스를 취하며, “목사님 힘내세요”를 외치는 교인들의 모습이 촬영된 영상도 포함돼 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은 그들 중 대부분은 모두 거짓된 사슬에서 벗어났다는 것이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곽세지 씨와 그의 지척에서 함께 권력을 누려온 사역자들의 거짓이 만든 자업자득이다. 평화나무에 대응하기 위해 김용민 이사장과 김디모데 목사 그리고 나의 "사지를 찢어달라, "암에 걸리게 해달라"는 등의 결박 기도를 했다는 교인들의 기도를 하나님은 역으로 행하셔서, 나를 한동안 헤븐포인트교회 취재에만 올인하게 하셨고 많은 교인들이 올무에서 벗어났다. 

이제 교회는 후임 목사를 청빙 후 새로운 출발을 한다. 거짓 목사에 속아 수십년을 인격적으로 모독당하고 심지어 맞고, 불안에 떨며 인생을 허비하면서도 그것이 사명 감당인 줄 알고 살아왔다고 눈물 흘리는 교인들을 아끼고 사랑해 줄, 이들이 진짜 주님을 만나도록 안내해 줄 목회자가 후임목사로 청빙됐기를 바랄 뿐이다. 

평화나무를 음해세력이라 생각해 보도에 불만을 쏟던 한 교인이 제보자로 돌아온 후 한 말은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 목사가 없으면, 이 교회가 아니면 못 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저는 지금 너무 자유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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