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원인 규명’ 강조한 스텔라데이지호 희생자 가족 “비록 동생은 돌아오지 못하지만 이런 끔찍한 고통 다른 사람들이 겪지 않았으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4년째가 되는 날인 31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차 심해수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평화나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4년째가 되는 날인 31일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2차 심해수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평화나무)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저희들의 고통이 밑거름이 되어서 또 다른 이런 사고가 제발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스텔라데이지호 4년 행사가 5년, 6년으로 계속 이어지지 않을 수 있기를 정말 희망합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4년째를 맞이한 허경주 부대표(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의 간절한 바람이다. 2021년 3월 31일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 4년째가 되는 날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직후 ‘문재인 대통령 1호 민원’으로 다룬다고 했지만, 대통령 임기가 끝나가도록 참사의 진상규명은 물론, 2차 심해수색마저 요원한 상황이다.

봄을 알리는 꽃들이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의 시신을 찾지 못한 채 4년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던 스텔라데이지호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은 더없이 무거워보였다. 31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침중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며 진정 국민들을 위한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계속해서 되물었다. 2차 심해수색이 언제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추모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대책위원회는 ‘4주기’라는 표현도 사용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허경주 부대표(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희생자 가족들의 바람은 2차 심해수색을 통해 유해수습과 함께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밝히고, 참사에 책임이 있는 이들의 처벌이라고 강조했다.

허 부대표는 “스텔라데이지호 1차 심해수색은 명백하게 실패했다. 주무부처인 외교부가 저희 앞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정부는 본인들의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그 실패를 어떻게든 수습하기 위해서 이후에 아무런 후속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면 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 노력을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며 2차 심해수색에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감을 숨기지 않았다.

2차 심해수색은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지난해 11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안일환 기재부2차관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이나 경찰이 아닌 민간인의 사고에는 국가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고 발언해 물의를 빚었다.

당시 기재부 관계자는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예결위 종합정책 질의 때 차관님이 발언했던 그 이상의 입장은 없다. 작년에도 그 입장이었고, 현재도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심정적으로 (예산 편성을) 하는 게 아니다. 만약 한다면 수백억이 소요될 대형 사업이지 않나. 원칙에 따라 일을 해야 된다. 국민들이 낸 세금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가 발생한지도 4년이 지났지만 유사한 사고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허 부대표는 “한 번 사고가 있었을 때 똑바로 원인을 밝히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들었다면 또 다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대한민국 정부가 나서서 원인규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다른 회사가 폴라리스쉬핑의 행태를 똑같이 따라하면서 배는 폐선해버리면 그만이고, 선원들의 안전 따위는 그저 경시해도 된다는 악습을 반복하고 있다”고 했다.

허 부대표는 “비록 내 동생은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어도 이런 끔찍한 고통을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겪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그래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을 끝까지 밝혀달라고 저희가 외치고 있는 것”이라며 2차 심해수색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애쓰는 제대로 된 국가로서의 역할을 다해줄 것을 재차 호소했다.

허 부대표는 “선사들은 영업이익만을 따지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노후 선박을 없애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것이 아닌가”라며 “2차 심해수색을 통해서 개조한 화물선이 얼마나 위험한지, 어떤 부분을 어떻게 잘못 개조했기 때문에 선박이 침몰까지 했고, 22명의 꽃다운 선원들이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고, 수십 명의 가족들이 이렇게 피눈물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국가가 제대로 한 번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연대 발언 중인 유경근 집행위원장(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과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허경주 부대표(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사진=평화나무)
연대 발언 중인 유경근 집행위원장(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과 눈물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허경주 부대표(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 (사진=평화나무)

연대발언에 나선 유경근 집행위원장(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은 세월호참사와 마찬가지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원인 규명에도 소극적인 문재인 정부에게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소식을 듣고 처음 들던 생각은 ‘좋겠다’였다”는 말로 운을 뗀 유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덕분에 스텔라데이지호는 당연히 인양할 거고, 당연히 사람을 찾을 거고, 세월호참사를 겪었으니 요구하지 않아도, 그 앞에 가서 사정하고 울부짖지 않아도, 당연히 먼저 나서서 찾아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덧붙였다.

유 집행위원장은 “당신 자식은 경찰도, 군인도 아니니 찾아줄 수 없다니 이게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의 속마음이고 본질인가? 지금 당장 문재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람을 찾는 거다. 지금 당장 (스텔라데이지호를) 인양하시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이날 발표한 기자회견문에서 “스텔라데이지호는 단순한 선박 사고가 아니다. 유조선을 화물선으로 개조한 ‘개조 화물선 중 첫 침몰 사례’”라며 “사회적 참사와 재난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국가와 기업이 책임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의 경우, 국가는 2차 심해수색으로 침몰원인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하루빨리 유해수습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국가는 반드시 폴라리스쉬핑에 구상권을 청구하여 기업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스텔라데이지호 대책위원회는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오후 4시까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참사 원인 규명과 유해수습을 촉구하는 시민참여 피케팅, 2차 심해수색 촉구 인증샷,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국민의 목소리’ 등을 진행한다. ‘문재인 대통령께 드리는 국민의 목소리’는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을 통해 대통령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저녁 7시에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주관으로 기도회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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