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벌적 손해배상제 외국언론의 것과 최강욱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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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벌적 손해배상제 외국언론의 것과 최강욱의 것
  •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
  • 승인 2021.02.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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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씽크와이(ThinkWhy) 정치연구소장<br>
김성회 씽크와이(ThinkWhy) 정치연구소장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이 필요한 이유는 그대들의 보도가 피해자에겐 징벌이기 때문이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당대표는 지난 2월 5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언론중재법)을 발의했다. 언론개혁, 검찰개혁, 정치개혁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열린민주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도 6대 언론개혁 과제 등을 제시하며 언론개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거대 정당으로 언론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아니 더 솔직하게 말하면 언론 눈치 보느라 실질적인 언론개혁을 담보할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기 매우 어려운 입장에 있다.

이에 열린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발의했다. 법안에서 일단 핵심이 되나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는 것은 ‘언론중재위원회’를 ‘언론위원회’로 바꾼다는 것이다. ‘중재’ 두 글자 빠진 것이 무슨 대단한 의미를 지니나 싶겠으나 두 위원회 간의 간극은 매우 멀다. 우선 ‘중재’란 무엇인가, ‘언론도 옳고 피해자도 옳으니 둘이 적당히 화해하시오’라고 권하는 황희 정승 같은 위원회에 어울리는 명칭이다. 소비자 ‘보호’원은 봤어도 소비자 ‘중재’원은 보지 못했다. 거대기업으로부터 개인이 피해를 보지 일개 개인이 어떤 대기업에 피해를 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언론사에 피해를 입히는 개인이라는 것은 기자를 테러하는 어떤 사람이나, 언론사 기물을 파손하는 일 정도를 하는 사람을 상상할 수 있지, ‘언론’ 그 자체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불가능하고, 오히려 언론이 어떤 개인을 대상으로 해를 입히려고 마음 먹으면 한 가정을 완전히 몰락시킬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을 우리는 봐왔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공격이 그랬고 조국 교수 가족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공격 또한 그랬다. ‘중재’라는 가당찮은 명칭을 떼어내고 현실을 고려할 때가 온 것이다. 
 
‘언론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위원회로 자리를 바꿨다. 상임위원을 두고 언론보도등으로 인한 피해자가 언론위원회에 침해행위 구제신청을 직접 할 수 있도록 하고, 언론위원회가 침해행위의 존재 여부를 판단하고 침해행위가 있다고 판정하면 시정명령 내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며 언론위원회가 새롭게 부여된 침해행위에 관한 조사 및 구제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심판부까지 추가했다. 즉, 행정기관으로서 강제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피해자의 구제 신청이 있을 때 즉각 해당 언론을 심문할 수 있도록 했고, 침해행위가 있다고 판단하면 시정명령도 내리고 시정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강제이행금도 부과할 수 있도록 해 신속한 구제가 가능하도록 위원회를 실질화 했다.
 
이러한 구체적인 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위원회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빠르게 구제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이 법의 핵심 내용이다. 빠르게 언론사가 대응하지 않으면 안되도록 설계를 보탰다. 바로 ‘매출액에 비례한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그 골자다. 지금까지 우리는 피해자의 위로금 형태로 고민해왔다. ‘당신이 언론사로부터 당한 피해가 이러저러하니 그 심신의 고통을 잊을 위자료라고 하면’이라면서 300만원, 500만원, 인생을 거의 망가뜨리는 수준으로 가야 2,000만원 등, 인터넷 시대에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모함성 가짜뉴스로 입은 개인의 피해를 보상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액수를 피해자에 손에 쥐어 준 채 법원은 ‘이렇게 합의하세요’를 강요해 온 바 있다.

징벌적손해배상의 핵심은 ‘피해자’의 피해 기준으로 액수를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의 이익을 기준으로 혹은 ‘가해자’에게 징벌이 될 만큼 액수를 산정하는 것이다. 열린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은 가해자의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

제30조의2(징벌적 손해배상) 언론사등이 얻은 이익이란 해당 언론보도등이 있은 날부터 삭제된 날까지 총 일수에 해당 언론사등의 1일 평균 매출액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
 2019년 조선일보의 매출액은 2,991억원으로 하루 8억원 가량의 매출이 발생했다. 만약 최강욱 의원의 법안이 통과된 후 조선일보가 악의적으로 오보를 낼 경우 오보를 내릴 때까지 열흘이 걸렸다고 해도 80억을 물어내야 한다. 너무 지나친 형벌이 아닌가 의아하다고? 외국은 더 한다.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3만8000부 발행 부수를 갖고 있던 ‘Alton Telegraph’는 1980년 920만 달러(약 111억)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파산신고를 했다. 한 건설업자가 마피아와 연관돼 있다는 기사였다. 전보적 손해배상액을 제외했을 때 징벌적 손해배상액은 250만달러(약 30억)였다. (출처 : 미디어 오늘 기사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648)
 
 ‘Alton Telegraph’는 심지어 악의적인 보도도 아니었고 취재가 부실해서 일어난 일이었다. 이런 징벌적 손해배상이 가능한 이유는 배심원제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한 무자비한 징벌이 자본주의 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떤가. 세월호를 돌아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세월호 참사 당일 ‘승객 전원 구조’ 오보를 낸 방송사들에 ‘권고’ 조치를 내렸다. 권고는 심의 처분 중 2번 째로 낮은 제재 수위로 언론 역사상 최악의 오보에 대해 방송사는 ‘향후 제작에 유의하라’는 내용의 권고문을 받는 것으로 끝났다. 아무렇게나 보도하고 Page View만 올리는 것이 언론사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1999년 언론중재위원회 정기세미나에서 배금자 변호사가 발표한 ‘보도와 명예훼손-한미간 비교를 중심으로’를 참고하면, LDRC의 1999년 보고서는 1998년 공인이 제기한 소송에서 언론 승소율이 75%에 달한다고 하고 있다. 이는 25%의 소송에서 언론사가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을 받는다는 얘기다. 이 자료는 미국의 평균 위자료가 150만~200만 달러라고 제시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약 20~25억 원에 해당한다. 즉 미국의 경우 언론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 중에서 25%는 언론이 패소하여 평균 20~25억 원의 위자료를 배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출처: 더브리핑 https://m.thebriefing.co.kr/news/newsview.php?ncode=179579147459449)


징벌적 손해배상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인 배상의 단위가 다르다. 개인에게 가해지는 언론의 고통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도 합리적이라는 말이고, 벌을 줬을 때 받는 자(언론) 입장에서도 ‘아픔’이 느껴져야 다음 번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아니가.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의 경우는 ‘고의성’과 함께 ‘반복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칠 수 있으면서도 계속 고치지 않을 경우 더 강하게 징계한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도입할 수 있을까? 도입을 한다면 정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때문에 언론사가 망할까? 그럴 리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되면 각 언론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배상금으로 쓸 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에 가입할 것이다. 보험사는 그 언론사가 보험금을 뜯어갈 곳인지 실사를 하게 될 것이고 ‘악의적으로 허위보도를 할 기자’를 어떻게 걸러내는지 시스템을 점검할 것이다. 외국의 언론사들은 자사 취재진이 취재를 하는 뒤를 캐는 진실검증팀이 별도로 존재한다. 취재원에게 “혹시 기자가 협박 등의 수단은 사용하지 않았는지?”, “거짓을 말하라 강요한 것은 없는지?” 등의 사실을 별도 취재해 기자들의 ‘특종욕’에 일정한 수준의 견제를 한다. 

결국 징벌적 손해배상은 그 돈을 언론사에게 물리는 데 법안의 취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물기 싫으면 오보를 내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춰라’라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산재 예방에 있는 것과 같은 취지다. 

자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언론개혁을 위한 제정당의 ‘용기’를 기대해본다.

김성회 씽크와이 정치연구소장/열린민주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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