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MBN에 쏟아졌던 관심도 어느 새 식어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10월 30일 종합편성채널 최초 승인과정에서 600억대 자본금을 불법 충당한 MBN에 6개월 업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그것도 6개월 유예 기간을 두었다. 

MBN은 방통위 처분 후 자사 방송을 통해 “방송이 중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방송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고려해 법적 대응 등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루평균 900만 가구의 시청권이 제한되고 프로그램 제작에 종사하는 3200여명의 고용이 불안해기 때문에 소송을 불사해서라도 방송중단을 막겠다는 것. 또 해당 내용을 자사 홈페이지에 걸기도 했다. 그러나 MBN은 진정 뼈를 깎는 노력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는 방송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인가. 

 

시작부터 불법.. 여전히 뻔뻔 

MBN은 2011년 설립과 당시 자본금을 불법으로 충당했다.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자본금 3천억원 납입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MBN은 임직원 16명 명의로 556억원을 차명 대출받아 법인 주식을 사들이고, 마치 제3자가 투자한 것처럼 꾸며 승인을 통과했다. 게다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재무제표도 허위로 작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3년 시민단체들이 나서 의혹을 제기했으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러나 이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건, 그 후로 수년이 흐른 2018년이나 되어서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제기된 의혹은 사실로 확인됐고, 검찰은 2019년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MBN을 기소했다. 그결과 서울중앙지법은 올해 7월 MBN 이유상 부회장·류호길 대표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장승준 대표에게는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 MBN 법인도 벌금을 선고받았다. 아울러 MBN은 장승준 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났다. 

실명제법 위반에 분식회계, 방송통신법 위반까지 애초에 잘못 채워진 단추는 승인 취소 사유로 충분하지만, 승인 취소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 MBN은 지난 10월 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부동산 개발과 임대사업 물적 분할을 승인하고 자회사인 MK D&C를 설립할 계획이다. MBN은 2020년6월30일 현재 재고자산(유형자산)으로 분양용지 170억, 무형자산으로 토지 490억을 소유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 공시사이트에는 분할기일을 11월 1일에서 12월 1일로 한다는 정정신고 보고서가 올라간 상태다. 무엇보다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진이 신설 대표이사와 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나, MBN이 사과하는 듯 저자세를 취하면서도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 등은 반성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일이다. 

평화나무가 MBN측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질의했으나, 답변은 듣지 못했다. 단, 사측의 태도에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는 확인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N지부(지부장 나석채)는 지난달 30일 “방통위의 결정을 MBN노조는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승인취소를 피했다고 해서 MBN의 위기가 해결된 것은 전혀 아니”라고 우려했다. 이어 “개혁의 목표는 소유와 경영 분리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언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언론사 내부에 존재해온 제왕적 권력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실감했다. 주요 간부들이 불법적으로 본인명의를 빌려주고 이에 대해 한마디도 할 수 없었던 것도 제왕적 권력의 한 단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MBN지부는 사측이 행정소송을 시사한 것과 관련해서도 날 선 비판을 했다. 행정소송을 통해 처분을 뒤로 미루고 수위를 낮추더라도 결국 수년 뒤, 피해는 미래세대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이란 것. 나석채 지부장은 평화나무와 전화통화에서도 “사측이 소송을 시사한다든지 이런 결정들을 노동자들과 논의한 바도 없다”고 비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MBN 차명 주식거래 의혹이 제기된 지 6년여 만에 법에 따른 심판을 받고도 ‘6개월 업무정지’로 면죄부를 주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민연대 관계자는 “작년에 이 사안이 제기되고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재판도 받고 MBN이 사실관계를 인정했다면, 이미 1년 동안 승인 취소나 영업정지를 막기 위해서라도 회사 내부 시스템 개선 등에 엄청나게 애를 썼어야 한다.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MBN은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방통위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르면 승인취소 사유가 명확하고 감경 사유도 없다”며, “방송이나 언론을 다루는 행정기구는 외부의 감시나 시민들의 참여가 보장되는 형태로 행정 체계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법 시행령에 명시된 감경 사유는 위반행위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아닌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로 인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위반 내용과 정도가 경미해 시청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적다고 인정되는 경우, 위반 행위자가 처음 해당 위반행위를 한 경우로서, 5년 이상 방송사업을 모범적으로 해 온 사실이 인정되는 경우, 위반 행위자가 해당 위반행위로 인하여 검사로부터 기소유예 처분을 받거나 법원으로부터 선고유예의 판결을 받은 경우다. 반명 가중처벌 되는 경우는 위반행위가 사소한 부주의나 오류가 아닌 고의나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위반의 내용과 정도가 중대하여 시청자에게 미치는 피해가 크다고 인정되는 경우다. 

 

‘6개월 방송정지’ MBN에 미치는 영향은?

 MBN은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막기 위해서라도 행정소송을 통해 방송 중단만큼은 막겠다는 주장인데, 과연 영업정지가 현실화한다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걸까. 

MBN 2020년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재무제표를 살펴본 결과, 단기에 받아야 할 매출채권 등을 제외하고 MBN이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은 145억원으로 분석된다. MBN의 현재 정규직 직원은 280-290명 가량. 평균연봉은 약4500만원이다. 6개월간 필수 관리비 등을 제외한 인건비로 약 65억원이 들것으로 예상된다. 필수 유지비 등을 감안하더라도 6개월 정도는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처리(누적) 결손금은 2020년 6월 말 기준 약414억원에 달한다. 결손금이 쌓여 자본금을 초과할 경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MBN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수습기자와 PD 모집 공고를 낸 연유도 투자자나 광고주 등에게 건재함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처리결손금 414억에 70억 정도가 더해지면 결손금은 500억 가깝게 되고, 획기적인 경영혁신이나 유상증자 등의 자본충당이 없으면 MBN의 경영 상태가 악화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통위가 MBN의 승인을 취소했다면 어떨까. 승인을 취소하더라도 구성원들이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방송법은 방송 업무의 이전과 구성원 피해 예방을 위해 최대 1년까지 방송 유지가 가능하도록 보장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추후 선정되는 사업자에게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물론 어마어마한 방송사업자로 뛰어들 수 있는 재력가를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만큼 현실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누구나 자유롭게 보도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도록 승인제도를 폐지하고 진입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는 민중의소리에 낸 글에서 “종편과 종편채널이라는 유령 개념과 그 위에 쌓아 놓은 승인이라는 진입장벽은 이제 허물 때가 됐다”며 “원하는 방송사업자는 누구나 자유롭게 보도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가능하다면 기존 종편채널과 같은 블록에 채널번호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업정지와 채널 번호 변경 등등으로 공적 책임의 이행 여부에 대한 심의, 그 결과에 대한 보상과 제재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기득권의, 기득권을 위한, 기득권에 의한 기울어진 방송환경을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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