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을 추모하며 시민들이 갖다 놓은 사진과 꽃 등이 놓여 있다. 2021.1.7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아동 학대로 안타깝게 숨진 정인 양의 사연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는 가운데, 정인 양의 양부모가 뼛속 깊은 개신교 집안에서 기독교 교육을 받고 자랐다는 사실이 알려 지면서 한국교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교회교육과 신앙 등을 돌아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개신교계 안팎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정인 양의 양부모는 인성과 영성을 갖춘 인재를 육성해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기치 아래 기독교 정신을 표방하는 포항 H대 출신이다. 또 두 사람은 모두 목회자의 자녀이고, 양모의 모친은 교회 부설 어린이집 원장을 맡고 있었다. 양부인 안 모 씨는 A 방송사에서 근무하기 전, H 대학에서 근무한 경력도 지녔다. 심지어 어디서나 평판도 나쁘지 않았다. 

이에 정인 양의 양부모가 졸업한 H 대학에 재직 중인 한 교수가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신 사과했다. 

장 아무개 교수는 “H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학부를 맡고 있다”고 소개한 후, “저는 양부모 두 사람이 모두 우리 대학을 졸업했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을 무너지게 한다. 이 대학에서 일하는 교수로서 모든분들 앞에 저희들의 잘못을 참회한다. 잘못했다. 잘못 가르쳤다”고 고통스런 심경을 전했다. 이어 “좋은 교수들과 멋진 학생들이 함께 ‘인성교육’을 이루어 보고자 했으나, 이런 일을 보면서 돌아보고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많음을 절감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우리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며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약육강식을 가르치며 성공신화에만 열광하는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 함께 돌아보고 서로 배려하며 다 같이 힘과 위로가 되는 사회를 이루도록 교육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고 성찰했다. 

페이스북 글에는 “감사하다. (전체 목사님들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목사님들에게서 먼저 이런 사과의 글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목사 아들딸이라는 걸 표현하지 말자’느니 하는 쉴드에 실망했다. 여튼 직계제자도 아닌 듯한데, 이런 걸을 올리준 것이 위로처럼 느껴진다”, “가정교육과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그저 미안하다는 말보다는 교육자로서의 반성, 사과, 개선할 부분들을 글로 남겨주셔서 감사하다”, “H대 학생들의 인성은 최고인 것으로 알고 있다. 사과에 감사하다” 등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교회교육과 신앙, 무엇이 문제일까. 
"공적인 이슈 신앙과 연결시키지 못하는 편협함"

"눈에 보이는 모습 신앙의 척도로 삼는 것"

"가정에서의 부모교육 실패"

물론 드러나 한 가지 사건만을 가지고 H대의 교육이 틀렸다거나 교회교육 전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목회자의 아들딸 혹은 신앙인의 비행을 우리는 심심치 않게 목격하곤 한다. 

다수의 여신도를 상대로 그루밍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김 씨 역시 목사의 아들이고, 그 자신도 목사였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교인들이 충격받은 이유 중 하나는 김 씨가 평소 교인들에게 매우 예의 바르고 살갑고 다정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또 신앙이 좋다면서도 스스로 기득권 카르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그 카르텔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 ‘성경에는 노조가 없다’며 노동조합을 불온시하는 것을 넘어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각종 편법과 불법을 행한 기업인의 사례는 넘쳐난다. 

한국기독교교육학회 소속 김인옥 박사(장신대)는 “우리 교회들이 공적인 이슈와 신앙을 적절하게 연결시키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박사는 “이는 성경 해석과도 연결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배 중 설교를 교육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예배학자들의 반론도 있겠으나, 교인이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설교라고 볼 때 목사들의 설교가 너무 문자적 해석, 교리적인데 치우쳐져 있다. 그래서 시대는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데 성경 해석이 현 동시대적인 컨텍스트와 연결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하나님 말씀이 정말 하나님 말씀이 되기 위해서는 텍스트인 성경과 컨텍스트를 똑같이 열심히 해석해야 하는데, 많은 한국교회가 성경을 문자적, 교리적으로만 본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김 박사는 “예를 들어, 교회에서 통독대회, 암송대회가 굉장히 유행이고 이것이 신앙 교육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해석 없이 주입된다는 것이 문제”라며 “성경을 하나님 말씀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신앙 교육의 근간이 되겠지만 해석 없이 주입된다는 것이 문제고 그러고 보면 삶 속에서 성경을 해석하고 신앙적 가치관을 적용한다는 의식이 별로 없다. 그것이 기독교 교육의 큰 약점”이라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실천신대 종교사회학)는 “보도된 내용만으로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고 복합적이라 단정해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 “겉으로 보기에는 신앙인으로서 좋은 경로, 큰 문제 없는 과정을 밟았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정신적인 문제가 부인에게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좀 더 직면해서 언급하고 다뤄야 하는데, 소홀히 다루거나 놓친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국교회 내에서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문제를 호소하는 것은 신앙이 없는 것처럼 여겨지거나 취급하는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또 “그런 것들을 전제해서 본다고 하더라도 신앙 안에서의 자녀 양육이라는 것이 한국교회에서 잘 정립이 됐고 정착이 됐나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눈에 보이는 모습을 신앙의 척도로 삼는 분위기도 경계할 대상으로 꼬집었다. 

정 교수는 “(양부모가) 자녀교육에 있어서 신앙적 기준과 가치관을 잘 정립했는지를 잘 알기는 어렵지만, 왜곡된 면들이 드러난 것은 아닌가 싶다”며 “외형적인 것으로 신앙을 평가하거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가 사망하자, 양모가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서 ‘부검이 잘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한 보도를 봤다”며 “겉으로 볼 때는 신앙적으로 잘 포장돼 있고 믿음의 공동체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독교의 코드를 잘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외형상으로 드러난 모습을 가지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설명했다. 

겉으로 볼 때 말 잘 듣는 모습을 신앙의 척도로 삼아 사회적 상식과 멀어져 버린 개신교인의 모습을 지적한 것은 뼈아픈 지점이다. 

기독교교육과 부모교육 관련한 강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정혜민 대표(성교육상담센터 숨)는 “기독교 교육의 범주를 교회교육뿐 아니라 가정교육과 학교교육을 포함한다고 가르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교회교육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그래서 교회는 다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사람들이 가정에서는 완전히 망가지는 경우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독교 학교들에 강의를 가보면 그 안에 있는 목회자와 선교사 자녀들이 겉으로는 훌륭한데, 내적으로는 망가져 있는 경우가 많다”며 “어떤 부분이 상처가 되느냐라고 했을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교인들에게는 잘하는데 우리에게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호소를 하기도 한다. 교육이라는 영역 자체를 교회 안에서 주일학교에만 적용되는 것처럼 받아들이기 때문에 부모교육, 기독교인으로서 부모로서 아이들을 신앙적으로 어떻게 양육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굉장히 미비한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또 기독교 학교들이 본질과 방향성을 잃어버리는 것도 돌아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기독교 대안학교의 경우도 설립 취지와 다르게 학교가 변질되어 가는 경우가 많은데, 담당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처음에는 기독교적 신앙적 가치로 세우고 이어가겠다는데 부모들이 동의하지만, 나중에는 ‘그래도 우리 애가 좋은 학교에 가야 한다’, ‘이런 스펙은 가져야 한다’는 등의 요구와 입김이 발생한다고 한다”면서 한국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도 문제임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일반 교육과 기독교 교육의 차이점은 ‘복음’”이라면서 “일반 교육은 성공을 목적으로. 인간됨을 목적으로 교육한다면 기독교 교육의 핵심은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복음에 대해 가르치는 것을 넘어 삶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거기서 실패한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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