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권지연ㆍ신비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ABC협회 부수 조작 의혹을 조사 중이다. 지난해 11월 ABC협회의 ‘부수 조작’을 폭로한 내부 진정서가 문체부에 접수된 데 따른 조사가 진행된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2월 15일 “ABC협회가 116만 부로 공표한 조선일보 유료부수는 거짓이며, 실제 유료부수는 절반 수준인 58만 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ABC협회는 국내 유일의 신문 부수 인증기관으로서 매체에서 자발적으로 제출한 부수와 수용자 크기를 표준화된 기준위에서 실사하고 확인해 공개하는 일을 수행한다. 아울러 협회가 산정한 매체 부수는 광고비 집행의 근거로 활용된다. ABC협회가 신문 부수를 조작했다면 협회의 허가 취소까지 고려해야 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직 조사분석 안 끝났다”며 조심스러워하는 문제부 
그러나 비현실적 조선일보 유가부수 발표한 ABC협회 조작 인증?

문체부는 지난달 조사단을 꾸리고 서울, 경기, 강원, 충청, 호남, 영남지역 신문지국을 상대로 현장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디어오늘이 보도한 문체부 현장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선일보 지국 9곳의 보고부수와 실사부수의 차이를 나타내는 성실율은 대부분 40-50%에 머물렀다. 79.18%가 가장 높은 성실율을 보인 곳이었다. 지국 9곳의 평균 성실률은 49.8%다. 

문체부 미디어정책과 담당자는 이 같은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듯 "아직 검토하는 과정에 있고 보도에 나온 자료가 최종 자료가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물론 표본이 적긴 하지만, 9곳의 성실율이 보여주는 차이는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ABC협회는 미디어오늘 기사에 대해 “거짓 기사이기 때문에 저희가 따로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며 “소송 등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했다. 

‘부수를 속이지 않았다는 근거를 제시해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조작이라는 주장도 특별한 근거가 없다”며 “우리는 조작을 안 했기 때문에 거짓 기사라고 하는 것밖에 없다. 안 했기 때문에 낼 만한 증거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지국들도 말을 아꼈다. 대부분이 요즘은 부수 조작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15년 넘게 일했다는 한 지국 관계자는 “예전에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다 기록되기 때문에 조작이 불가능하다”며 “다만 독자의 몇 %를 여유지로 주기는 한다. 배달 중에 찢어지거나 분실되는 경우 등이 여유지를 주게 되고, 그래서 하루에 몇백 부가 남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비가 오는 날은 남는 게 없다”며 “배달하는 사람에게 신문을 더 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쩌날리즘’이 독자의 몇 %를 여유지로 제공하는지, 해당 센터에서 배송되는 신문 부수는 얼마나 되는지 등을 물었지만, 여기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사실상 ABC협회의 부수 공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얘기는 어제오늘 들려온 것이 아니다. ABC협회가 조선일보와 유가부수를 조작했다며 검찰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도 처음이 아니다. 2008년 7월 9일 경향신문 단독 보도에 따르면, “당시 협회 간부들은 무료 구독자가 유료독자로 전환한 경우 수금 개시일 전 2개월까지만 유료부수로 인정하는 규정을 어기고 3개월까지 유료부수에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조작하기도 했다”는 전직 직원의 폭로와 함께 내부 문건이 증거로 제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당시 문건에 따르면 조선일보가 2002년치 유료부수 191만4045부라고 신고하자 ABC협회는 조선일보 지국 30곳을 조사대상으로 선정한 뒤 2003년 5월부터 5개월간 4개 조사팀을 보내 전수 조사를 벌였다.
 당시 전수 조사 결과 부수는 조선일보가 신고한 부수의 88.7% 수준인 169만9430부로 나왔으나, 협회 간부들은 조선일보 신고부수의 90%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5만6000여부나 뻥튀기해 175만6193부로 수치를 조작했다는 전직 직원의 폭로가 나온 것이다. 그런데 10여년이 흐른 오늘날 또다시 ABC협회의 부실공사가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지난해 11월 9일 ABC협회 내부 직원들이 문체부에 낸 진정서 내용이 파장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이유다. 실제로 ABC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9년도 공사결과는 부수 조작 의혹에 무게를 실었다. 조선일보 발행 부수 대비 유가율이 95.94%를 기록한다고 한 ABC협회의 발표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그 자체가 조작임을 입증하는 셈이란 것이다. 유로 부수는 수금된 부수를 기준으로 삼게 된다. 그런데 앞서 한 지국 관계자가 설명했듯이 본사에서는 훼손 또는 도난되는 신문이 발생하는 사안을 고려해 예비지를 제공하는데다 미수율 10% 정도는 발생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또 업계 복수 증언에 따르면, 포장도 뜯지 않은 신문이 약 30%가량은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작물 농장에서 쓰이는 한국 신문 (제보자 제공)&nbsp;<br>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 작물 농장에서 쓰이는 한국 신문 (제보자 제공)

 

타 신문사도 성실율 격차 마찬가지?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한겨레의 경우도 총 3곳의 지국에서 보고 부수 1만6768부, 실사부수 7870부로 평균 성실율은 46.9%에 그쳤다. 동아일보는 2곳의 지국의 보고부수 1만6615부, 실사부수 6679부로 성실율은 40.2%에 그쳤다. 이런 식으로 1~10위권 안에 드는 매체 유료부수 성실율을 보고 부수의 50%정도로 예측해 계산하면, 2019년 기준 조선일보 58만1476부, 동아일보 36만6627부, 중앙일보 33만7061부, 매일경제 27만7114부, 농민신문 21만1141부, 한국경제 17만7694부, 한겨레 9만426부, 문화일보 9만554부, 한국일보 8만6288부, 경향신문 8만2756부로 집계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ABC협회가 산정한 유료부스에 따라 광고단가 등급을 나누는데, 발행부수 80만부, 유료부수 60만부 이상 언론사는 A군에 속하게 된다. 따라서 광고 단가도 더 높아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성실율이 50% 불과하다면 A군에 속하던 조선, 동아, 중앙일보 모두 등급이 떨어지는 셈이다. 

따라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BC협회의 지표에 따라 언론사마다 광고단가나 신문우송료 지원금이 산정되는데, 만일 이를 속여서 다른 언론사보다 광고단가를 비싸게 받았거나, 지원금을 더 수령 했다면 이는 사기범죄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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