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으로 되돌아본 원전 사고
임준형 사무국장, “원전 사고 안전불감증이 원인”
원전 폐지 반대에 목소리 높이는 극우 개신교

삼중수소가 검출된 월성원전(출처=연합뉴스)
삼중수소가 검출된 월성원전(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월성원전 인근 부지에서 삼중수소가 검출되면서, 원전의 위험성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월성 4호기에서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 7회에 걸쳐 감마 핵종이 미량 검출됐음을 알 수 있다. 월성 3호기 터빈갤러리 배수로 2곳에서는 리터 당 71만3000 베크렐(Bq)의 고농도 삼중수소가 측정됐다. 이는 원전 주변 감시·부지 경계 우물 기준보다 180배 높은 수치다.

이에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방사능이 새고 있는데, 어디서·얼마나·어디로 새는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도 모르고, 규제기관인 원자력 안전 위원회도 모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고준위핵폐기장건설반대양남면대책위원회’와 ‘월성원전인접지역이주대책위원회’,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이 참여해 월성원전 부지 방사능 누출 오염사태와 관련해 민관합동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11일 “1년 넘게 월성원전을 감사해놓고 사상 초유의 방사성 물질 유출을 확인하지 못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조사로 시설 노후화에 따른 월성원전 폐쇄가 불가피했음이 다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원전 사고 및 고장, 2000년부터 지금까지 314건 발생

원자력 발전소 관련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9년 고리 핵발전소 노동자의 방사능 피폭 사망사건부터 시작해 1994년 과학기술처의 안전 점검 결과 고리 1호기 증기발생기에서 344군데 결함 발견, 1995년에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 내 배수로 일부와 폐기물 저장고 부근이 방사성 물질에 오염되는 일도 있었다. 2009년에는 핵연료 교체 과정 중 연료봉이 바닥에 떨어져 방사능이 누출됐지만 이를 은폐하려고 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2010년에는 300일 동안 20t의 핵연료 저장조 냉각수가 누설됐다. 2012년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한 달이 넘도록 보고되지 않았다.

2016년 7월 울산 앞바다에 지진이 났을 때, 월성원전 2호기가 가동을 멈춘 일도 있었다. 설비대로라면 멈추지 말았어야 할 원전이 멈춘 것이다. 조사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은 재가동됐다.

2019년 영광 한빛원전 관계자들은 한빛원전 1호기 제어봉 제어능력 측정시험을 하던 중 원자로 열 출력이 제한치를 초과했음에도 가동을 멈추지 않았다. 또 면허가 없는 직원에게 제어봉을 조작하게 했다. 이에 당시 발전소장을 비롯한 직원 6명이 원자력안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기도 했다. 체르노빌의 악몽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이 밖에도 많은 사고가 원전을 둘러싸고 발생했다. ‘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OPiS)’에 따르면 2000년부터 현재까지 원전 관련 314건의 사고 및 고장이 발생했다고 한다.

원전 사고 및 고장 (출처=)
국내 원전 사고 및 고장발생 현황(출처=원전안전운영정보시스템)

 

임준형 사무국장 “원전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 문제”

‘핵없는세상을위한한국그리스도인연대’ 임준형 사무국장은 월성원전의 유출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이미 몇 년 전에 발생했었다며 원자력 발전소 관계자들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월성원전의 경우 한수원이 그동안 숨겨왔던 문건이 드러난 사건이며, 이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도 않고 ‘내부에서 조처했다’ 이런 식으로 끝내고 넘어간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원전 관계자들이 사건‧사고를 축소‧은폐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는 예시로 고리 1호기 폐쇄를 들며, “고리 1호기가 폐로 된 원인은 잘못된 부품을, 규격에 맞지 않고 부실한 부품을 사용한 게 발각돼서 그런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원자력계 종사자들 태반이 안전불감증에 사로잡혀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사고가 안 난 게 신기하다는 이야기다. 임 사무국장은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났는데, 조처했으니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다가 나중에 문건을 통해 드러나거나 당장 사고가 발견됐는데 몇 분 안에 무마해놓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안전하다는 듯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잘한 실수를 대충 넘기니까 안전불감증 문제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등장한다”고 말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2020년 9월 7일 부산 BBS 라디오830에 출연해 “2020년 9월 3일 태풍 마이삭으로 인해 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핵발전소 내 모든 발전소가 잇따라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민 사무처장은 “핵발전소가 태풍으로 일시 정지된 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2003년 9월 13일 태풍 매미로 고리 1~4호기와 월성 2호기가 정지되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7월 폭우로 신고리원전 3·4호기 송전설비가 침수됐다. 터빈 건물 등 발전소 일부에서도 비가 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하며 원전의 안전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연재해에 더 위험한 건 핵발전소”라며 “기후 위기 시대 핵발전소는 대안이 아니라 위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추모비(출처=연합뉴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추모비(출처=연합뉴스)

 

원전 폐기에 반대하는 극우 개신교

원전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있다. 이들은 원전의 경제성과 탄소 배출 등을 이유로 원전에 찬성한다. △탈원전으로 적자가 난다거나 △태양광이 원전보다 오염물질이 많다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이 늘고 있다 등의 주장을 하며 원전 폐지를 반대한다. 이들의 망은 사회 곳곳에 거미줄처럼 뻗어있으며 그중에는 한국 극우 개신교도 포함돼있다.

전광훈 씨는 문재인 대통령의 하야 이유로 한미동맹 파기, 소득주도성장 실패, 4대강 보 해체를 비롯해 '원전 폐기'를 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원전 폐기 정책이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전 씨는 2019년 6월 5일 발표한 ‘시국선언문’에서 “문재인은 그가 설정해 놓은 목적지를 이루기 위해 세계 제1의 기술이자 100년 동안 2천조의 수익이 예상되는 원자력 발전소를 폐기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2019년 8월 3일 부산 지도자 초청간담회에서 “문 정권에 의한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기술자들이 다른 나라로 흩어지고, 부품 공급 업체들이 모두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광훈 지지자로 알려진 최홍준 목사 역시 2020년 1월 21일 평화나무와의 인터뷰에서 “원전을 왜 폐기하느냐. 전력을 못 쓰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북한이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2019년 기자회견을 열어 원전 폐지 정책을 비판하는 전광훈 씨(출처=유튜브)
2019년 기자회견에서 원전폐지 정책을 비판하는 전광훈 씨(출처=유튜브)

임준형 사무국장은 이들의 주장에 대해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에 힘쓰고 있지만, 핵발전소는 그 대안으로 취급받고 있지 못한 현실”이라고 말하며, “원전 자체가 경제성이 굉장히 뛰어나거나 생산성이 좋은 발전소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또 “핵으로 인해 피해당한 사람들, 월성 주민이나 삼중수소가 검출된 사람, 핵발전소 인근에 살다 갑상선 암에 걸린 분들, 방사성 물질로 인해 위협받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분들의 관점에서 원전 문제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 하나를 착취하고, 괴롭히고, 희생시켜 얻는 전기를 사용하는 게 그리스도인으로 합당한 삶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은 11일 개인 SNS에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견도 삼중수소 유출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반박했다. 또 “극소수 (환경) 운동가가 주장한 무책임한 내용이 확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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