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규제 완화 통한 민간개발 활성화, 또 다른 용산참사 재현하는 공약”

지난 17일 이룸센터 누리홀에서 열린 ‘차별과 배제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도시빈민정책 요구안 발표대회’. (사진 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4.7보궐선거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진애 열린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한 박영선 후보, 국민의힘은 단일화 과정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꺾은 오세훈 후보가 본격적인 선거 레이스에 돌입하게 됐다. 

두 후보 모두 가장 공들이고 있는 공약은 부동산 문제다. 상대 후보에게 펼치는 공세의 대부분 부동산 관련 이슈에 맞닿아 있다. 박영선 후보는 부동산 핵심 공약으로 ▲21분 콤팩트 도시 대전환 ▲5년 내 공공주택 30만 가구 공급 ▲평당 1,000만원 반값 아파트 등을 제시했고, 오세훈 후보도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제2종 주거지역 7층 이하 규제 폐지 ▲5년간 36만 가구 공급 ▲비강남권 지하철과 국철 구간 일부 지하화해 지역 거점 활용 등을 내걸고 있다. 

비판을 받는 지점 역시 비슷하다. 잔여 임기가 불과 1년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을뿐더러 시장이 앞장서서 투기를 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약(公約)’이 아닌 ‘공약(空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려와 소외된 이웃들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없는 점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열린 ‘차별과 배제 없는 서울을 만들기 위한 도시빈민정책 요구안 발표대회’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서울시의 개발 정책과 제도 미흡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동자동사랑방,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노량진수산시장시민대책위원회, 홈리스행동,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2021 서울시장보궐선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이 발언자로 나섰다.

 2009년 1월 20일 서울 용산구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들의 점거농성 강제 진압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작업을 벌이고 있다(왼쪽 사진).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옛 남일당 건물터에서 2020년 왕공을 목표로 주상복합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2019.1.20 (사진 연합뉴스)

 

이원호 사무국장(용산참사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은 현재 서울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포8단지 재건축, 미아3구역 재개발, 방배5구역 재건축 상황을 언급하며 “아무 대책 없이 쫓겨났고, 팬데믹 상황에서도 철거용역 300명이 투입되고 중장비를 동원한 폭력적인 철거가 진행됐다”고 했다.

용산참사는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 재직 시 대표적으로 내세웠던 뉴타운 정책으로 인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무국장은 “2009년 용산참사 이후 서울시는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 ‘서울시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수립, 실시하고 있지만, 뉴타운 광풍 시절 지나치게 과도하게 지정된 전면철거 방식의 정비사업 구역들에서 갈등과 폭력적인 강제집행과 철거가 끊이지 않았고, 여전히 ‘누구를 위한 개발이냐’는 근본적인 물음이 지속되고 있다”며 “지금도 여전히 300여 곳이 지정돼있고, 대부분 이명박, 오세훈 때 지정된 곳”이라고 했다. 

특히 오세훈 후보의 ‘민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공약을 두고 “이명박 뉴타운 삽질 시대로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오세훈 후보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시장 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 확 푼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사무국장은 “재개발, 재건축 지역의 세입자 대책 및 강제퇴거 예방책이 부실한 상황에서, 민간의 개발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개발 활성화는 또 다른 용산참사를 재현하는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최악의 주거환경이라는 말이 부족하지 않은 쪽방촌. 이곳에 거주중인 주민들은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된 공공주택 사업 실행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쪽방과 비교해서 좋은 주거 환경이 아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가구 구성에 맞는 적정 주거면적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민 상임활동가(동자동사랑방)는 “평당 임대료가 타워팰리스 보다도 비싸다는 쪽방의 주거환경은 1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비교해도 달라진 것이 없지만 주거급여가 생긴 이후로는 그 금액에 맞춰 임대료도 올라 평균 1.5평의 쪽방 월세는 현재 25~30만원 수준”이라며 “공공개발 발표가 나자 쪽방촌 건물주 대부분이 쪽방 건물에 거주하고 있지도 않으면서 자신들이 주민이라며 마치 쪽방 주민을 대변하듯 개발에 대한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비위생적인 환경과 좁디좁은 방 등 지금까지 자신들이 주민들에게 가했던 폭력과 같은 일상들은 잊은 채 개발에 대한 억울함만 주장하는 것은 참으로 뻔뻔스럽기 그지없다”고 했다.   

조항아 사무처장(민주노점상전국연합)은 “서울시 노점가이드라인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노점관리대책 이후 나온 것으로 그대로 가져온 것이나 다름없다. 그 당시 서울시에서는 폭력적인 단속이 많이 일어났다. 10년 동안 12,350개가 7,307개로 감축됐다”며 “자연 감소에 의한 감축이라기보다는 디자인 서울, 걷고 싶은 서울을 만들기 위해서 노점 집중 단속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이후에도 기본적인 노점상 감축 흐름은 그대로 유지됐다”고 했다. 

조 사무처장은 현재 서울시 노점가이드라인은 당사자인 노점상들의 목소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을 뿐더러 “노점상의 생계 대책보다 관리를 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수많은 제한규정을 구청의 재량에 맡기고 있고, 각종 규제안을 통해 노점상을 실질적으로 감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점상 보호를 위한 지원 및 상생 방안으로 ▲노점상 인권 보호 차원에서 용역을 동원한 폭력적 강제 철거 방식 철회 ▲각 지자체별 노점 단속 용역예산의 복지비 전환 등을 제시했다. 

안형진 활동가(홈리스행동)는 “현 보궐선거 국면에서 ‘대한민국 복지의 최저선’을 고려하는 논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코란19 팬데믹 속에 서울시 노숙인 등 정책의 부적절성과 부실함이 드러나고 있고, 이것이 꾸준히 사회적 이슈로 환기되고 있음에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책조차 제시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활동가는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주거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요건으로 자리매김했음에도 최소한의 염가거처조차 쉽게 지원받을 수 없는 서울시 내 홈리스 당사자들의 현실은 변함이 없었고, 과거 메르스 사태 때 이미 경험했던 의료공백의 문제는 보다 악화된 형태로 재현되었다”며 “심지어 서울시는 노숙인 등 고용지원 및 급식지원에 있어선 외려 퇴행적인 행보를 보이기까지 했다”고 평가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발표한 도시빈민정책 요구안을 종합해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질의 사항을 전달하고 답변을 요구할 계획이다. 29일에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장 후보, 빈곤정책으로 답하라’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