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떼'라고 비꼬는 말에 "화가 났다"
'말바꾸기' 아니라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려다 아들 설득에 증언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측이 2005년 내곡동 측량 현장에 참관했다는 증언을 뒷받침한 생태탕집 주인 황모 씨와 아들이 5일 <TBS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다시 출연해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언론과 국민의힘에 “화가 난다”며 자신들에게 일고 있는 논란을 일축했다. '말바꾸기'를 한 것이 아니라 자식들에게 혹여 피해가 가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에 인터뷰를 회피하다 아들의 설득으로 '증언하기로 마음을 바꿨다'는 것이 골자다. 

황 씨와 아들 A 씨는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통해 “가게 번호와 착신이 걸려 있는 휴대폰으로 언론사 기자 등으로부터 어머니에게 전화가 엄청나게 온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외부로부터 ‘(인터뷰를) 하지 말아라, 그냥 모른척해라’라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인터뷰에 응하지 않으려는 어머니를 아들인 자신이 설득해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16년 전 오 후보가 입고 있던 흰 면바지와 페라가모 구두를 기억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조롱 섞인 말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희 가게에는 모 회사 분들이 95%이기 때문에 정장을 입고 온다. 동네 주민들은 우리가 아는 사람이다”라며, “그런데 하얀 면바지는 눈에 띄었고, 신발 브랜드를 지명한 게 이슈가 됐는데 그때 나도 로퍼를 페라가모를 신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제 것보다는 조금 말발굽이 크더라. 그래서 (당시) ‘아, 저것도 괜찮구나’ (라고 생각했다)”라며,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주로 정장을 입고 오는 직장인 손님들 사이에서 흰 면바지는 눈에 확연히 들어올 수밖에 없었고, A씨 역시 같은 브랜드의 신발을 신고 있었기 때문에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김어준 씨는 “일요시사는 3월 29일 생태탕집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뉴스공장은 그 나흘 후에 인터뷰를 했다”며 “3월 29일 어머니는 저희와의 통화에서도 '아무것도 모른다. 오세훈 안 왔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아드님이 설득한 후에야, 제3의 장소에서 만나 증언을 하게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당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제작진이 황 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뉴스공장이 공개한 녹취파일에는 '모른다'라며 인터뷰를 회피하려던 이유에 대해 ‘저 혼자라면 괜찮다. 나이를 먹었으니까. 그런데 젊은 아들도 있고, 딸도 있고 그런데 걔들한테 조 저기(피해)가 안 갈까 그게 걱정도 되고)”라고 말하는 황 씨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정리하자면 주변의 만류와 걱정도 있고, 아들딸들에게 피해가 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언론 인터뷰를 회피하다가, 아들의 설득으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황 씨는 이날 재차 뉴스공장 인터뷰 이후에는 ‘오 후보를 생태탕 집에서 본 적이 없다’고 부인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내곡동에서 생태탕집을 운영했다는 황 씨는 지난 2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후보가) 왔다. 기억한다. 잘 생겨서 눈에 띄었다”며 오 후보가 내곡동 땅 측량 당시 자신의 식당에서 생태탕을 먹었다고 증언했다. 황씨의 아들도 인터뷰에서 “(오 후보가) 반듯하게 하얀 면바지에 신발이 캐주얼 로퍼를 신었다. 상당히 멋진 구두였다”며 구두 브랜드에 대해 “그게 페라가모”라고 했다.

해당 내용이 방송을 탄 후 일요시사는 3일 단독까지 달고, ‘오세훈 내곡동 진실공방…’모른다더니‘ 말 바꾼 생태탕 사장, 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황 씨는 지난달 29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는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안 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며 “불과 4일만에 이뤄진 황씨의 진술 번복으로 이후 오 후보의 내곡동 땅 특혜 의혹은 치열한 진실공방으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거짓말 논란의 초점을 오세훈 후보에서 생태탕집 주인과 아들에게 옮겼다. 

조수진 국민의힘 서울시장 보궐선거 선대위 대변인은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방송인 김어준 씨가 '생떼'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두고는 '정치공작쇼'라고 비방하기도 했다. 또 조 대변인은 "박영선 후보와 김어준 씨는 16년 전 내곡동 생태탕이 지리였는지, 매운탕이었는지 추가 폭로해 달라"고 비꼬았다.

또 조 의원의 발언을 언론들이 무분별하게 인용하면서 '진실공방'의 초점은 오세훈 후보의 내곡동 땅 특혜 의혹에서 생태탕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