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기 고발뉴스 기자
민동기 고발뉴스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향후 소셜미디어(SNS) 등으로 현안과 관련한 메시지를 낼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또 이 같은 업무를 총괄할 메시지 담당자도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선임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선 윤 전 총장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이전까지 정당 인사들과는 거리를 두면서 당분간 ‘SNS 정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3월 10일 조선일보 6면에 실린 기사 가운데 일부다. 제목은 “윤석열 SNS 시작한다…선거전까지 ‘메시지 정치’”이다. 

이 기사를 보고 필자는 웃었다. 현안에 대해 할 말이 있으면 그냥 본인이 SNS 개설하면 될 일. 이런 것까지 언론에 알리는 게 웃겼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금 ‘예비 정치인’ 윤석열은 언론의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방증 아닌가 싶다. 

더 ‘웃기는 건’ 메시지 담당자를 선임한다는 대목. 주변에 정치부 기자나 국회에 직을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번 물어보라. 정치인 중에 ‘메시지 담당자’를 둘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건 통상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후보들이 하는 전형적인 행동이다. 이 기사를 보며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고 생각한 이유다. 

조선일보는 ‘SNS 정치’라고 했지만, 이는 앞으로 윤 전 총장이 ‘언론플레이’를 하겠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권 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데다 보수언론이 지원 사격까지 하면서 든든하게 자신을 받쳐주고 있으니 기자들과 언론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느꼈을 법도 하다. 혹은 누군가가 ‘언론 관리’ 방법을 조언했을 수도 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은 ‘정치인’ 윤석열을 만든 게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이라고 하지만 필자는 그런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언론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와 비판을 제대로 했다면, ‘현재’의 윤석열은 존재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직 검찰총장의 장모·아내와 관련된 의혹이 불거졌다. 여기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한 것인지를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아무 일 없다’는 듯 그냥 넘어가는 분위기. 이는 ‘언론의 방관과 외면’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힘들다. 

굳이 조국·추미애 전 장관에 대한 언론의 ‘무차별적인 보도’와 비교할 필요도 없다. 윤 전 총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른바 ‘삼바’(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할 당시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 씨를 만났지만 이를 문제 삼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언론의 지원 사격은 어떤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문제가 될 만한 사안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모른 척’ 하는 것. 입을 닫고 눈을 가리는 것도 ‘지원 사격’이다. 현재의 윤석열 이미지는 그런 언론의 지원 사격 덕분에 가능했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정치인’ 윤석열로 변모하게 한 일등공신은 조·중·동을 비롯한 상당수 기성 언론이란 얘기다. 

필자는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조중동을 비롯한 기성 언론과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 가운데 자신들의 과오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누리는 대표적 집단이 언론과 검찰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만큼 두 집단에 대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얘기고 대권을 꿈꾸는 정치인이라면 그들과의 ‘건강한 긴장 관계’를 위해선 거리두기가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정치인’ 윤석열은 우려되는 대목이 많다. ‘검찰총장’ 아니 그 이전인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때부터 부적절해 보이는 언론 사주와의 만남에 대해 별 다른 문제의식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언론과의 긴밀한 관계’에 비중을 두는 검찰 고위 간부가 적지 않았지만 ‘현직 총장’으로 있으면서 기성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경우는 드물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검찰총장 윤석열의 ‘드라마틱한’ 사퇴 과정도 언론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검찰총장의 사퇴 입장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정치적인 언어’로 점철돼 있었지만, 상당수 언론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많은 언론이 윤 전 총장 사퇴를 사실상 ‘대권 도전’으로 해석했지만, 검찰총장에서 정치권으로 이동하는 것에 대한 비판은 드물었다. 비판?오히려 상당수 언론이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항하는 존재, 불의와 공정에 맞서는 이미지를 만들어줬다. 

SNS 메시지 담당까지 두게 될 윤 전 총장은 앞으로 어떤 목소리를 내게 될까. 언론과 기자들도 이쪽에 상당히 많은 관심을 기울일 것 같다. 필자는 기성 언론, 특히 조선일보 입맛에 맞는 ‘입장’을 내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윤 전 총장은 이미 지난 8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등의 ‘3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에 대해 “공적(公的) 정보를 도둑질해서 부동산 투기하는 것은 ‘망국(亡國)의 범죄’”라며 “즉각적이고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이 메시지가 조선일보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는 점이다. 

윤 전 총장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논란이 불거진 시점을 전후로 조선일보와 일정하게 ‘보폭’을 맞춰왔다고 보는 필자 입장에서 이는 향후 ‘윤석열과 조선일보와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본다.  

실제 최근 조선일보는 다른 언론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윤석열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조선일보 35면에 실린 “[동서남북] 윤석열 현상” 칼럼이 대표적이다. 최재혁 기자는 해당 칼럼에서 “최근 윤석열이 보여준 정치적 판단, 언어 감각에 대한 평가도 나쁘지 않다”고 평가한 뒤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윤석열은 이제 여의도의 대기권에 진입한 단계다. 대선 주자로서의 연착륙까지는 길다면 긴 시간이 남아 있다. 야당 대표는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했지만 그때까지 윤석열은 숱한 장애물을 마주할 것이다… 아내와 처가에 대한 네거티브도 상당할 것이다. ‘검사’ 외피를 벗고 ‘정치인 윤석열’의 비전도 보여줘야 한다. 혹독한 신고식과 검증이 뒤따를 것이다. 그럼에도 중도·보수층의 상당수는 윤석열이 그런 벽을 뚫어 거여(巨與)가 질식시킨 지금 정치에 숨 쉴 공간을 마련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전직 검찰총장의 아내와 처가에 대해 검증을 해야 할’ 언론인이 ‘윤석열에 대한 네거티브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 지금 상당수 언론이 주목하고 있는 ‘윤석열 현상’은 그만큼 언론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전제되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병적인 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현상’에 거품이 많다는 얘기다.

어찌 됐든 조선일보의 ‘비정상적인 윤석열 띄우기’는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야권의 구심점이 될 대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최재혁 기자의 칼럼이 실린 지난 9일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은 온라인 칼럼에서 윤 전 총장에게 좀 더 적극적인 주문을 했다. 몸 사리지 말고 4월 재보궐 선거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 칼럼 일부를 인용한다.

“선거는 정치인의 공간입니다.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평가받고 성장하고 발전합니다. 정치인은 선거를 피해서는 안 됩니다. 그 안에 뛰어 들어가 즐겨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치인 윤석열은 이번 선거에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봅니다. 365일 뒤면 바로 대선입니다. 

이번 선거에 지면 야권은 내년 대선도 힘들어집니다. 야권은 폭망합니다.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도 덩달아 불투명해집니다. 이번 보선은 1년 뒤 대선의 예고편입니다. 윤석열이 적극 개입해 보수의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영남과 충청의 연합, 보수와 중도의 연대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줘야 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뻔하지 않습니까. 몸 사릴 필요 없습니다.” 

관심은 그동안 조선일보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왔던 윤 전 총장이 이 같은 주문에 어떻게 화답할까 하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것으로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정치인’ 윤석열은 한국 사회 주요 현안과 사회경제적 쟁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문제는 이런 능력은 ‘단기간에 학습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언론의 보호 장막과 지원사격에도 한계가 있는 법. “1시간 정도 현안에 대해 토론하면 ‘정치인 윤석열’의 밑천은 바닥이 드러내게 돼 있다”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을 윤 전 총장이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언론으로 흥한 자 언론으로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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