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 후보 자녀 입시비리 폭로 김승연 전 교수 인터뷰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 시장 후보 자녀 입시비리를 폭로한 김승연 교수(사진=평화나무)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 시장 후보 자녀 입시비리를 폭로한 김승연 교수(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부산시장 보궐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박형준 씨의 자녀 입시비리 의혹이 터져 나왔다. 박형준 후보의 표현을 빌리면, 박형준 씨 아내의 딸인 최모 씨가 홍익대학교 미대에 입학하기 위해 박형준 씨의 아내가 부정 청탁을 했다는 것.

해당 의혹을 제기한 건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판화를 가르치던 김승연 교수다. 김승연 교수는 1992년도에 홍익대학교에 임용돼 지난달 2월 28일 정년 퇴임을 했다. 그만큼 오래 교직에 몸담았고, 판화작가로서 약 30년간 활동했다.

김 교수는 2008년 발생한 입시비리를 내부고발하는 과정에서 입시청탁을 받은 비리 교수들의 수사가 ‘검찰의 윗선으로부터 중단 압박을 받았다’는 검찰의 말에 의혹이 생겼다고 했다. 김 교수는 “내 목적은 박형준 씨를 낙선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검찰의 재수사를 위함”이라며 “당시 열심히 수사하던 검찰들이 내 이야길 듣고 밝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승연 교수와의 일문일답.

-최근 박형준 자녀 입시비리 의혹을 제기하셨는데, 계기가 무엇인가.

박형준 씨의 아내와 딸의 입시청탁을 밝힌 건 박형준 씨가 부산시장 후보에 나와서 ‘선거에 지장을 주겠다’는 목적은 전혀 없다. 나는 정치인도 아니고 그런 데 관심 없다. 입시 부정의 내막을 밝혀달라는 거다. 박형준 씨의 입시부정 의혹을 제기한 건 검찰의 재수사를 위함이다.

-무슨 재수사를 말하는가. 재수사와 박형준 후보가 관련 있는 건가.

2008년도에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입시 부정을 실명으로 내부고발했다. 홍익대의 캐치프레이즈가 ‘맑고 깨끗한 대학’이다. 맑고 깨끗한 대학을 지향하기 위해서 이 입시비리를 해결해 달라고 내부고발했다. 그런데 학내에서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다 언론에서 입시비리와 내부고발을 포착해 그해 말에 세간에 퍼지게 됐다. 2009년도에도 언론에서 계속 보도하니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에서 홍익대 입시부정 내사를 시작했다. 수사 검사와 수사관들도 굉장히 심층적으로 조사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부정 입시에 연관된 교수들과 그 가족들 계좌추적은 물론, 교수 임명 전후의 돈의 흐름까지 살폈다.

그래서 일이 잘돼가는 줄 알았다. 진술하러 가는 발걸음도 가벼웠다. 그런데 세 번째 갔을 때 담당 검사 얼굴이 굳어있더라. 그러더니 ‘교수님, 죄송하게 됐다. 우리가 수사 진척을 더 못하게 됐다. 잠시 보류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더라. 그래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우리 검찰 내부의 문제다’라고 답했다. 거기서 의문을 가졌다. 검찰 내부의 문제는 내부 문제고 이건 다른 문젠데 왜 이런 이야길 하나 싶었다.

그러다 후반기에 서부지검에서 재수사에 착수했다. 서부지검 수사 검사가 ‘증거가 차고도 넘친다. 많은 증거가 서부지검으로 내려왔고, 교수님이 있어서 이 수사는 땅 짚고 헤엄치기다’라고 했다. 서부지검에서도 수사를 철저히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정도 수사를 하면 입시 부정의 전말이 드러나겠다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검사가 청와대 쪽을 가리키며 ‘저위에서 연말까지 수사 종결 지시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청와대요?’라고 물었더니 검사가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다’고 답했다. 아니라면 그렇게 이야기 안 할 거다. 내가 나갈 때 검사가 배웅하더라. 내가 엘리베이터 타면서 ‘청와대죠?’라고 또 물었다.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하더라.

사건이 종결되고 변호사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진술서를 받아 놓으라고 조언하더라. 그래서 서부지검에 진술서를 요청했다. 진술서를 받아 오니 대검 측 관계자가 전화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진술서를 가능하면 외부에 공개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화가 나더라. 그래서 ‘그건 내 권리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김 교수는 말을 끊고 20장가량의 자료를 내밀었다. ‘2008년도 홍익 미대 입시비리 내역’을 정리한 파일로, 홍대 입시비리 교수들의 실명과 내용, 입시비리 형태, 조사과정이 세세하게 담겨 있었다. 또 대학 조사위원회의 편파적인 조사와 중앙지검과 서부지검 검사들의 반응도 기록돼 있다.

-그 수사가 막힌 것과 박형준 현 부산시장 후보와 연관돼 있다는 것인가?

그때까진 박형준의 존재도 몰랐다. 그런데 주변에서 이야기가 들어오는데, 청와대 정무수석 라인에서 검사를 컨트롤한다더라는 것이었다. 그때 정무수석이 그런 자린 줄 알았다. 보니까 그때 정무수석이 박형준 씨더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1996년도에 박형준을 한번 만났다. 내가 원래 조현(박형준 아내) 씨를 잘 알았다. 조현 화랑의 초대 작가로 전시회도 근사하게 했다. 그런데 나만 조현 씨와 잘 아는 게 아니라 입시청탁 교수들도 그쪽 라인이었다. 그리고 입시비리 교수 측에서 마지막에 청와대 쪽에 SOS를 쳤다는 제보가 있었다. 그때 ‘아, 그렇지, 이 사람들이 2000년도쯤에 나한테 입시청탁을 했었구나’ 이게 생각났다. 그때 상황을 잘 생각해보니 맞다는 확신이 생겼다.

-교수님이 직접 박형준 씨 딸 성적을 주셨다고 하셨는데, 윗선의 지시를 받으셨다고?

내가 개인적으로 청탁받은 건 없다. 나는 지시를 받은 것이다. ‘박형준 씨 딸 점수 80점 이상 주라’고 했다. 내가 심리적으로 거절하기 참 힘든 것이었다. 그렇지만 만약에 선배의 개입이 없었고, 내게 직접 청탁을 했다면 ‘제가 살피겠습니다’ 그리곤 점수를 안 줬을 것이다.

-현재 이 사실을 공론화한 것도 유튜브 기반 언론사인 열린공감TV다. 이런 사실을 대형 언론에는 알리지 않았었나.

이 사건이 덮이고 나서 다른 언론사에도 이야기했다. 각 언론사, 고발 프로와 연결도 되고 영상도 찍었는데 방영이 전부 무산됐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였는데, 전부 무산됐다. 한 편집국장은 ‘우리는 이 정권(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선 못 한다’ 그러더라. 심지어 이번 정권에서도 한번 무산됐다. 3주를 찍고, 자료를 다 넘겼는데. 그래서 참 허탈했다.

그러다가 열린공감TV와 만났다. 그분들이랑 만나서 이야기해 보니 취재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더라. 그래서 취재에 응했고, 이렇게 밝히게 된 것이다.

-내부고발 당한 교수들은 어떻게 됐나. 징계받았나.

학교 이사장이 징계위를 열어서 해당 교수들에게 정직, 감봉 등의 처벌을 내렸다. 그리고 6개월 후 추가 징계를 했다. 학내에서 두 번 연속 징계하면 나가라는 신호다. 이들이 사건 끝나갈 때쯤 징계를 받았는데, 검사들이 수사를 안 하기로 하지 않느냐. 그러니 이들이 교원소청위에 항의했다. 교원소청위에 올라가면 재판을 해야 한다. 그쪽(비리 교수들)에선 빵빵한 변호사가 오는데 학교 측은 아무도 안 갔다. 방어를 안 한 거다. 이게 얼마나 우스운가. 보통 다른 대학은 재판에서 지면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간다. 그런데 안 했다. 그리고 나중에 학교 운영하는 사람이 전화했다. ‘내가 이 7명을 내보내려고 시작했는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힘이 없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러더라. 그것도 어디 윗선의 압박이다.

그리고 나중에 알았는데, 처벌받은 사람들 인사기록 카드를 다 지웠다더라. 처벌한 내용, 이유 이런 거 다 지우고 다시 썼다. 그런데 원래 그건 못 건드리는 거다. 그런 식으로 지우고 쓴 게 아마 처음일 거다.

-내부고발자로서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은데?

학내에 많은 사람이 부정 청탁 사람들 편이라는데 깜짝 놀랐다. 학내 조사에 의한 인사위원마저 내 뒷조사를 하고 다니더라. 한 보직교수는 내가 쓴 내부고발안을 가지고 문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형사고발 했다.

보복도 받았다. 알 수 없는 교통사고가 났는데, 보험사 직원에 따르면 가해자 측에서 모든 신원을 숨겼다고 하더라. 차가 대파되고 병원에 실려 왔는데, 한 번도 연락이 없었다. 그리고 사고 당시 쓰려진 상태에서 보니까, 사고 낸 사람이 현장 사진을 수십 장 찍고 있더라. 그래서 ‘저거 뭐 하는 놈이야’ 이런 생각을 했다. 누가 그러더라. ‘대한민국에 청부가 아주 많다’고.

그리고 우리 과를 압박하더라. 공대 교수가 우리 과를 없애느니 마느니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과 교수들도 안 뽑아줬다. 그러니 강사들이 교수 수업 이상을 했다. 들은 이야기론 ‘김승연을 죽이려면 과를 압박해야 한다’ 그랬다고 하더라. 그러니 그들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의 해명이 계속 바뀌었는데, 어떻게 봤나?

‘본 적이 없다’고 그러는데, 그럼 내가 유령을 봤나? 그리고 그 작품, 그 실루엣, 작품의 느낌도 기억난다. 내가 허깨비 작품을 채점했겠나? 참 기가 막힌다. 그리고 나서는 말이 바뀐다. ‘2005년 전에는 한국에 있은 적 없다’ 그럼 출입국 내역서 내면 된다. 그러니 또 ‘홍대 근처에 놀러 간 적은 있으나 시험은 본 적 없다’고 한다. ‘청탁은 안 했다’ 이러기도 하고 지금은 ‘딸이 시험을 봤는지 안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한다.

대학 시험을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른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내가 1975년도에 대학 시험 본 게 아직도 기억난다. 엄동설한에 태릉 쪽 서울미대 시험 보러 갈 때 길이 없어서 얼음 논두렁 타고 간 게 기억난다. 내가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도 다 기억한다. 그런데 대학 시험을 봤는지 기억이 안 난다? 신빙성이 없다. 지금이라도 솔직하게 고백하라. 나는 잘못을 고백하면 죄가 반감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잘못을 아는 사람은 그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

내가 박형준 씨 딸 입시부정을 조사한 건 아니다. 과거 홍대 입시부정, 검찰의 1년간의 수사를 덮게 한 내부 압력 세력으로서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그 의혹의 배경에는 당시 입시부정으로 고발된 교수들과 조현 씨, 조현 화랑과의 인과관계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조국 사태 때와는 다른 양상

‘메이저 언론사들이 침몰하고 있다’, ‘대한민국 언론사 큰일 났다’ 그렇게 생각했다. 언론은 항상 중심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자신들이 지향하는 쪽 내용이 아니면 외면한다. 그건 언론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거다. 언론의 역사가 있고, 기능이 있고, 역할이 있는데 시민의 알 권리를 공평하게 다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정책을 가져야지 어느 특정한 방향으로 몰려 있는 건 참 위험한 언론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앞으로도 어디 치우치지 않고 공정한 언론이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10년을 준비하면서 참 힘들었다. 그런데 해결 안 된 부분, 검찰에서 이야기한 ‘위의 지시’, 이걸 잊을 수가 없다. 검찰은 빨리 털어놓는 게 좋을 것 같다. 감추고 변명하고 ‘기억 안 난다’ 그러면 기억을 잘하는 사람들로 검찰을 바꿔야 한다. 그 당시 열심히 수사하던 검찰들이 내 이야길 듣고 밝혀주면 좋겠다.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으나 공수처에서 한번 다뤄도 좋을 것 같다.

또 대학 입학시험은 정말 거대 도덕성으로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 대학 입시는 가장 큰 문제다. 대학에서 낙방하고 실망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한 여학생을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이 선의의 피해자일 수 있다. 대학에서 신입생 뽑는 일선에 있는 여러분은 정말 눈에 불을 켜고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난 박형준 캠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승연 교수(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박형준 선거캠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승연 교수(사진=연합뉴스)

김승연 교수의 공개 질의에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는 5억원 민사소송으로 대응했다. 홍익대학교에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문제를 법정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법정으로 간다면 그 결과는 아무리 빨라도 선거 이후에나 나온다. 홍익대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을 해명하지 않고 법정으로 끌고 가려는 박 후보의 태도로 의혹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편, 박형준 후보는 2019년 9월 30일 ‘조국 사태’ 당시 “최고 공직을 갖는 사람은 국민이 바라는 도덕적 기준에 충족을 못 시켰다면,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9% 잘했다 하더라도 1% 잘못했으면 1%에 대한 책임을 지는 거지 ‘99% 잘했으니까 봐달라’ 이게 안 되는 게 공직의 특징”이라며 “위법이 아니더라도 거짓말을 했으면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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