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요구한 비대위 소속 5인 ‘자격정지’ 결의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전광훈 목사(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가 자신에게 반기를 든 일부 회원들에게 징계라는 칼을 빼들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지난 3일 한기총 회의실에서 제30-10차 임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는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이날 주요 안건은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임원 및 회원교단장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회원들에 대한 징계였다.

한기총 비대위는 지난 5월 24일 전광훈 목사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비대위에는 김창수 목사(전 한기총 대표권한대행), 한기총 공동회장 엄정묵 목사(예장개혁혁신 총회장), 박중선 목사(예장합동진리 총회장), 정학채 목사(예장개혁 증경총회장), 배진구 목사(한반도복음화총재), 김명중 목사(합동예장 총회장), 정일량 목사(웨신 총회장), 김의웅 목사(예장합동 총회장), 김병근 목사(예장고려개혁 총회장), 박은총 목사(예장총신 총회장), 성경모 목사, 김영완 목사, 김인기 목사 등이 활동 중이다.

비대위에 대한 전광훈 목사의 입장은 단호했다. 전 목사는 “대한민국은 주사파 정부가 다 먹었다. 유일하게 한국교회 하나 남았다”며 “대한민국을 주사파한테 내줄 수 없는데, 한기총 목사들 중에서 그쪽 편을 드는 사람들이 있다. 정신들이 나갔다”고 비난했다.

이날 회의에선 비대위 5인 목사에게 ‘자격정지’를 결의했다. ‘음주 및 횡령’ 행위에 연루돼있다는 것이다. 당사자 중에는 징계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전 목사는 “자기가 몸담고 있는 단체를 이렇게 세상 앞에 개망신시키기로 시도하고 있다”며 “대법원 판례에서 비대위는 인정받지 못한다. 할 말이 있으면 나한테 와서 직접 하든지, 잘못된 저 세속을 따라서 기자회견만 하면 다냐”고 했다.

전 목사는 “지금 제일 심각한 것이 한기총을 해산시키려는 어둠의 세력이다.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여러분들은 모른다”며 “저는 전교조하고 15년 동안 싸운 사람이다. 재판도 수도 없이 했다. 가장 지혜롭게 이 순간을 한기총은 지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외에도 ▲성경 840구절 재번역 연내 출판(킹제임스 성경 중심) ▲6.25 집회(광화문 예정) ▲이단감별사 대처(이은재 목사에게 위임)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반대를 위한 1천만 반대 서명운동 전개 ▲트럼프 대통령 및 공화당·민주당에 서한 보내기(문재인 정부의 교회 탄압) 등을 결의했다.

회의를 마친 후 전 목사는 비대위 징계 사실을 회원들에게 문자로 알리기도 했다. 

“저는 오늘 30-10차 정식임원회를 통하여, 그동안 사회 시민단체와 권력기관, 언론기관으로부터 한기총을 음해하는 빌미를 주었던 자, 즉 한기총과 저를 거짓으로 왜곡하여 기자회견을 했던 김인기, 김창수, 배진구, 정학채, 박중선 목사의 개인자격을 정지시켰고, 그들의 회개의 여부에 따라 실행위원회에서 징계 처리하도록 했습니다”

비대위 전광훈 목사, 하나님 욕되게 하지 말라

이날 비대위는 임원회가 열리기 전에 3차 성명서를 발표하고 한기총 정상화와 전광훈 목사 퇴진 운동을 끝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성명서에서 “전광훈 목사는 예수한국 복음통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더 이상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말라”며 “한기총 대표회장의 이름으로 한국교회와 1200만 성도를 더 이상 우롱하지 마라”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에는 보수도 있고 진보도 있으며 중도도 있다. 그들도 다 하나님의 자녀요 백성”이라며 “자신을 추종하지 않는 사람은 몽땅 빨갱이 취급하는 말을 하는 전광훈 목사는 더 이상 선량한 성도들을 선동하지 말고 한기총 대표회장직을 속히 사퇴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함께 본인이 추구하는 정치를 마음껏 하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30주년을 맞이해서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한기총이 해체되기를 바라는 세력들이 문화체육관광부에 해산 신청을 하고 한기총이 무너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우리 모두의 잘못이고 책임”이라며 “한기총 모든 임원을 비롯해서 전 대의원은 작금의 사태를 직시하고 잘못된 관행과 불법을 뿌리 뽑고 한국교회의 진정한 연합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협력하고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비대위가 활동함에 따라 한기총 내홍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광훈 목사가 계속해서 막가파식 정치 행보를 보이며 자신을 반대하는 회원들과 대화하기 보다 무분별하게 징계를 남발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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