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정치인 전력 괜찮다'는 강기석 제정신인가?"
강기석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10년 전 일 트집 불과…공정성 의심은 억측"

지난 2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언론노조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8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공영언론 지배구조 개선 촉구 기자회견'에서 언론노조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차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선임을 둘러싸고 논란이 거세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이백만 전 교황청 대사가 뉴스통신진흥회 새 이사장에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면서부터다.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연합뉴스지부를 비롯한 언론계는 ‘정치인 출신’ 이사장 선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지난 14일 발표한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에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웬 말인가?’ 성명서에서 “독립성과 공정성이 존재 이유인 공영언론사 사장에 전직 청와대 홍보수석이 거론되는 상황에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여당 등 여권이 공영언론의 감독 기관 수장으로 이 전 수석과 같은 정치인을 대놓고 선임한 사례는 그동안 없었다”며 “사실이라면 언론 장악을 위해 친정부 언론인 출신 인사를 수시로 낙하산으로 내려 보냈던 과거 적폐 정권 시절보다 더한 언론계의 참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강기석 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은 이와 같은 언론계의 우려에 대해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하고 이백만 전 대사에 지지의 뜻을 밝혔다. 강기석 이사장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비록 주관적 평가이지만, 이백만 전 대사는 개혁을 위해 희생하려 했던 사람이지, 정치를 통해 자기 이익을 도모한 사람이 아니다. 정치인은 무조건 안 된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전 대사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 연합뉴스 위상을 높이는 데 일조했던 인물”이라고 했다.

이 전 대사에 대한 강기석 이사장의 평가에 연합뉴스지부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합뉴스지부는 20일 발표한 ‘진흥회 이사장에 정치인도 무방하다는 강기석, 제정신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강 이사장은 정치인이 공영언론 감독기관의 수장이 되면 안 되는 이유를 과연 모르는가. 현 정권과 결을 같이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인사가 낙하산이 아니라고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특정 정치세력의 논리와 이념으로 무장한 정치인이 연합뉴스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제대로 지켜낼 것이라고 믿는가”라며 강 이사장을 규탄했다.

연합뉴스지부는 “청와대 홍보수석 출신을 진흥회 이사장으로 떨어뜨리는 선례를 만든다면, 진흥회는 정치인과 정치지망생의 놀이터로 변질돼 연합뉴스의 존립 기반인 정치적 중립성과 보도 공정성을 뒤흔들게 될 것”이라며 “시민이 일궈낸 촛불 혁명의 정신을 받드는 현 정권에서 정치인이 공영언론을 좌지우지할 길을 틔워준다면, 친정부 언론인 출신 낙하산 인사를 통해 언론을 장악하려 한 과거 적폐정권 시절보다 더 참혹한 언론계 역사로 남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강기석 이사장도 자신의 입장을 밝히며 연합뉴스지부 성명서의 내용에 적극 반박했다. ‘쩌날리즘’이 입수한 강 이사장의 입장에 따르면, 그는 “이 전 대사가 언론인 출신이며 직전 대사를 역임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유독 그가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경력을 들어 그의 이사장 자격을 부정하고 있기에 그에 대한 내 사견을 밝힌 것”이라며 “이러한 내 의견에 대해 노조의 오해가 깊은 것 같다”고 했다.

무엇보다 정치 활동의 유무가 이사장으로서의 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재차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뉴스통신진흥회나 KBS 이사회, 방송문화진흥회 등 공영언론을 감독하는 기관장의 자격을 논할 때 그 사람의 인품과 언론관, 공영언론의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와 능력 등을 평가의 최우선 기준으로 두어야 하지, 단순히 과거에 정치를 했느냐의 여부가 절대적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특정인이 복무했던 정권의 성격이 (공영)언론을 정권의 신하로 부려먹으려 하는 정권이었는지, (공영)언론이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다 해주기를 기대하면서 최대한 언론의 창달을 위해 노력하는 정권이었는지를 구별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지부나 언론계가 우려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다만 “정치권에 직접 몸담지 않았으면서도 속으로 특정 정치세력과 밀착해 사실상 정치인 이상으로 편향되고 음모적인 언론인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라고 반문하며 “최소한 공영언론의 노조라면 단순히 정치인 출신이냐 아니냐는 기준으로 적격 여부를 평가하는 손쉬운 방식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특정 직업이 다른 직업으로 전업할 때, ‘이해충돌’ 등의 우려로 제한 기간을 두기도 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 만 하지만 잠시 정치에 몸담았다고 해서 영원히 언론계 복귀를 막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이백만 전 대사가 홍보수석을 역임한 것은 10년도 더 전의 일”이라고 했다.

“이 전 수석처럼 ‘대놓고 정치인’이 아닌 강 이사장 본인도 재임 3년간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제대로 지켰는지 되돌아보길 바란다”는 연합뉴스지부의 문제제기에도 답변했다. 강 이사장은 “성명의 맥락에 맞지 않는 문제제기에 잠시 망연자실했지만, 정신을 차리고 아무리 ‘다시 한 번 되돌아봐도’ 내가 최소한 ‘공적으로’ 연합뉴스에 대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키지 않은 적이 없다”며 “이 대목에서 노조는 여전히 편집권 침해 혹은 간섭과 비판.평가.의견제시를 혼동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강 이사장은 “내가 지난 3년간 여러 차례 연합뉴스 노조를 비롯해 이런저런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밝혔듯이, 편집권 침해 혹은 간섭이란 편집국 간부나 기자들, 혹은 회사 전체에 대해 이익을 주거나 불이익을 가할 수 있다는 힘을 암시하면서 사전적, 직접적으로 부당하게 보도에 개입하는 행위”라며 “우선 진흥회는 연합뉴스에 직접적으로 이익을 주거나 불이익을 가할 힘이 없는 기관이며, 다만 연합뉴스의 경영과 보도를 사후에 평가할 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끝으로 이번 논란을 계기로 연합뉴스를 비롯한 공영언론들이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감당해주기 바라는 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는지 성찰하자는 당부의 말로 마무리했다.

강 이사장은 “내가 보기에 연합뉴스 뿐 아니라 KBS, MBC 등 공영언론은 지금 최고 수준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누리고 있다. 나는 차제에 연합뉴스 노조가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 대해 좀 더 폭넓은 시야에서 살펴보기 바란다는 주문을 다시 한 번 하고 싶다”며 “연합뉴스를 비롯한 공영언론들이 검찰권력, 재벌권력 등 우리 사회의 실질적인 권력들로부터도 독립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공영언론을 요구하는 시민 여망에 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되돌아보고 더욱 깊은 고민을 해 주기 바란다. 또한 이사장의 편집권 간섭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만큼, 자기 스스로도 조직이기주의에 매몰되어 공영언론의 본분을 벗어나고 있는 점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이사장 선임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가라앉지 않을 모양새다.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연합뉴스지부 등은 지난 2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언론의 정치적 인사 내정이 언론개혁인가?”라며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은 “진흥회 이사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이백만 씨는 참여정부 시절 국정홍보처 차장과 대통령 홍보수석, 홍보특보를 지냈고, 2009년에는 국민참여당 창당에 참여해 최고위원과 대변인을 지냈던 인물이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 직접 출마했고, 이번 정권에서도 駐교황청 대사로 최근까지 공직자로 활동했다”며 “아무리 능력 있고 적합하더라도 정치권 출신 인사를 공영언론과 그 감독기관의 이사로 추천해서는 안 된다. 지배구조는 그대로 둔 채 추천권자의 ‘선의’에만 기대는 인사는 언제라도 적폐가 될 수 있다”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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