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걸 민생경제연구 소장 인터뷰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출처=연합뉴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국가정보원의 사찰문건 63건이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63건은 안보 관련 직무 정보나 제삼자 개인정보를 제외한 대법원 판례 기준에 따른 공개 대상 자료들이다.

이는 지난 2017년 출범한 시민사회단체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이 국정원에 ‘사찰성 정보 파일’을 공개하고 폐기해 줄 것으로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한 데 따른 성과다. 그러나 정보공개 청수로 확인된 사찰 피해는 빙산의 일각일 터.

‘쩌날리즘’이 입수한 문건들도 중요 내용은 대부분 지워져 있었다.

당시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면서 국정원의 사찰 대상에 포함됐던 안진걸 소장(민생경제연구소)은 7일 쩌날리즘과 인터뷰에서 “민간인 사찰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 언론의 95%는 죽었다고 본다”며 일침을 놨다. 이런 중대한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의 분위기를 질타한 것이다.

다음은 안진걸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

-안진걸 소장님에 대해서는 ‘좌파선전꾼’이라고 낙인찍어 있던데, 사찰당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나?

국정원에서 사찰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예전에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 아름다운재단 등의 단체에서 함께 체육대회를 하려고 했는데 운동장을 못 빌리게 했다. 국가와 민간이 함께 경영하는 수련회 시설이 있는데, 그곳 관장님이 그러더라. 국정원에서 전화 왔었다고. ‘왜 참여연대에 빌려줬냐’고 전화가 왔다고 했다. 시민단체에서 MT가는 것도 국정원에서 시비를 걸더라. 그러다 보니 광범위하게 사찰한다는 건 알았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건, 다 확인된 건 아니지만 KBS와 MBC에서 인터뷰하면 방송에 안 나가더라. 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방송이 안 된 이유가 ‘위에서 못 나가게 했다’는 것이었다. 참여연대나 안진걸과 인터뷰 그만하라 했다는 얘기도 전해 들었다.

이번에 나온 문건을 보니 22개나 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사찰했다. 우리나라 웬만한 라디오 프로그램은 다 사찰했다고 보면 된다.

 

-정부의 민간인 사찰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문건으로 봤을 땐 그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확실히 문건으로 볼 때 느낌이 다르다. 전화로 체육대회 장소를 못 하게 한다던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뒷조사를 한다는 건 알았어도 문건으로 내용을 볼 때 훨씬 더 불쾌하다. 불쾌하고, 불편하며, 위축된다. 그런 문서를 볼 때 무섭다. ‘나중에 없는 죄도 만들어 나를 구속할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조금만 실수해도 그걸 포착해 엄청난 죄로 둔갑시켜 몰아갈 수도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 무섭다.

지금 나온 문건이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참여연대나 참여연대 간부들에 대해서도 별도로 사찰했을 것 같은데 아직 공개가 안 됐다. 이번에 박지원 국정원장이 많이 내놓은 것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여전히 조금씩 내놓고 있는 것 같다.

 

-정부의 민간인 사찰이 갖는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정부의 민간인 사찰은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백성이 주인이다. 국가기관은 백성의 심부름을 하는 기관이다. 그중 정보기관은 간첩이나 스파이, 테러리스트를 막는 역할, 해외에서 고초를 겪는 국민을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일 하라고 만든 곳이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골라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밥줄을 끊는다. 시민이 아닌 권력기관이 주인이 돼 사람들을 탄압하고 쫓아내고, 일자리도 뺏는, 정보기관 독재국가가 되는 것이다. 만일 이번 정부 역시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같은 노선이었다면 지금도 그런 짓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특별히 이명박 정부 땐 국정원만 그런 게 아니라 경찰이나 검찰, 기무사, 국방부의 사이버 사령부까지 전부 나서서 댓글 공작을 펼치고 민간인을 사찰했다. 집권 세력 일부가 국민을 완전히 장악하고 탄압하겠다는 걸 노골화 시킨 일이다. 이런 일이 극단적으로 가면 유우성 씨나 홍강철 씨와 같은 간첩 조작 사건이 발생한다. 북한과 관계 있는 사람은 간첩으로 몰고, 북한과 관계가 없으면 빨갱이로 몰아 밥줄 끊고, 쫓아내고, 시민단체 활동 못 하게 한다.

대신 극우단체를 키워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 공격하게 한다. 극우교회, 극우단체, 화이트리스트, 말 잘 듣는 사람들을 통해 그 사회를 권력으로, 물리적으로 탄압하고, 물질로, 돈으로 지배하며 거대한 지배 카르텔을 만든다. 그게 바로 수구 냉전 기득권 극우세력이다. 왜곡된 역사의 사생아들이 영원한 지배 권력이 되려고 꾸민 음모가 민간인 사찰문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국정원의 사찰문건
공개된 민간인 사찰문건 중 하나

-2017년 촛불혁명으로 결국 정권이 바뀌었다. 이전 정부와 현 정부의 차이가 있다면?

문재인 정권은 최소한 민간인 사찰은 안 할 것이다. 공기업 인사에 일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긴 하지만 그것과 민간인 사찰은 그 본질이 다르다. 만일 과거 시대의 유산으로 일부 부적절한 행위가 드러난다면 그건 청산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라고 봐줘선 안 된다. 단 하나라도 답습해선 안 된다.

 

-민간인 사찰을 했던 정부 기관이 처음부터 사찰을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라고 본다. 시간이 흐르며 변질된 경우가 많은데, 이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은 무엇이 있을까?

민주주의는 정태적인 것도 아니고 완성된 형태도 아니다. 동태적이며 역동적이라 시민들의 감시나 견제, 참여가 없으면 언제든 변할 수 있다. 좋은 정부에서도 후퇴할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정부도 과거의 실수나 잘못을 답습할 수 있다. 그렇기에 철저한 감시와 견제 말곤 답이 없다.

견제는 삼중 견제가 있다. 내부에서의 견제와 제도를 통한 외부의 견제, 그리고 시민들의 견제다. 법과 제도, 시스템을 통해 각 기관이 상호 견제하도록 해야 하며, 시민들과 언론들이 끊임없이 감시해야 한다.

정보기관들이 서로를 견제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필요한 기능들, 예를 들면 이번에 폐지한 국정원의 국내 정보기능과 같은 기능들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

시민들의 힘은 결국 정당과 노동조합, NGO를 통해 표현될 수밖에 없다. 정당에 가입하고, 노조에 가입하고 NGO 가입 등으로 모여야 한다. 모여서 힘을 갖고 권력기관을 견제해야 한다.

이런 견제들이 촘촘하게 맞물려야 건강한 감시가 이뤄진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이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번 민간인 사찰 문건에 대해서도 다루는 언론이 많이 없다.

지금 한국 언론 95%는 죽었다고 본다. 진보 언론도 희망이 되지 않는다. 언론의 기능을 매우 협소하게 생각해 현재 집권 세력만 감시하면 되는 걸로 이해한다. 그런데 사실 집권 세력은 언론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열심히 지켜보고 있기에 견제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권력기관의 적폐들, 언론 권력, 종교 권력, 검찰 권력 등이 사회에 훨씬 더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건 내버려 둔다. 오히려 집권 세력에게 탄압받는 것처럼 그린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태가 대표적이다. 누가 봐도 검찰 권력을 남용하고, 오용하는데 그건 내버려 두고 청와대와 여당이 윤석열을 탄압한다고 주장한다.

이번에 나온 가짜뉴스 손해배상제도도 그렇다. 이걸 언론 탄압이라고 말한다. 이러니 국민이 제도권 언론을 믿지 않는 것이다.

결국 대안 언론, 개혁언론이 생기며,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기존 언론이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데 어떻게 영향력이 생기겠나.

 

-과거에도 그렇고, 현재도 적폐 청산의 최전방에 서 있다. 힘들진 않나?

나경원 전 의원이나 박덕흠 의원 등 여전히 적폐 세력이 남아 있다. 그래서 피곤하고 힘들다. 그러나 누군가는 해야 한다. 시민들이 응원해주시니 힘도 난다.

 

-2021년 새로운 해가 밝았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일단 우리는 민생경제 연구소다. 예전 참여연대에 있을 땐 종합적으로 권력을 감시했다면, 이번엔 민생경제 살리기에 주력하면서 적폐 세력과의 투쟁을 병행할 예정이다. 민생경제를 살리는 것과 더불어 생활 속에서의 노동 존중,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 실현 등 밑바닥 경제, 빈민이나 서민, 중산층이 살아나는 경제 살리기를 주력으로 할 예정이다.

또 동시에 조선일보의 방 씨 일가를 비롯해 나경원 씨나 박덕흠 씨, 조수진 씨, 윤서인 씨 등 우리가 고발해온 사람들을 퇴출시켜 최소한 정치권이나 공론장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한다. 

안진걸 소장
힘들지만 누군가 해야 한다는 안진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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