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주주·독자에 사장 선임권 부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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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주주·독자에 사장 선임권 부여하라
  •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 승인 2021.02.08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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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만 독점? ‘독자 없는 신문’ 가속화!
김용민 시사평론가 
김용민 시사평론가 

 

만약 대통령을 행정부 공무원들이 뽑는다면?상호 견제·균형의 민주주의 원리에 충실해 보이니 이상적일 듯하다. 하지만 당장 행정부 내부의 무사안일·관료주의·부처 간 패권주의·조정기능 상실이 어렵지 않게 예견된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국민 아닌 행정부 공무원에게만 충성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한겨레 대표이사는 3년에 한 번씩 뽑는다. 그런데 회사 주식을 소유한 회사 정규임직원에게만 선출권이 있다. 이렇게 우리사주조합(지분율 17.5%, 2019년)이 직접 선거로 단독 대표이사를 추천하면 주주총회는 이를 사실상 추인하게 된다. ‘국민주 신문’이라지만 주주총회는 우리사주조합의 거수기 노릇만 하는 셈이다. 한겨레 대표이사는 그렇다면, 임직원 아닌 주주, 주주를 포함 독자에까지 (의무에 없는)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다할 수 있을까? 혹시 내부 구성원들에게 휘둘리지 않을 수 있을까?

“왜 사장을 사원끼리만 뽑나” 주주들 불만

그렇지 않아도 주주들의 불만이 상당하다. 2018년 4월 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가 발표한 ‘한겨레신문 국민주주 연구’ 중 국민주주 250명 등에 대한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응한 주주 중 61.6%만 종이신문 한겨레를 구독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대개 절독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신문 내용에 대한 불만은 차치하고 주주들은 ‘주주 의견을 경영에 잘 반영되지 않는다’(26%)고 했다. 그 ‘주주 의견’은 무엇일까? 예상대로 대표이사 선출권이었다.

‘임직원만의 선거’는 사실 한겨레 임직원들도 괴롭게 한다. 대표이사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내홍’에 몸살을 앓는 것이다. 2019년 11월 한겨레 노동조합 회보인 한소리는 “겨우 500명 남짓한 이 조직에서 언제까지 ‘누구는 양파, 누구는 어니언, 누구는 다마네기’하는 놀음을 계속해야 할까요.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보고, 합리적인 개혁을 하며, 조직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 창출 모형을 만들어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라고 지적했다. 때는 양상우 당시 사장파와 사장파가 아닌 이들이 격돌하던 시점. 길윤형 당시 노조위원장은 “우리 이대로 괜찮습니까. 3년마다 서로를 내리 누리고 헐뜯는 이 모습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할까요”라고 탄식했다. 

한겨레 임직원들도 3년마다 파벌전쟁으로 곤욕

이는 12년 전인 2007년에도 유효했던 고민이다. 그래서 서형수 13대 대표이사는 10월 18일 임직원 직선제가 아닌 ‘대표이사 추천위원회’를 통한 사장 선출방안을 당시 우리사주조합에 제안했다. 그러나 찬성 39%, 반대 40%로 부결됐다. 그래서 이 제도는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지금 한겨레가 그때보다 더 ‘독자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한겨레 기자 41명이 1월 26일 자사의 법조 보도가 (문재인) 정권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제기하자 한 선배 기자는 “이번 성명이 또 한겨레의 평판과 독자에 어떤 영향을 줄지 깊이 우려”된다고 했다. 한국ABC협회 자료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2018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를 비난한 안수찬 기자의 취중 발언(‘덤벼라 문빠’) 여파로 2000부의 한겨레 유료부수가 줄었다. 한겨레는 현재 지면 신문 구독률은 물론, 인터넷 페이지뷰도 부진 일로이다. 

이렇게 가시적이고 위력적인 독자 이탈에도 불구하고 내부 저년차 구성원들은 이를 자성의 소재로 삼기보다 ‘언론자유의 위협’으로 간주하는 편이다. 2019년 9월 입사 7년 차 기자 31명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비판 칼럼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 비판 성명을 내면서 “‘50대 진보 기득권 남성’을 대변하기 위한 신문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대해 국장단은 심각하게 고려해본 적 있는가. 50대 남성에 의한, 50대 남성을 위한 신문을 만들어오며 일각의 ‘절독’ 요구에 흔들릴 정도로 독자층을 취약하게 만든 건 국장과 국장단 자신들”이라고 밝혔다.

매우 중요한 진술이다. 비우호적 한겨레 주주·독자가 저년차 기자들에게 ‘낡고 배부른 기득권’으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결국 메시지에는 주주·독자가 한겨레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마지막 실효적 수단으로 ‘절독’을 선택해도 이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위험한 결기는 사내 권력관계에서도 첨예하다. 경영진과 데스크는 때마다 이 같은 집단 움직임에 다급한 사과와 무책임한 수습으로 일관한다. 몇몇이 모여 스크럼 짜면 누구라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성공사례’, 사실 한두 건에 그치지 않는다. 이렇게 한겨레 권력은 ‘후배’에게 넘어갔다. 후배 기자의 독선을 바로 잡으려는 목소리는 ‘뒷방 늙은이의 라떼 타령’으로 고립된 지 오래됐다. 

이젠 주주·독자·임직원이 뽑는 직선 사장으로

그러나 독자 이탈은 저년차 기자들의 한때의 호기로 묵과될 문제가 아니다. 작년 12월 발표된 언론진흥재단 신문산업 실태조사(2020 신문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 신문산업 2019년 매출에서 광고 비중은 67.3%에 달했지만, 종이 신문 판매수익은 16.5%에 그쳤다. 이뿐인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민주정책연구원-경제개혁연구소의 ‘4대 재벌(삼성·현대차·SK·LG)의 언론사 광고 지배력 분석’ 보고서에서 광고 매출 8개 신문 중 4대 재벌 광고 비중(25.2%)이 가장 높은 신문으로 한겨레가 꼽혔다. ‘독자 없는 한겨레’는 광고 자본에 예속된 ‘죽은 신문’의 길임을 누구도 모르지 않는다. 게다가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2007년 2월 28일 자 한겨레에서 당시 시민 편집인 김형태 변호사는 “한겨레 창간 정신을 잘 구현할 현실적 주주 집단은 회사 임직원들임이 틀림없으나, 경영권이 사내 여론에만 의존하게 될 때 안정적으로 행사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한겨레는 사장 선출권을 임직원만이 아닌 주주·독자 직선제에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선출직 사장의 지도력을 한층 강화해 책임경영을 구현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사내 반발은 극복 가능해 보인다. 2019년 11월 ‘한소리’에서 한겨레 A 기자는 “선거가 외부로부터 동떨어져 있다. 내부에서만 선출해버리는 식으로 끝나면 성장해야 할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구성원들도 헤게모니 싸움에 지친 터이다. ‘독자 없는 신문’이란 불확실한 길에서 돌이키고 싶을 것이다.

구성원을 임직원에서 주주·독자로 확대한다면 그래서 사장 선임권을 공유한다면 한겨레 리더십의 공영성 책임성은 대폭 강화될 것이다. 확대된 외연은 기자들만의 자기 폐쇄적 담론 구조를 극복하고 한겨레를 토론과 성찰이 공존하는 커뮤니티로 비약적으로 발전케 할 것이다. 이 얼개에서 기자와 독자의 대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이것이 1988년 한겨레가 언명한 ‘국민이 주인 된 신문’의 원형이 아니겠는가.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는 지혜, 한겨레의 역량을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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