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 끝나자 또 다시 설교표절 시비
예화에, 생각까지 컨트롤C-컨트롤V
“설교표절, 목회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빗속에서도 시위 중인 과천 A 교회 교인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지난해 약 5년간 103편의 설교를 표절한 것으로 확인돼 노회로부터 '6개월 강도권 정지' 징계를 받은 과천 A 교회 서모 목사가 또다시 설교 표절 시비에 휩싸였다.

서 목사는 지난 2020년 4월 2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중경기노회재판국(당시 김찬곤 재판국장)으로부터 설교 표절 및 복제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고 ‘6개월 강도권 정지 및 유수 설교 클리닉 이수’라는 징계를 받았다.

당시 해당 징계에 대해서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검찰은 서 목사의 설교 표절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그런가 하면, 이 과정에서 담임목사의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당시 부목사로 재직중이던 목사는 노회로부터 영구정직이라는 중징계 처분을 받았고, 문제를 제기한 교인 32명을 제적당했다. 상식 밖의 일이 끊이질 않았던 것. 

또 서 목사는 노회 징계 후에도 설교만 하지 않았을 뿐, 예배 집례나 축도 등은 계속 해 '강도권'에 대한 해석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논란 속에 지난해 10월 강단에 복귀한 서 목사는 또 다시 설교 표절 의혹에 휘말려 노회 재판에 넘겨졌다. 

 

징계 이후에도 설교 표절 의혹… 예화 중 '모르겠다'는 말까지도 그대로 써 

설교 표절 의혹을 제기한 고발인들은 ‘서 목사가 징계 이후에도 설교를 짜집기·표절했다’고 주장했다. 징계가 끝난 지 약 3개월 뒤인 1월 7일부터 17일까지 약 열흘 동안 타인의 설교를 도용하거나 표절한 건수는 최소3건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달 12일 노회와 시찰회를 대상으로 제출된 고소장에 따르면, 서 목사는 징계 이후 자신의 설교를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고, 녹음을 금하는 등 ‘설교의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렸다고 한다.

고발인들은 "그런 중에도 11일 사이 3편의 표절 설교를 찾았으며, 피고(서 목사)의 과거 행적을 볼 때 피고는 지금도 설교 대부분을 자신이 직접 준비하지 않고 남의 설교를 훔치는 데 의존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목사를 믿지 못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고발인들에 따르면, 서 목사가 표절한 설교 대상자는 사랑의교회 전 담임인 고(故) 옥한흠 목사, 동신교회 강동수 은퇴목사, 선유중앙교회 김진수 목사 등이다. 

서 목사가 지난 1월 17일 한 설교를 살펴보면, 과거 옥한흠 목사가 했던 베토벤 예화를 거의 그대로 베낀듯 한 대목을 확인할 수 있다. 

옥한흠 목사 설교 날짜 미상

우리가 잘 아는 베토벤은 오랫동안 귀가 좋지 않아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음악가에게 귀가 나쁘다는 것은 치명적인 일입니다 (중략) 그러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귀가 먹어 버리자 그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나는 생을 목구멍으로 살겠다” 나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그에게는 굉장히 의미가 있는 말이었음이 분명합니다.

서 목사 1월 17일 주일 설교

우리가 잘 아느 베토벤, 여러분 베토벤은 귀가 이렇게 좋지 않은 사람이였지 않습니까 (중략) 그런데 이 베토벤은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거예요. 뭐라고 하냐면 귀가 먹어버리자 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생을 목구멍으로 살겠다” 생을 목구멍으로 살겠다, 무슨 말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에게는 이 말이요,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예화나 문단을 가져온 것 외에도 설교의 순서나 구성을 매우 흡사하게 가져온 부분도 살펴진다. 서 목사가 지난 1월 7일 '새해맞이특별기도회 4일차'에서 했던 설교는 콜럼버스한인장로교회 이준원 목사가 2018년 3월 21일 했던 '하나님이 내시는 길을 보라'는 설교의 내용과 순서, 구성이 매우 흡사했다. 이 목사는 해당 설교를 △쉬지 않고 하는 기도 △승리하는 기도 순으로 구성했다. 서 목사 역시 △쉬지 않고 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 △모든 문제를 뚫고 승리하는 기도를 해야 한다로 비슷하게 설교 대지를 구성했다. 내용은 말할 것도 없이 흡사하다.

이준원 목사(콜럼버스한인장로교회) 2018년 3월 21일 설교

하나님이 내시는 길은 기도하는 사람만이 발견할 수 있습니다 (중략) 여기에 흥미로운 표현이 있는데, 주님께서 쉬시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중략) 우리가 쉬지 않고 기도하면 하나님도 쉬지 않고 일하십니다 (중략) 제가 여러 번 인용했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When we work, we work. When we pray, GOD works.(우리가 일하면 우리가 일하는 것이지만, 우리가 기도하면 하나님이 일하신다)

서 목사 1월 7일 새벽기도 설교

하나님이 내시는 길은 쉬지 않고 하는 기도 속에서 계속해서 그 길이 보여진다는 겁니다 (중략) 7절에는 또 재밌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로 쉬지 못하시게 하라고 돼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입니까. 우리가 쉬지 않고 기도하면은요 하나님께서도 쉬지 않으신다는 겁니다 (중략) 늘 자유 이야기 하지마는요, 내가 일하면 하나님이 일하신다.

이밖에 설교표절 의혹이 제기된 내용의 일부분이다. 

김진수 목사(선유중앙교회) 2019년 1월 17일

여기 첫째 버릴 것이 ‘무거운 것’이라는 거지요. 이 ‘무거운 것’ 헬라어 ‘옹콘’의 의미는 ‘짐, 방해물, 부피가 있는 덩어리’를 말하거든요.

둘째로 버릴 것이 얽매이기 쉬운 죄인데 ‘얽매이기 쉬운 죄’ 헬라어 ‘유페리스타톤’은 어떤 의미냐면 ‘쉽사리 함정에 빠뜨리는 죄’거든요. 이것을 신학자 모펫은 ‘우리에게 매어 달리는 죄’라고 표현했지요.

서 목사 1월 17일 주일 설교

여기 모든 무거운 것이라는 것은 뭐냐면 ‘옹콘’이라고, 짊어지고 있는 짐을 이야기하고요, 방해물을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짊어지고 있는 짐. 그리고 방해물들을 벗어 던져버려라. 그리고 얽메이기 쉬운 죄라는 것은요, 쉽게 함정에 빠뜨리는 죄, 쉽게 유혹당하는 것. 이 모펫이라는 학자는 이 얽매이기 쉬운 죄에 대해서 이렇게 해석합니다. ‘우리에게 매어 달리는 죄’

강동수 목사(동신교회) 1999년 2월 28일

지난해 미국 NBA 농구대회에서 시카고 불스 팀이 우승했습니다 (중략) 머리를 염색하고 귀고리와 코고리 등으로 기행을 일삼은, 바로 데니스 로드맨이라는 선수입니다. 우승 후 시카고 시에서 축하연을 베풀고 있을 때 이 행사를 헬리콥터로 중계했는데, 그때 아나운서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로드맨은 아직도 집에서 자고 있다고 합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은 습관이 언젠가는 그의 인생을 망치게 만들 것입니다” 믿는 사람에게도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단호히 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서 목사 1월 17일 주일 설교

그러던 중에 이 시카고 블스의 대표적인 두 선수가 있는데 하나는 마이클 조던이고, 하나는 데니스 로드맨이라고 들어보셨을 거에요. 어느 해 우승을 했습니다. 그래서 시카고 시에서 축하연을 베푸는데 행사를 크게 했답니다. 헬리콥터를 띄워서 생중계할 정도로 축하연을 벌였는데 그때 아나운서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로드맨은 아직도 집에서 자고 있다고 합니다. 시간을 지키지 않는 습관이 언젠가는 그의 인생을 망치게 만들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중계하는 가운데 그 아나운서가 그렇게 말한 거에요. 나쁜 습관이 우리를 망치게 할 수 있다는 거에요.

이인호 목사(더사랑의교회) 책 ‘기도의 전성기를 경험하라’

미국 독립전쟁 당시 유럽에서 온 두 사람이 조지 워싱턴에 관한 얘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 “워싱턴이 반드시 이길 겁니다” “어떻게 그런 확신이 생겼습니까?” “얼마 전 추운 겨울날, 워싱턴이 이끄는 부대 부근을 지나는데 숲속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가까이 가보니 워싱터닝 눈 덮인 땅에 얼굴을 대고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워싱턴이 반드시 승리하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서 목사 1월 8일

미국 독립 전쟁 당시에 유럽에서 온 두 사람이 조지 워싱턴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묻습니다. ‘이번 전쟁은 누가 이길 것 같습니까?’라고 서로 이야기하는데, 한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워싱턴이 반드시 이길 것입니다’ 한 사람이 묻습니다.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확신을 합니까?’ 그 순간에 이 사람이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얼마 전에 추운 겨울날 워싱턴이 이끄는 부대가 있는 그 부근에 지나가는데 숲속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가 보니까 워싱턴이 그 맨바닥에 엎드려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워싱턴이 승리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설교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표절하던 A 목사(출처=민중의소리)
설교뿐만 아니라 행동까지 표절하던 A 목사(아래쪽)(출처=민중의소리)

 

"설교표절, 목회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

A 교회 한 교인은 “(서 목사는) 목회자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행하고 있다”며 “말로만 하나님의 사역을 한다고 하고 다 거짓으로 포장해서 하나님 장사를 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평화나무는 표절 시비와 관련해 당사자인 서 목사의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문자 메지시를 남겼으나 여기에도 아무런 답변이 없는 상태다. 

다만 A 교회 부목사인 박모 목사는 표절에 대해 "말씀드릴 수 없다"며 회피했다. 박 목사는 "거기에 (표절 의혹에) 대해 관여도 안 하고 신경도 안 쓴다"며 "나는 맡은 부서가 있기 때문에 청년들과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러 온 것이지, 그런 걸(담임목사의 설교표절) 신경 쓰면서까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사가 설교를 표절한 건 잘못된 일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부목사는 “거기에 대해 답변할 수 없다”며, “나한테 동의를 구하지 않고 통화 녹음했으니 녹음을 지워달라. 내 목소리가 같이 들어가 기분이 좋지 않다”며 녹음파일을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교계 내 만연한 표절 문제 “설교 표절은 도둑질”

설교 표절 문제로 몸살을 앓는 교회는 비단 A 교회뿐만 아닐 것이다. 교계 내 표절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시돼 왔다. 지난 2014년 9월 2일에는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대화 마당이 열리기도 했고, 지난 2015년 8월 27일 교회개혁실천연대 주관 ‘한국교회, 표절 논란을 넘어 진실성을 회복하라’라는 포럼이 열리기도 했다.

당시 교회개혁실천연대 포럼에서 발제를 맡았던 서문강 목사는 “표절 설교란 남이 한 설교를 가져다가 그것이 마치 자기의 연구와 기도를 통해서 나온 열매인 양 하며 회중들 앞에 제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설교 표절의 원인으로 △설교자로서의 소명이 불확실한 경우 △설교자로서의 묵상과 연구 및 사유의 과정이 무시될 경우 △하나님께서 각 설교자에게 주신 개성의 중요성을 무시할 경우 △설교의 효과를 내려 하거나 성공 지향적인 야심이 생길 경우 △말씀과 기도하는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다른 일로 부산할 경우를 들었다. 그는 “교묘한 짜깁기는 표절 중에 가장 악한 형태”라며 “설교 준비를 남의 설교만 뒤지고 다니다 만난 자료들을 뽑아 짜깁기를 하여 설교하면 그것이 표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세대학교 종교철학 박사인 한문덕 목사(생명사랑교회)는 “설교문을 그대로 가져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다양한 자료를 충분히 소화해 자기 언어로 쓰는 건 괜찮지만 통째로 가져오는 건 도둑질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한국교회 목사들이 주일 낮만 하는 것도 아니고 수요예배도 새벽기도도 하고 해서 시간이 없는 그런 문제도 분명 있긴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표절 자체를 정당화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 목사는 “남이 쓴 설교를 참고할 순 있지만, 그 사람이 쓴 원고를 통째로 가져다 쓰는 건 도둑질”이라며 힘주어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은 봄 노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고발인들이 낸 고발장 접수가 과천의왕시찰회에서 거부되기도 했다. 시찰장인 권한수 목사는 "그것(표절논란)을 볼 때 같은 사안이라고 봤다. 이미 노회와 총회에서 다룬 사안이기에 또 다루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그렇게 결정했다”며 “그렇게 결정했는데, 임원회를 경유해 (고소장이) 노회에 접수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는 봄 노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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