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드라마 4화_뉴스는 반만 믿어라
*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은 허구이며 실화에 기반합니다.

노광준 전 경기방송 PD
노광준 전 경기방송 PD

“오늘은 좀 살살해주세요”
“나도 그러고 싶지만... 자, 고개 뒤로 하고”
“아윽.....너무 아프다”

 오늘도 요양보호사 미나 씨는 코로나 검사를 받는다. 코 속 깊숙이 긴 면봉이 들어올 때면 정말이지 너무 아프다. 코가 쓰라리게 맵다. 그런 검사를 벌써 8개월째 매일 받고 있다. 중점관리시설인 요양원에 근무하는 모든 의료종사자는 이렇게 매일 코로나 검사를 받고 들어가 어르신들을 수발한다. ‘콜록’ 면봉에 찔린 코가 너무 쓰라려 무의식적으로 기침이 나온다. 미나씨는 요양원 문을 열고 들어가다 벽에 붙은 달력을 본다. 2월 26일. 

 “오늘이네. 드디어”

 미나 씨는 오늘이 오기를 학수고대해왔다. 백신 접종하는 날. 요양원의 모든 어르신과 종사자들이 백신을 맞고 끈질긴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는 꿈을 몇번이나 꿔왔는지 모른다. 백신, 미나 씨에게는 너무 간절했다.

 같은 시각 인천시, 백신을 실은 대형 냉장 트럭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백신 트럭의 앞뒤로 경찰순찰차와 군용차가 호위하고 긴급 상황을 대비해 경찰 오토바이(사이드카)가 따라붙었다. 하늘 위에는 중무장 경찰 헬기도 떠있다. 백신 수송 대작전. 관계 당국은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았다. 가짜뉴스 세력이 Z 백신 접종을 방해하려고 총공세를 펼친다는 정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무전이 들어왔다. 

“2시 방향으로 전단지 살포. 백신 맞으면 다 죽는다는 내용임. 1단계인 듯”

1단계 공격은 전단지 살포였다. 버스정류장과 전봇대에 이런 내용이 붙었다. 

“코로나 백신 절대 맞지 마. 백신에 칩이 들어가 있어. 감시당하고 다 죽는다”

 전단지를 살포한 사람은 60대 여성이었다. 대전에 있는 교회에 안수기도를 받으러 갔다가 전단지를 받아왔다는 그녀는 경찰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 : “이 내용이 다 허위라는 거 아시죠?”
여성 : “전 몰라요. 배운 것도 없고 한글도 모르고 전 그냥 좋은 내용이라고 해서 ‘하나님의 말씀이 담겼나보다’하고 붙였어요”
경찰 : “누가요? 누가 붙이라고 했죠?”
여성 : (손 모아 기도하며)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 마귀의 미혹으로부터 보호해 주시고....”

 그 시각 요양원,
 미나 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요즘 들어 '백신 맞지 말라'는 카톡 글이 거의 도배수준으로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백신을 맞으면 치매에 걸린다는 글에 몇몇 어르신이 흔들렸다. 미나씨는 질병관리청의 팩트체크 자료를 건네주며 K방역을 믿어보자고 설득했다. 그런데 방금 또 카톡이 왔다. 아들이 보낸 전달 영상이었다. 

 ‘엄마, 이런 영상 봤음? 대박...[영상] 백신 접종 후 일어난 현상’

 조회 수 25만건. 미나씨가 영상을 클릭하자 기가 막힌 장면이 나왔다. 발작을 일으키는 외국인들, 눈이 뒤집힌 채 입에 거품을 물며 소리 지르던 그들은 잠시 후 모두 좀비로 변했다. 허리 꺾인 좀비들 위로 ‘백신 맞으면 이렇게 됩니다’라는 자막이 흐른다. 

 “2단계 공격이 시작됐네요. 딥 페이크(교묘하게 조작된 영상)”

 같은 시각 경찰 사이버수사대, 정체불명 영상의 출처를 추적했다. 역시 서버는 해외에 있었다. 계정을 수시로 바꾸며 유튜브에 올라오면 순식간에 SNS를 타고 퍼져나갔다. 

 “지금 바로 방심위(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줄임말)에 전화해서 즉시 삭제 요청해” “경정님 그게...”
 “내 말 안 들려? 지금 비상상황이라고”
 “저희가 아무리 삭제요청을 해도 결정이 안 됩니다”
 “그게 무슨 말? 방심위가 지금 개점휴업 상태란거야?”
 “네. 지난달에 위원 9명이 임기만료로 나갔는데, 신임위원들에 대한 인사논란이 거세서 한 달이 지나도록 아직 위원회를 꾸리지 못했답니다”
 “......”

 그새 3단계 공격이 시작됐다. 3단계는 기자-전문가-언론의 협공이었다.

 “현직기자의 SNS : 정부가 지금 F 백신에 식염수 타 쓰면 1병당 7명 접종도 괜찮다고 생쇼하네. 미친 정부 아녀? 탕국 찌개의 나라답게 의료도 부대찌개 스타일로 하네”

 기자는 정부가 F 백신의 국제규정을 어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F 백신은 원래 식염수에 희석해서 접종하는 백신이고, 미식품의약국(FDA)도 F 백신을 1병당 6~7회까지 접종 가능하다고 설명했으며, 그럼에도 정부는 7명까지 접종하라 권고한 적이 없었음이 밝혀졌다. 물론 가짜뉴스가 퍼질 대로 퍼진 다음이었지만.

이어서 백신 의무접종을 반대하는 의료인들이 등장했다. 

 “백신 의무접종을 반대하는 의료인 성명서 : 모든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은 전혀 검증되지 않았다. 부작용도 심각하다. 따라서 우리는 백신 의무 접종을 반대한다”

단체는 의사 7명, 치과의사 3명, 한의사 9명 등 극소수였지만 일부 언론은 이들의 성명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마치 전문가들 사이에서 백신 안전성이 논란인 것처럼.

 “A 의료인은 중대 부작용이 나온 걸 알기에 백신 접종을 거부한다고 밝혔고 또 다른 B 의료인은 사표 쓸 각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당국은 이들 주장이 근거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합니다”

 뉴스를 본 최 교수는 격분했다. 국내 최고의 백신 권위자인 그는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를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어 느나라 기자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가 10명이 다 안전하다고 해도 한 명이 못 믿겠다고 하면 그걸 ‘백신 안전성 논란’으로 써버린다. 마치 문제가 있길 바라는 듯. 잘 안되기를 바라는 듯” (최교수 SNS)

  보다 못한 의료전문학회들은 국민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썼다. 국민의 반이 백신을 맞은 이스라엘은 이미 확진자 수가 5분의 1로 줄어들었고 부작용도 미미하다고. 국민의 60~70%가 백신을 맞아야 집단면역이 생겨 코로나19를 극복한다며 반드시 백신을 맞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런 댓글이 달렸다.

 “그렇게 안전하면 대통령부터 먼저 맞든가”

 그 시각 백신을 실은 차량은 고속도로를 달려 미나씨와 어르신들이 기다리고 있는 보건소에 무사히 진입하고 있었다. 하늘 위에 떠있는 경찰 헬기는 무전으로 이후 준비상황까지 꼼꼼하게 체크했다.

 “잠시 후 백신이 도착합니다. 보건소, 접종준비 이상 없지요?”
 “예. 이상 없습니다”

 보건소에는 이미 백신을 맞을 어르신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의료진과 간호사들이 충분한 설명을 해놓은 상태였다. 제일 먼저 미나씨가 백신을 맞았다. ‘따끔’ 처음에는 잔뜩 긴장했던 미나씨의 표정이 점점 평온함을 되찾았다. 1호 접종자 미나씨에게 기자들이 다가왔다. 기분이 어떠냐고.

 “기분 좋아요. 우린 다 어르신들 섬기니까 백신 빨리 맞고 어르신들 면역이 빨리 생기면 좋은 거잖아요”

 해맑은 미나씨에게 어떤 기자가 질문했다. 

 “해외에선 백신 맞고 10분 뒤에 기절한 사례도 있다는데 맞은 지 얼마나 됐죠?”

 그러자 미나씨는 웃으면서 답했다.

 “죄송해요. 15분 지났는데도 멀쩡해서^^”

 빠져나가던 미나씨, 뭔가 생각난 듯, 한 마디를 더했다. 

 “참, 모든 접종자는 백신 맞은 뒤 15분간 대기해요. 의사 선생님이 이제 괜찮으니 가보라고 해야 나와요. 알고 계시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의 공중보건국(PHE)는 현지시각으로 3월 1일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이 고령층에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맷행콕 영국 보건장관은 이번 결과는 왜 지난 2주간 영국에서 80세 이상 고령자들의 중환자실 입원 수가 한자리 수로 떨어졌는지 설명해준다며 “구체적인 자료를 보면 1회차를 맞고 35일 뒤 코로나19 감염 예방은 화이자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약간 더 나았다”라고 설명했다. 상황은 이렇지만, 아직도 한국에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이 떨어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안전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 백신중 가장 안전하다는데 이견이 없는 백신이다. 지금도 가짜뉴스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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