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언론] 종교언론은 많은데 왜 개신교는 자기반성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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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언론] 종교언론은 많은데 왜 개신교는 자기반성 없을까
  • 김준수 기자
  • 승인 2021.01.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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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운영 노골적 압박 → 내부비판 실종 → 독재경영·종교권력 유착 → 자정 기능 실종
‘노조 수난사’ 개신교 언론사의 노조 운영 실태를 살펴봤다. 전현직 기자들 “노조 필요성 공감하지만,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극우개신교가 떠드는 구호 중에 하나가 ‘문재인 정부는 독재정권이다’, ‘공산화를 시도하고 있다’이다. 과거 ‘박정희-전두환-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정권 때보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가 ‘엄혹한 시절’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쉴 새 없이 떠들고 있다.

한국교회를 대표한다는 대형교회나 한국교회총연합과 같은 연합기관도 이들을 대놓고 지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속내는 크게 다르지 않다. 정부의 방역지침을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거나 대면예배 제한을 두고 ‘정부가 예배까지 간섭하려고 한다’, ‘일제강점기에도 예배를 막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인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만 여기고 이웃의 생명에 대해서는 안중에도 없는 건 별반 다르지 않는 것이다.

전근대적인 사고에 머물고 있는 한국교회의 민낯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대한 인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일은 여느 독재정권 못지않다. 개신교 언론 환경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것 중에 하나가 ‘노조’다. 국민일보, CBS 등 극히 일부 언론사와 방송사를 제외하고는 공식적으로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곳이 전무할 지경이다. 개신교 언론 노조 역사를 살펴봐도 ‘노조 필패’, ‘노조 수난사’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는다.

주요 교단지, 방송사 등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크리스천기자협회라고 해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일보, 극동방송, 기독교개혁신보, 기독교보, 기독신문, 기독교연합신문, 기독교타임즈, 침례신문, 크리스챤연합신문, 한국기독공보, 한국성결신문, C채널, CBS, CGNTV, CTS, GOODTV 등 회원사 16곳 가운데 공식적으로 노조가 있는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실제 교단지나 대형교회가 운영 중인 방송사에서는 내부의 부조리를 고발하거나 선지자적 사명을 감당하고 싶어도 교단장의 치적을 알리거나 부정적인 이슈에 적극 대응하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 하지만 교단 정치에 휩쓸리기 쉬운 교단지에서 노조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총회장 신정호 목사) 한국기독공보(사장 안홍철)는 2002년 5월 6일 교단지 중에서 최초로 노조를 설립한 곳이다. 하지만 불과 4년만인 2006년 4월 21일 전격 해산됐다. 한국기독공보는 노조 해산 직후 전 직원이 참여하는 직원협의회를 창립했다.

당시 한국기독공보 노조는 해산을 알리는 성명서에서 “한국기독공보 노동조합은 양심을 지키며 공의를 이루려 한다는 창립 당시의 의지에는 그다지 접근하지도 못한 채 간판을 내렸다”며 “기독공보의 발전은 기독공보 직원 전체에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과 같이 노동조합 없는 한국교회를 만드는 몫 또한 한국교회 전체에 있다고 믿는다. 노동조합 없는 한국교회는 한국교회가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총회장 소강석 목사) 기독신문(사장 최무룡)도 2003년 3월 11일 노조가 설립된 이후 총회 결의에 따라 구성된 ‘기독신문정상화특별전권위원회’의 지도 아래 2009년 3월 6일 해산됐다. 기독신문도 노조 해산 이후 직원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당시 노조 해산과 관련해 임은하 장로(기독신문정상화특별전권위원회)는 ‘기독신문 방향과 정관개정의 의미’라는 제목의 기고에서 교단이 가지고 있는 노조에 대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임 장로는 “기자들은 무엇보다 안정되게 취재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도 “그러나 신문사의 정치적 혼란과 과격한 노조활동, 미흡한 대우는 사기를 저하시키고 신문의 질을 떨어뜨렸다고 본다”고 했다.

임 장로는 “제대로 된 신문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신문 기자들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인 억압을 받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풍토가 마련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 위원회는 기독신문 노동조합도 총회 결의에 따라 해체하는 것이 상생에 도움이 될 것이란 확신이다”고 했다. 또 “총회 결의는 어떤 결의라도 총회가 결의하였으면 그것이 총회의 입장”이라며 “이때 기독신문은 총회 다수를 위해 총회의 결의내용과 정신을 지지하는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했다.

노조가 조직됐음에도 기자들이 수차례 부당해고와 임금체불에 시달리다가 끝내 폐간을 앞두고 있는 곳도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이철 목사)의 교단지 기독교타임즈는 2011년 2월 8일 노조를 설립했다. 2008년 김국도 목사에 의해 교단 분열 직전까지 갔던 소위 ‘감리교 감독회장 선거 사태’ 당시 편집권 독립과 미지급 급여를 받기위한 자구책의 하나로 노조를 설립하고 투쟁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당시 박영천 편집국장을 비롯한 일부 임직원들이 회사 재정을 유용하고 교단 내 특정 정치세력에 대한 지지를 천명하면서 교단 정치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노조가 설립된 것이지만 특정 정치세력에 부역했다는 꼬리표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기독교타임즈 기자들은 ‘감리교 감독회장 선거 사태’ 이후 2017년에도 전명구 전 감독회장에 의한 편집권 침해와 감독회장 관련 금권선거 의혹 보도로 교단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또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노조는 편집권 독립을 위해 60여일 넘게 투쟁을 이어나갔지만, 교단은 징계위원회를 열고 편집장을 비롯한 기자 4명을 해고하고 1명을 정직시켰다. 최근까지 편집장을 비롯한 일부 기자들은 두 번이나 부당해고를 인정받고 복직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하면서 자비로 신문을 발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기독교타임즈 이사회(이사장 이철 감독회장)는 지난해 12월 8일 기독교타임즈 폐업을 만장일치로 결의하고 폐업 절차는 이철 감독회장에게 일임하기로 한 상태다.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없다”

방송사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무노조 경영’이 대세다. 대표적인 방송사가 극동방송이다. 과거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노조는 없다. 설립 즉시 바로 직장폐쇄“라는 말을 남기기까지 했다. 노조에 대한 김 목사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극동방송이 신입사원 채용과정에서 임원 면접 시 비중 있게 살펴보는 요소 중에 하나가 노조에 관한 것이다. 전현직 직원들이 기업을 리뷰하는 잡플래닛에서 극동방송 면접 조언으로 빠지지 않고 언급하는 내용도 노조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변해야 합격한다는 것이다. 전혁직 직원들은 “무엇보다 노조에 대한 질문이 오면, 절대 필요 없다고 답하기”, “노조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해야 합격함”, “방송국이 보수적인 면이 상당하기 때문에 노조에 관해서는 반대한다고 하시면 됩니다”고 조언했다.

극동방송과 함께 사유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CTS기독교TV(회장 감경철)에서도 노조가 존재하던 시기가 있었다. CTS는 감경철 회장이 2000년 10월 사장 취임 이후 횡령죄로 세 건의 유죄 확정판결과 잇따른 구설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기독교TV 노조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시기에 설립됐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수백억원이 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기독교TV가 임금체불에 이어 전체 직원 146명 중 66명을 대량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이 심화되면서 노조는 휴면상태에 들어갔다. 1998년에도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핵심 간부 8명을 해고하면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노조는 2000년 8월 당시 감경철 신임 사장의 사유화 의혹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2002년 11월에는 사측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맞서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이후 사측이 강제 정리해고 방침을 철회하고 희망퇴직자, 창업 희망자 신청을 받으면서 구조조정에 최종 합의한 이후 사실상 해산 수순을 밟았다.

대형교회가 운영 중인 GOODTV(여의도순복음교회), C채널(명성교회), CGNTV(온누리교회)에서도 노조를 찾아볼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직원들을 ‘방송 선교사’로 말하는 CGNTV도 유독 노동 관련 문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가득하다. ‘선교단체’이자 ‘공동체’를 표방하며 ‘헌신’과 ‘순종’을 강요하는 특유의 문화도 노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에 하나다. CGNTV 출신의 한 기자는 쩌날리즘과의 인터뷰에서 “채용과정에서부터 노조를 하지 않을 사람만 뽑는다”며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노조’하면 ‘빨갱이’라는 오랜 편견

언론개혁의 산증인이자 CBS 대기자로 오랜 시간동안 언론 현장을 지킨 변상욱 앵커(YTN)는 ‘개신교기관에서 왜 노조가 필요하냐’는 오랜 편견과 ‘목사-장로-집사’로 이어지는 개신교 특유의 신앙적 계급구조가 언론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노조 결성과 활동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지난 12일 ‘쩌날리즘’과 만난 변 앵커는 ‘기자에게 노조가 필요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지’라는 질문에 “CBS와 CTS를 비교해보면 안다. 극동방송도 마찬가지”라며 노조의 유무에 따라 사주나 특정 개인의 사유화에 저항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변 앵커는 “노조를 통해서 사람들이 훈련되고, 그 역량이 경영진과 중간 간부진으로 넘어가면서 적어도 하나의 회사가 제대로 된 합의와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운동과 사회선교에 앞장서온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쩌날리즘’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참여 신학의 부재와 한국교회 내 만연한 성장을 강조하는 신학과 신앙의 분위기가 노동조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교단의 헌법에서도 드러난다. 영등포산업선교회가 속해 있는 예장통합의 헌법 시행규칙 제15조 4항에 살펴보면 ‘교회의 직원(항존직, 임시직, 유급종사자 포함)은 근로자가 아니며,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가입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영등포산업선교회 관계자는 “1970년대 이후 사회변화를 위한 운동 가운데 특별히 도시산업선교 운동을 교회와 언론이 앞장서서 불온한 것으로 여긴 것을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며 “도시산업선교가 공장과 교회에 들어오면 ‘도산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산업선교에 헌신하는 목회자들을 비난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한다. 노동자 개인이 회사라는 집단에 홀로 맞선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라며 “(노조의) 필요성은 개신교언론 종사자뿐만 아니라 임금을 받고 일하는 모든 곳에서 절실히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이기범 조직쟁의실장(전국언론노조)은 특정 종교를 떠나 노조에 대한 편협한 시각과 노동을 일한만큼 정당한 임금을 지급한다는 개념이 아닌 봉사와 헌신으로 바라보는 전반적인 인식이 노조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종교매체이고 규모가 작을수록 노동조건이나 임금 처우가 열악하다. 노동조합이 없기 때문에 저런 현실을 개선할만한 주체들도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 필요성 공감하지만, 제대로 운영될지 의문”

기독교 언론 전현직 기자들은 노조의 필요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면서도 실제 노조가 설립 목적대로 운영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A 방송사 기자는 “‘노조’라는 단어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목사님들이 많다. 그런 환경에서 노조를 어떻게 만들겠나. 비판할 때는 비판하고 잘한 게 있으면 잘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긴장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목사님들이 언론을 언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구성원들이 노조 결성에 무관심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누군가 잘릴 각오를 하고 노조를 만들라고 떠밀 수도 없지 않나”고 했다.

임금 협상 등 현실적인 이유에서라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기자는 “편집권 독립도 중요하지만, 일부 교단지를 제외하고는 임금이 너무 적다. 임금을 비롯한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라도 노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언론의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노조의 유무가 미치는 영향도 크다고 했다. 이 기자는 “노조가 있었다면 대형교회 이슈와 관련해 찬양일색으로 나가지는 않았을 거다. 톤 다운을 해서라도 비판적인 기사가 나갔을 것”이라고 했다.

B 방송사 전직 기자는 “교계 언론들은 대부분 교단 또는 대형교회의 권력과 자금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존립 목적, 태생 자체가 교단과 교회 대변을 위한 수단”이라며 “그 목적에 반하는 활동이 나타난다면 언론사든, 기자든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다. 교단과 교회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지 노동자인 기자들의 권리 따윈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노조는 필요하다. 하지만 노조 설립과 유지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설사 가능하다한들 그 안에서 취재와 편집권의 독립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C 신문사 전직 기자도 “규모가 작다보니 노조 설립은 남의 얘기가 될 수밖에 없고, 그저 하루하루 생계에 쫓기기 쉽다. 특히 노조에 대한 교계의 ‘색깔론’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며 “교계언론의 대표가 대부분 목사일 텐데 이들의 노조에 대한 시각은 ‘진보(심지어 빨갱이)’, ‘도움이 안 된다’, ‘이익집단’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기자들이 ‘노조’ 얘기를 꺼내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교단이나 교회를 홍보하는 일 이상으로 기독교 언론 본연의 의무인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노조가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자는 “노조는 기업만 아니라 언론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노조가 있으면 편집권 독립이나 성역 없는 취재 등에 있어서 사측은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이것이 언론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설사 노조가 설립된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운영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전망했다. 이 기자는 “대부분의 교계 언론이 영세하기 때문에 노조를 설립한다고 해도 법에서 규정하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등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을지, 편집권 독립과 성역 없는 취재를 가능하게 해줄지는 확신이 없다”며 “노조 유무와 상관없이 규모가 작으면 아무래도 인간관계가 편집권이나 취재 등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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