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고별 설교 전한 김삼환 원로목사 “하나님이 주신 강단…다음 주자에게 넘기는 은혜주셨다”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목사 복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제104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에서 결의된 수습안에 따라 2021년 1월 1일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복귀가 가능해졌다. (사진=연합뉴스)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목사 복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제104회 총회에서 결의된 수습안에 따라 2021년 1월 1일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복귀가 가능해졌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김하나 목사가 명성교회 담임목사로 복귀한다. 김삼환 원로목사가 종교개혁 500주년이었던 지난 2017년 11월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준 이래로 3년 만에 목회세습을 마무리하는 셈이다. 코로나19로 예배만 드릴 수 있으면 이웃의 생명은 상관없다는 한국교회의 이기적인 민낯이 드러난 2020년을 마무리하는 가운데 ‘명성교회 세습 완료’라는 부끄러운 모습까지 추가하게 됐다.

명성교회는 복귀를 앞둔 김하나 목사를 맞이할 준비에 분주하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지난 27일 명성교회 주일예배에서 ‘오직 주님 50년, 은혜의 50년(고전15:8~10, 57~58)’라는 제목으로 사실상 고별 설교를 전했다. 설교에 앞서 교회 소식을 전할 때에도 김삼환 원로목사는 “2021년도 우리 교회의 주제는 (김하나) 담임목사가 이렇게 정했다. ‘기다리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 성구는 이사야 30장 18절”이라고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는 소회도 전했다. 김 원로목사는 “오늘날까지 명성교회 40년, 해양교회 10년 해서 50년을 오늘 마지막 강단에 서게 됐다. 원래 정년으로 말하면 5년 전에 제가 명성교회 끝이 났지만, 담임목사 청빙 절차로 인해서 하나님은 저에게 40년을 채우시려고 오늘까지 이 강단을 은혜의 강단으로 주님께 감사 올리며 오늘 마무리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날 설교는 명성교회에서의 목회 여정을 정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자신의 목회 여정을 ‘오직 주님, 오직 교회, 오직 기도’로 요약하면서, 물심양면 도와준 이들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감사의 말도 전했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주님은 오직 주님으로 저를 강하게 훈련하셨다. ‘너는 돈이 없어도 살 수 있다’, ‘어떤 질병에서도 살 수 있다’, ‘어떤 핍박에서도 살 수 있다’, ‘어떤 위기 속에서도 살 수 있다’, ‘내가 너와 함께 한다’ 주님과 끊임없이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도록 주님은 나를 강하게 광야로 몰아붙여주신 것”이라고 했다.

김삼환 원로목사의 목회철학으로 잘 알려진 ‘머슴론’도 등장했다. 지금까지 항상 주님의 ‘머슴’으로 목회에만 전념했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는 주님의 밭인데, 주인이 밭을 볼 때에 온갖 곡식들이 황금물결치고 열매로 가득할 때 주인이 기뻐하시는 것”이라며 “교회는 내 땅이 아니고, 주인의 땅이다. 주인을 기쁘시게 하는 나는 머슴의 역할을 하면서 이 교회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에 황금물결을 이루도록 가는 교회마다 부흥시키고 가는 교회마다 교회를 훌륭하게 만들었다. 주인은 기뻐하셨다”고 자화자찬했다.

이어 “비천한 자에게 이 밭을 맡겨주신 주님의 은혜를 생각하면 너무나 감사하기 그지없다”며 잠시 울먹거리기까지 했다. 교인들에게도 머슴이 되라고 권면했다. 교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사랑하는 모든 성도 여러분, 오늘 말씀하여 주신대로 여러분도 오직 주님으로, 오직 교회로, 아버지 집을 향하여 아버지 밭에서 땀 흘려 충성하는 여러분, 머슴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아들인 김하나 목사에 대한 기대도 가득했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코로나가 밀어닥치고 얼마나 큰 위기 속에서 하나님은 기도를 통하여 교회를 지키셨다. 마지막까지 이 어려운 사명을 다하고 하나님이 주신 이 강단을 다음 주자, 주의 종에게 넘길 수 있도록 은혜를 주신 거다. 모든 걸 말끔하게 새 하늘과 새 땅으로 만들어주신 것”이라며 “이 모든 것 주님의 은혜다. 하나하나 제가 한 게 없다. 모두가 다 주님의 은혜”라고 했다.

하지만 김하나 목사가 담임목사로 활동하더라도 설교는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게 내비쳤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담임목사하고 의논을 하고 있다. 1부 예배 그대로 해달라고 하는 분들도 있고, 한 달에 한 번 1부부터 5부까지 다 해 달라, 그것도 참 좋은 생각”이라며 “저는 1부에 하는 게 아쉬운 것은 1부나 5부나 설교준비가 제일 힘들고 보통 어려운 게 아닌데, 한 번만 하고 안 한다는 것도 조금 아까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1월은 이제 몸이 축이 나서 쉬어야 된다. 2월이나 3월 되면서 설교도 하면서 조금 더 은혜주시면 섬기고 싶다”면서도 “저야 있으나 없으나 담임목사가 이제는 너무 잘한다. 넉넉하게 잘하기 때문에, 이 교회 위에 하나님 물 부듯이 은혜 부어주실 줄로 믿는다”고 했다.

 

명성교회 창립 35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머슴복을 입고 있는 김삼환 원로목사. 지난 27일 주일예배 3부에서 기념 음악회 관련 영상으로 설교를 마무리했다. (사진=C채널 영상 갈무리)
명성교회 창립 35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머슴복’을 입고 있는 김삼환 원로목사. 지난 27일 주일예배 3부에서 기념 음악회 관련 영상으로 설교를 마무리했다. (사진=C채널 영상 갈무리)

 

예장통합 목회자들, 명성교회 세습 인정해준 수습안 무효소송 돌입

명성교회 세습을 돌이킬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당장 올해만 하더라도 명성교회 세습을 인정해준 수습안을 철회해달라는 수많은 총대들의 요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총회장 신정호 목사)는 정치부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하며 수수방관으로 일관했다. 사실상 교단 내부에서 수습할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날려버린 것이다.

평화나무는 지난 29일부터 변창배 목사(예장통합 사무총장)에게 ‘향후 임원회에서 명성교회 수습안을 철회해달라는 헌의안을 다룰 계획이 있는지’, ‘논의한다면 언제 임원회를 개최할 것인지’, ‘2021년 1월 1일 이후 김하나 목사의 담임목사 복귀가 향후 임원회에서 논의될 수습안 철회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닌지’ 등을 묻기 위해 전화와 문자를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다.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복귀가 임박했지만, 담임목사로서의 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당장 30일에는 ‘예장통합총회바로세우기 행동연대(대표 박은호 목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성교회 세습을 용인해준 지난 제104회 총회 수습안 무효소송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명성교회와 서울동남노회가 헌법 정치 제28조 제6항을 어기는 불법을 저질렀을 때에도, 교단 총회와 재판국이 이를 바로잡았었다”며 “그런데 우리 교단의 자정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2019년 9월 제104회 총회에서 명성교회수습전권위원회가 교단 헌법을 무력화시키고 세습을 정당화시켜주고자 불법적인 명성교회 수습안을 제시하고 이를 총회가 가결하였다. 그리고 제105회 총회는 그것을 바로잡지 않았다. 우리 교단 총회는 자신이 제정한 법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법정을 통해 소송을 시작하는 우리의 마음이 참담하다. 교단의 공의와 헌법 질서를 회복하는 일을 교단 내에서 해결하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실망이 가득하다”며 “하지만 이방인을 심판의 도구로 사용하시기도 하셨던 공의의 하나님께서 이 일을 통하여 우리 교단의 거룩한 공교회성과 헌법 질서와 사회의 신뢰를 회복시키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기대한다”고 했다.

명성교회 세습반대운동을 펼쳐온 명성교회 교인들도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복귀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정태윤 집사(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는 “김하나 목사의 복귀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교단법을 어기고 청빙했던 것이 2019년 8월 5일 재심판결로 무임목사가 되었다. 김하나 목사가 언제 명성교회 담임목사였나”며 “교단법을 어기면서 불법세습으로 교회의 질서마저 마음대로 파괴하고는 이제 와서 교회의 질서를 따랐다는 부끄러운 거짓말은 제발 하지말기를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작년에 장로들을 내세워 교인들을 폭행하고 또 명예훼손으로 무더기 고소를 하여 전과자로 만들더니 12월 27일 1부 헌금기도에서는 ‘저희 교회를 조금 어렵게 하신 분들, 조금도 마음에 남아 있지 않으니 저들에게 복을 내려 주옵소서’라는 낯 뜨거운 기도를 했다”며 “아들을 담임목사로 앉히기 위하여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죄 값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 집사는 “앞으로 잘 하겠다는 입에 발린 말만 하지 말고, 하나님 앞에 진심으로 회개하고 물러나는 것만이 지난 과오를 용서받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명성교회를 비롯한 대형교회 목회세습에 대해 꾸준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온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는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복귀에 참담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헌주 목사(교회개혁실천연대 사무국장)는 명성교회 세습 완료를 두고서 “김삼환·김하나 목사가 가지고 있는 권력과 부에 대한 광기, 그런 목회자의 광기에 대해 무신경한 성도들, 이를 비호하는 교단 이 세 가지가 벌인 합작품”이라고 지적하며 안타까워했다.

이 목사는 “이 세 가지 중에 어느 하나라도 말려들어가지 않았으면 결코 명성교회 세습은 이뤄지지 않았을 거다. 서로 맞물려 돌아갔기 때문에 아무리 주변에서 세습이 잘못됐다고 지적을 해도 세습이라는 결과를 향해서 나아갔던 것”이라며 “어느 부분이든 개선이 안 될 때 앞으로도 제2의 김삼환·김하나, 전병욱, 길자연, 전광훈 같은 사람들은 끊임없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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