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인쇄매체 선정 기준, 발행부수가 대부분 차지발행부수나
트래픽 늘리기 위해 심각한 문제 초래하기도
광고업체 선정에 새로운 기준 필요해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

지난 2019년 정부광고비는 약 9443억 원이었다. 이는 2018년 정부광고비 8212억 원보다 15% 정도 증가한 금액으로, 이에 비춰볼때 2020년은 약 1조 원 정도 될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2020년 우리나라 예산이 약 512조 3천억 원으로 책정된 걸 생각한다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언론사마다 다르겠지만 언론사 운영에 정부광고비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신문협회보는 지난해 5월 16일 ‘정부광고비 1조 원…1~4월 집행은 5분의 1불과’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양질의 뉴스와 정확한 정보의 제공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 중에 가장 핵심’이라는 점은 인식하고, 신문사들이 신문 경영에 위협을 느끼지 않도록 남은 기간에 정부 광고를 집중적으로 집행하고 홍보예산도 증액하는 등 특단의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광고가 언론 경영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정부광고, 어떻게 집행되나 

정부의 광고는 어떻게 집행되는 것일까? 정부광고는 ‘정부 기관 또는 공공법인이 국내외 홍보 매체에 광고·홍보·계도 및 공고 등을 위한 모든 유료 고지 행위’를 의미한다. 정부광고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산하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하, 재단)에 광고 업무를 위탁한다. 정부 기관이나 공공법인이 광고 계획안을 재단에 보내면, 재단은 예산 및 스케줄 등 전략을 수립하고, 광고주가 원할 시 해당 매체의 자료를 제공한다. 이때 신문이나 잡지의 경우엔 ‘한국ABC협회’의 부수공사 결과가 필수로 사용된다. 

문체부에 정보공개를 요청을 통해 확인한 2020년 1월부터 9월 매체별 정부광고 집행내역에 따르면, 정부광고 집행 건수로보면 방송매체의 경우 MBC가 1158건으로 가장 많이 받았고, 신문매체의 경우 강원일보가 727건으로 가장 많은 정부 광고를 받았다. 광고료로 기준으론 방송 매체는 약 200억 원을 받은 KBS가, 신문매체는 약 54억 원을 받은 동아일보가 각각 1등을 차지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각각 약 48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19년의 경우, 가장 많은 정부 광고를 받은 신문 매체는 서울신문으로, 1010건의 정부 광고를 받았고, 약 87억 원을 받은 동아일보가 가장 많은 정부광고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 다음으로는 중앙일보와 조선일보가 각각 76억, 70억으로 그 뒤를 이었다. 보수 성향 일간지에 대한 정부 광고 집행 금액이 하락하는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서 광고 매체까지 정해오는 게 대부분”이라고 말하며 자신들에게 결정권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 신문들의 현주소 직시해야 

2020년 서울시 행정광고 집행기준을 보면, 인쇄 매체의 경우 한국ABC협회의 전년도 발행 부수 인증에 참여한 신문과 잡지를 대상으로 배정하고 있다. 물론 발행 부수만으로 업체를 결정하는 건 아니지만 선정기준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게 사실이다.

ABC협회(Audit Bureau ofCertification)는 신문, 잡지, 뉴미디어 등 매체사에서 자발적으로 제출한 부수 및 수용자 크기를 표준화된 기준 위에서 객관적인 방법으로 실사, 확인해 이를 공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다. 1914년 미국에서 최초 설립됐고, 현재 40여 개의 나라에서 자국의 매체와 광고 환경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1988년 ‘한국광고협의회’가 ‘ABC소의원회’를 구성하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한다.광고는 말 그대로 ‘널리 알린다’는 의미로,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매체의 부수 및 수용자의 숫자는 언론사의 힘을 나타내며, 또 광고 수입과도 직결된다. 

한국ABC협회는 자신들이 “매체사에 공신력을 제공하고, 광고주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광고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우며, 광고단가의 기준이 되는 부수를 상세히 밝혀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돕는 역할을한다”고 설명한다.

한국ABC협회는 정부 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 제6조 2항 “신문 및 잡지에 광고하는 때에는 정부 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고 광고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한국ABC협회의 전년도 발행 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 및 잡지에 정부 광고를 우선 배정한다”고 나와 있을 정도로 정부의 신뢰를 받고 있다.

정부 광고 시행에 관한 규정 제6조 2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제1항에 따른 홍보 매체를 선정하는 경우 광고를 의뢰한 정부 기관 및 공공법인의 희망을 존중하여 홍보 매체를 선정한다. 다만, 신문 및 잡지에 광고하는 때에는 정부 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고 광고 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한국ABC협회의 전년도 발행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 및 잡지에 정부 광고를 우선 배정한다. 


인쇄 매체의 경우, 정부 광고 선정 활용 자료로 발행 부수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정부 광고뿐만 아니라 광고시장에서 부수는 곧 광고료와 직결된다. 그러다 보니 부수를 두고 ‘비닐 포장 채로 수출(?)된다’거나 ‘묶음띠를 떼지도 않은 채 폐지로 버려진다’는 등 의혹이 항상 뒤따랐다.

한국ABC협회는 “자신들이 다 확인하기 때문에 신고된 매체에는 그런 경우가 없다”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는 언론사가 발행 부수를 신고하면 협회는 신고 내용을 일일이 확인한다고 주장했다. 

일간지의 경우엔 일정 기간의 신고 내용을 모아 협회에 방문해 사실을 확인받는다. 예를 들어 1만 부를 신고했으면, 1만 부 발행을 위한 종이 구매 내용이나 제조사와의 거래 내용 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정확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문이 독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 지역신문지국에 임의로 방문해, 본사가 신고한 부수와 실제 도착하는 부수가 일치하는지, 독자는 몇 명인지, 구독료는 어떻게 납부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 역시 화물 신고가 들어오기 때문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지국에 도착 후 독자에게 전달되고 남은 신문 일부가 파지 될 순 있지만, 인쇄된 후 바로 파지 되거나 해외로 나가는 경우는 없다고 본다”며 의혹을 일축했다.

그러나 관계자의 말과는 다르게 새 신문이 무더기로 파지 되는가 하면 해외로 팔리기도 한다.

한국ABC협회 관계자의 말처럼 윤전기에서 갓 나온 신문이 바로 폐지가 되는 일은 없을지 몰라도 지국에 도착한 후 바로 폐지가 되는 경우는 많다. 지난해 6월 9일 방영된 ‘저널리즘토크쇼J’에는 한 신문지국의 지국장이 출연해 “약 40% 정도의 새 신문이 폐지로 처리된다”고 털어 놓았다. 

또 다른 지국장은 “한국ABC협회 조사 기간이 되면 2, 3개월은 업무를 중단한다”며 제대로 된 부수 확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사는 발행부수를 늘리기 위해 지국에 신문을 억지로 떠맡기고, 지부는 확장지원금 때문에 신문을 거절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폐지가 많아지고, 폐지 업자를 통해 계란판 만드는 공장으로 보내지거나 해외로 수출돼 과일이나 채소의 포장에 사용된다.

그 외에도 인터넷 쇼핑몰에서 단열이나 청소, 습기 제거용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인터넷 매체도 인쇄 매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 매체의 정부 광고 선정기준은 방문자 수나 이용 횟수 등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 광고 선정뿐만 아니라 방문자 수에 따라 광고료가 달라지는 인터넷 매체는 사람들의 클릭 수를 유도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제목 낚시’를 하며, 사건의 진실보다는 자극적인 단어와 사진으로 트래픽*을 일으키기 바쁘다. 한경닷컴은 아예 ‘최다트래픽 상’이라는 걸 만들어 시상하기도 했다.

 

새로운 정부 광고 매체 선정기준 필요

이런 가운데 자연스럽게 언론의 신뢰도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은 4년 연속 신뢰도 꼴찌를 기록했다. 2020년 발표한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40개국 중 언론 신뢰도 21%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시사인이 발표한 설문에서는 가장 신뢰하는 언론매체로 유튜브가 꼽혔다. 2위는 네이버다. 이 정도로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은 처참하다. (참고로, 가장 불신하는 매체 1위는 조선일보다) 사람들은 기사를 신뢰하지 않으며, ‘기레기’라는 말은 이미 일상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

신뢰도의 하락은 시민들의 정부 광고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졌다. 지난 5월 2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언론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광고홍보비를 삭감해 코로나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써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우리나라 언론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사사건건 반대했다”며 “정부 광고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행 부수나 트래픽은 홍보 수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따라서 매체 환경이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정부 광고의 효율성을 높이기위해 매체부문별 광고 집행의 비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매체부문별 정부 광고 비중은 여론집중도 조사위원회 조사결과를 기준으로 검토하면 인쇄부문이 매체 가중치에 비해 3-4배나 과대 집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반면 온라인 부문은 2배 이상 과소 집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광고 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 인쇄부문은 2006-2007 회계연도에는 37.8%였으나 최근에는 한자리수로 감소했다. 반면, 디지털 부문은 2006-2007년에는 7.2%에 불과했으나 최근 들어 50%를 상회했다. 언론 국민 소비 지형이 변화하는 상황에 발맞춰 효율적인 정부 광고 집행으로 국민의 혈세가 특정 종이신문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현상을 방지하고 온라인 미디어 중심으로 저널리즘을 회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 

온라인 매체의 발달이 가져온 긍정적 효과도 분명 있겠으나, 온라인 매체의 발달이 곧 언론개혁의 또 다른 방해물로 작용한다는 지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따라서 정 부광고 집행 시 가짜뉴스로 일정 횟수 법적 판단을 받은 매체는 정부 광고 대상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두는 것도 현재로선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정부 광고 매체 선정기준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정책 담당자들과 정부 관료들의 의지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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