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극동방송 운영위원 목요아침예배 설교서 "이명박 면회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침례교세계연맹(BWA) 총재이자 극동방송 사장인 김장환(70) 목사의 담임목사직 은퇴식이 열려 김 목사가 공로패를 받고 있다./신영근/종교/ 2004.12.19 (수원=연합뉴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중앙침례교회에서 침례교세계연맹(BWA) 총재이자 극동방송 사장인 김장환(70) 목사의 담임목사직 은퇴식이 열려 김 목사가 공로패를 받고 있다./ 2004.12.19 (수원=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김장환 목사(극동방송 이사장)이 18일 극동방송 운영위원 목요아침예배 설교에서 섬김을 강조하면서 방역 수칙을 무시한 사례를 언급하는가 하면, 가부장적·유교적 가치관을 드러냈다. 또 은근히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가 하면, 안양교도소에 수감 돼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긍휼과 연민의 마음도 표현했다. 

김 목사는 이날 ‘마지막이 가까웠으니 3’이란 제목의 설교를 전하면서 연신 섬김을 강조했다. 김 목사는 몇 가지 사례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경험담도 늘어놓았다. 

 

대형교회 원로 목사 섬김 자랑, 그런데 5인 이상 집합금지 방역수칙은?

김 목사는 “대접은 하나님이 주신 은사”라며, “마음 없는 대접은 하나 마나다. 정성껏 마음에서 우러나는 대접은 감동을 준다”고 했다. 

이어 “엊그제 사장을 대동해 부산을 다녀왔다”며 “부산 극동방송을 늘 도와주고 기도하시는 목사님 20여명을 모아 떡국을 방송사에서 차려드렸는데, 떡국 드시기 전에 사장을 올라오라고 해서 땅에 엎드려서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큰절을 하니까 감동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목회자 20명 중 가장 고령의 인물도 자신보다 10살은 어릴 텐데, 자신의 섬기는 모습에 감동을 받은 눈치였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정필도 목사님이 은퇴를 하셨는데, 부산에서 제일 큰 교회(목사)다. 그분이 나를 만나서 ‘죽기 전에 극동방송을 부산에 세워달라’고 부탁한 분”이라며 “부산에 극동방송을 세우니 수영로 교회에서 3억을 헌금했다. 그러니 극동방송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래서 떡국을 한 그릇 잡수러 오시라고 하니까 그 큰 교회 목사님들, 바쁜 목사님들이 다 오셨다”고 말했다. 

또 “부산 (극동방송) 방송사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정성껏 전도 부치고 잡채도 만들어 놓고 식혜도 만들어 놓고 점심 대접을 하고 사장이 가져간 한과 선물하고 그다음에 연세 많은 목사님들께 드시라고 홍삼액을 가져다드린 후, 부지런히 공항에 가서 비행기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와서 집에 가니 5시쯤 되더라”며 “피곤하지만 목사로서 참 좋은 일 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 날에 열심히 대접하라고 했는데 마음에 없는 대접하지 말고, 마음에 있는 대접을 하라고 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협조 차원에서 여전히 5인 이상의 사적 모임 금지는 정부의 권고 사항이다. 극동방송에 우호적인 대형교회 원로 목사들을 대접하면서 목사로서 뿌듯함을 느꼈다는 김장환 목사에게 방역에 솔선수범하는 일이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세상을 섬기는 일이라는 인식은 없었던 셈이다. 

 

김장환 목사 설교서 드러나는 유교적·가부장적 인식 어쩔?
“아브라함 아내 사라 대접 잘해 아들 낳았다”
“극동방송 비서실 여성들 윗 사람 잘 대접해 아들 낳았다”
“리브가는 물 한 번 잘 대접해 이삭과 결혼하는 축복받았다”

김 목사는 “사라가 부지중의 천사를 대접해 아들을 낳는 축복을 얻었다”면서 “우리 비서실에 있던 아가씨들은 대부분 목사님 따님들인데 늦게 시집간 비서가 셋이 있었다. 다 내가 주례를 해줬는데 다 아들을 낳았다. 사장 비서든지 뭐든지 비서실에 왔다 갔다 하던 아가씨들은 다 아들을 낳았다”며 “그만큼 자기네들이 사라처럼 윗사람에게 대접을 잘한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대접은 하나님의 은사다. 성경에 계속해서 대접하라, 대접하라, 대접하라, 왜 그렇게 얘기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김 목사는 창세기에 등장하는 이삭의 아내 리브가의 이야기도 예로 들었다. 

아브라함은 가나안 땅에 살면서도 그곳에서 이삭의 배우자를 구하지 않고 고향으로 노종을 보내 아들 이삭의 배우자를 구했다. 노종은 ‘내가 물을 달라고 할 때 나뿐 아니라 낙타에게도 물을 주는 처자가 있다면 이삭의 배우자 인 줄 알겠다’고 하나님께 기도한 후, 그처럼 행동하는 리브가를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데리고 가게 되고 혼인이 성사된다. 

김 목사는 이러한 리브가의 행동과 혼인이란 결과물을 “물 대접 한번 잘하고 아브라함의 아들에게 시집을 간 리브가, 이렇게 귀한 신랑에게 시집갈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김장환 목사의 설교는 가부장적, 유교적 관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여성 신학자인 강호숙 박사(기독교인문연구원 책임연구원)는 “물 한번 대접 잘해서 시집 잘 가고 복을 받았다니, 시대착오적인 관점”이라고 꼬집었다. 

강 박사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이삭에 비해 리브가는 처음본 노종을 따라갈 정도로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며 독립적인 여성이었다”고 해석했다. 이어 물 한 번 대접해서 복을 받은 것이 아니라, 노종의 기도에 키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낙타에게도 물을 주는 여성을 아브라함의 며느리로 구했다는 것은, 그만큼 인간 중심이 아니라 하나님이 창조하신 살아있는 모든 것에 따뜻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여성을 찾았다는 뜻이란 것. 강 박사는 이러한 생태적 관점의 기도가 하나님의 섭리와 닮아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만난 사람도 무시하지 않고, 낙타에게까지 주는 인간성은 일상에서 베어나오는 것이고, 그런 눈을 지닌 노종을 통해 리브가처럼 멋진 여성을 신부를 맞이한 이삭이 복을 받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강 박사는 “리브가를 통해 드러나는 크고 멋진 하나님을 경험할 수 있음에도 남자한테만 잘하면 복 받았다는 정도로 끝나는 설교는 문제”라고 꼬집으며 “여성의 행실 하나를 보고 축복받았느니, 섬겼느니 하지 말고 세상을 섬겨 보라”며 따끔한 충고를 날렸다. 

강 박사는 또 하나님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생태계는 공존이라고 설명했다. 공존은 제1 계명인 사랑과도 일치한다고 했다. 그런데, 많은 교회들이 하나님 아래 남성, 그 아래 여성, 또 그래 자연순으로 바라보는 수직적으로 바라볼 뿐, 수평적 구조로 바라보는 공존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도그럴 것이 극동방송은 여성 목회자의 설교조차 허락하지 않기로 유명하다. 2018년 10월 22일부터 김양재 목사의 큐티 노트라는 10분 분량의 방송 프로그램이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설교는 아니다. 아울러 ‘비서들이 복 받아 아들을 낳았다’는 대목에서는 가부장적 인식 외에도 결론적으로 윗사람, 곧 자신을 잘 섬겨달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면회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다"

김 목사의 사고체계가 드러나는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김 목사는 아브라함 링컨이 미국 남북전쟁 당시 죽음을 목전에 둔 군인의 소원대로 어머니에게 편지를 써주고, 그가 편안히 눈감을 수 있도록 따뜻하게 손잡아주고 용기의 말을 들려주었다는 일화를 전하며, “이 스토리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대통령이 있었으면 국민이 얼마나 편하게 살았을까”하고 말했다. 

이어 동부구치소에 수감됐다 코로나 확진자가 대거 속출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안양 교도소로 이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심방을 가지 못해 안타까운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김 목사는 “안양 교도소는 전두환 대통령이 2년 넘게 있었던 곳이다. 내가 심방 많이 갔다”며 “건물이 오래되어서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덥다”고 걱정했다. 이어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기 있다고 그래서 기도 한번 해드리려고 백방으로 노력해 봤다. 그런데 면회가 2주일에 한 번 된다고 하더라”며 “그래서 다음 금요일에 가려고 면회 신청을 했는데 영부인(김윤옥)과 아들이 그 전날 면회를 오기 때문에 그 면회가 끝나면 또 2주일 후에 다시 면회가 허용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때 나한테 기회를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내가 옛날에 잘 알던 분들이 구속돼 있어서 거기를 여러 번 갔다”며 “그래서 그 교도소를 너무 잘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 안양교도소장을 통해 인터넷으로 매일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어제부터 매일 편지를 써서 (안양교도소에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들여보내기로 했다”고도 말했다. 

또 “다음에 만약 가서 위로 예배를 봐드릴 수 있으면 가려고 한다”며 “그런 사람한테 우리가 신세질 것도 없다. 다 힘을 잃고, 아무 힘도 없는 사람인데, 그래도 오랫동안 교회 장로를 섬겼던 분이기 때문에 기도로 위로해 드리고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께서 어떤 모양이라도 어려운 사람이나 궁지에 빠진 사람에게 따뜻한 차 한 잔 접대할 수 있다면, 하나님께서 그걸 잊어버리지 않을 것을 확실히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 목사는 이날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며 “김 씨라고 있는데 신학교 문고리도 잡아보지 못한 자가 내 욕을 하고 다닌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극동방송 내부에서는 김 목사가 언급한 김씨가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이라는 해석과 함께 제보가 이어졌다. 

그러나 김용민 이사장은 학부 4년과 대학원 2년의 신학 과정을 밟은 목사 수련생이다. 극동방송은 이와 관련해 “평화나무 김용민 이사장이 신학을 전공하고 목회하고 있는 것은 김장환 목사님 외, 많은 직원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김용민 이사장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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