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우 목사 "트럼프가 먹은 치료제로 전도 기회 삼도록 기도"

31일 오전 광주 서구 안디옥교회 주변이 한산하다. 안디옥교회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확진자는 모두 86명으로 늘었다. 2021.1.31 (사진=연합뉴스)<br>
31일 오전 광주 서구 안디옥교회 주변이 한산하다. 안디옥교회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 확진자는 모두 86명으로 늘었다. 2021.1.31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광주안디옥교회 박영우 목사가 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자가격리 중인 교인들에게 “코로나 백신이 나와도 백신에 인을 찍는 음모가 있다는 설에 불안해하였는데 지금 코로나에 걸린 분들은 앞으로 백신예방접종을 맞을 일이 없으니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로 생각이 되어서 감사했다”며 교인들을 다독이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된다. 

안디옥교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지난 24일부터 내달 7일까지 2주간 교회시설 폐쇄 명령을 받았다.

박 목사는 이날 발송한 메시지에서 이 같은 상황을 ‘교회적인 고난’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야곱이 파란만장한 일생의 과정을 통해서 자아가 깨지고 하나님께 굴복해 하나님의 주권이 세워진 것처럼 이번 교회적인 고난이 우리 모든 성도님에게 하나님의 주권이 세워지는 시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고 권면했다. 또 “오늘 우리가 겪는 고난은 하나님의 선한 뜻 안에 있음을 확신하면서 우리 모두 감사로 승리하자”고 했다. 

박 목사는 트럼프 미 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을 당시 섭취하고 극찬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전도의 기회로 삼도록 기도하고 있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그는 “제가 가장 가슴 아픈 것이 우리 교회 이미지 추락인데 이 문제까지도 하나님은 합력해 선을 이루실 것을 확신한다”며 “하나님의 은혜로 트럼프가 먹은 약의 처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도의 기회가 되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박 목사는 “우리 안디옥 성도님들 모두가 천국에 넉넉히 입성하시기만을 바라면서 기도하고 있다”며 “병원에 입원하신 성도님들의 명단을 가지고 미력하나마 한분 한분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글로 마무리했다. 

31일 오전 광주 서구 안디옥교회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2020.01.31 (사진=연합뉴스)

 

해당 메시지는 코로나19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 우려된다. 우선 ‘백신에 인을 찍는 음모가 있다는 설에 불안해 하는’ 교인이 존재한다면, 백신에 인을 찍는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설이 음모론임을 알리고 교인들이 코로나19 치료를 안심하고 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할 터다. 

그러나 박 목사는 "지금 코로나에 걸린 분들은 앞으로 백신예방접종을 맞을 일이 없으니 하나님의 은혜”라는 황당한 주장으로 교인들을 안심시키려 한 것이다.

감염력이 있다고 해서 예방 접종을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현재 확진 판정을 받아 격리 중인 환자라해도 회복한 이후에 예방 접종이 가능하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아울러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평화나무를 통해 "드물게 재감염 사례보고가 있기는 하다"며 "코로나에 한 번 걸리면 무조건 면역력이 생겨서 재발하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전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다"는 발상은 더 위험해 보인다. 

앞서 박 목사는 지난달 30일 교인들에게 김승규 장로(전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코로나19 특효약을 추천 받았다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소개했다. 그러나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부작용이 계속 발생하면서 방역당국도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평화나무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통해 전도의 기회로 삼겠다는 말의 뜻이 무엇이냐’고 묻자, 박 목사는 "초등학생 한 명 확진자가 교회에 들어와 난리가 난 것인데, 우리교회가 물의를 일으켜 미안하니까 좋은 것이 있으면 전도를 해서”라며 “목사로서 속죄하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이어 "답은 없는 얘기다. 그런 기회(트럼프가 복용한 약으로 전도할 수 있는)가 있으면 좋겠다는 것일 뿐이다. 왜냐하면 어떤 근거가 없는 것이니까”라며 “그렇게 알고, 내가 몸이 안 좋으니 끊겠다”고 말하곤, 전화를 끊어버렸다. 

평화나무가 좀 더 구체적인 질의를 하고자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박 목사는 다시 전화를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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