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조례안’ 통과하자 시정 협의도 중단
무상급식 반대하다 시장직 잃어
무상급식하면 재정 파탄 난다던 오 후보, 토목사업으로 혈세 낭비

무상급식에 반대한 적 없다는 오세훈 후보(출처=연합뉴스)
무상급식에 반대한 적 없다는 오세훈 후보(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과거 서울시장 재임 시절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반대해 시장직까지 내려놓았던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무상급식 자체에 반대한 적 없다"며 억울해 했으나, 이는 무상급식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오세훈 후보는 지난 2월 17일 자신의 SNS에 “박영선 후보는 정책에 대한 비판에 연일 인신공격으로 대응할 뿐”이라며 “또 무상급식 프레임을 씌우기 바쁘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2011년 오세훈은 무상급식 자체에 반대한 적 없다”며 "‘소득 하위 학생 50%에 대해 무상급식’을 하자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포퓰리즘, 무상 시리즈 포퓰리즘에 맞서 싸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직 걸고 반대했던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안

무상급식 사건의 발단은 서울특별시 교육감에 곽노현 씨가 당선되면서부터다. 곽 전 교육감은 당시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 중이던 무상급식을 개편해 전면 무상급식을 주장했다. 곽 전 교육감과 서울시 시의원 대다수는 서울지역 모든 학교에 무상급식을 시행하는 내용의 ‘친환경 무상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주장했고, 당시 강희용 서울시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무상급식 조례안은 2010년 12월 1일 재적 의원 89명 중 71명이 찬성하면서 의결됐다.

이에 당시 서울시장이던 오세훈 후보는 “위법한 조례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의회와의 시정 협의를 전면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오 전 시장은 2010년 12월 30일 오전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시의회가 통과시킨 예산안은 ‘지방자치법’을 어긴 것”이라며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일부 사업은 기업 후원이나 민간자본 유치 등 새로운 방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철회하지 않는 한 앞으로 시의회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의 행동에 서울시 시의회는 “시장이 시의회의 견제‧감시권을 훼손하고 있다”며 “의견이 맞지 않는다고 시장이 시정업무를 중단하고 휴가까지 낸 것은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1월 8일 개인 블로그에 “무상급식이 복지 포퓰리즘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대로 민주당은 무상의료, 무상보육, 대학생 반값 등록금 등 시리즈처럼 줄줄이 등장시키고 있다”며 “무차별 불평등의 조장과 국가의 재정 파탄을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1월 10일에는 시청 서소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시의회는 시가 전면 무상급식을 받아들이지 않자 보복성으로 핵심사업 220건의 예산을 삭감하는 등 시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전면 무상급식 시행 여부를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2011년 8월 1일 오 전 시장은 서울시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공식 발의했다. 그리고 같은 달 21일 시청 서소문별관 브리핑룸에서 단계적 무상급식 안이 채택되지 못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며 무릎 꿇고 눈물 흘렸다.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는 오세훈 당시 서울 시장(출처=연합뉴스)
기자회견에서 눈물 흘리는 오세훈 당시 서울 시장(출처=연합뉴스)

오 전 시장의 눈물에도 서울 시민들은 냉정했다. 당시 투표율은 25.7%로, 개표요건인 33.3%도 넘지 못했다. 이에 오 전 시장은 2011년 8월 26일 서울 시장에서 사퇴했다.

 

“무상급식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오세훈 후보, 무상급식의 취지 이해 못 해

오 후보는 “2011년 오세훈은 무상급식 자체에 반대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무상급식 논란이 한창이던 2011년 1월 21일, 오세훈 전 시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은 오해”라며 “다만 중산층 이상 월 소득이 1000만원, 1억원이 넘는 분들, 집에 자동차가 2~3대 있는 분까지 똑같이 현금을 나눠주는 민주당식 전면적 무상급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신 저소득층 가운데 밑에서 30%, 50%까지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무상급식을 확대할 방침”이라며 “2014년이 되면 평균 소득 하위 50%까지만 무상급식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게 핵심 내용”이라는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다. 즉 전면 무상급식은 반대하나 50%까지 단계적 무상급식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무상급식 조례안을 의결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학생 간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무상급식은 급식이 선별적으로 제공되면 무상급식 수혜 학생이 다른 학생들의 눈치를 보게 되기에, 전면 무상급식을 통해 집안 소득수준에 대한 비밀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즉, 아이들이 눈치 보지 않고 식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산일보는 ‘무상 급식 위화감만 조성’한다는 기사를 내기도 했다. 부산일보는 해당 기사에서 “지원대상 학생들이 학교 행정실이나 교무실, 양호실 등에서 직접 우유를 가져가야 하는 배식 방법으로 인해 무상으로 우유를 먹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신분’이 노출될 수밖에 없어 지원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로 구성된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는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부자 아이와 가난한 아이를 차별하는 나쁜 투표”라고 비판하며 거부 운동에 들어가기도 했다. 배옥병 당시 친환경무상급식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공교육의 장에서 50%는 부자아이로, 50%는 가난한 아이로 편 가르기 하는 것은 차별 급식”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50% 이하만 무상급식 지원하겠다’는 오 전 시장의 이야기는 무상급식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며, 그렇기에 시민들에게 외면당한 것이다.

 

오세훈 2016년엔 “무상급식 반대 걸고 싸운 것 옳았다고 생각해”

이뿐만이 아니다. 오 후보는 지난 2016년 울산시청에서 열린 시민아카데미 강연에 참여해 “정당이 복지를 약속하는 것은 세금을 더 걷거나 국가나 자치단체가 빚을 더 내겠다는 의미와 같다”며 “부채는 나라를 멍들게 하므로 바람직하지 않고, 세금을 더 부담할 것인지는 국민이 판단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 반대를 걸고 싸운 것은 여전히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상급식을 반대했던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한 것이다. 

‘이제와서 무상급식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건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16년엔 ‘무상급식 반대’ 옳았다는 오세훈 후보

 

‘무상급식, 국가 재정 파탄 초래’한다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업

오 후보는 2010년 12월 3일 무상급식 조례를 비판하며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1월 8일 개인 블로그에 ‘무상급식으로 결국 무차별 불평등의 조장과 국가의 재정의 파탄을 초래할 뿐’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펼쳤던 정책들과 비교했을 때 무엇이 더 망국적 포퓰리즘이며, 국가의 재정 파탄을 초래했는지 알 수 있다. 몇 가지만 살펴보자.

 디자인 서울

오세훈 후보는 서울시장 시절 ‘서울을 디자인해서 좋은 도시로 만들겠다’며 디자인 정책을 수립하고 ‘문화디자인관광본부’를 편성했다. 서울시를 디자인 도시로 만든답시고 2010년 기준 디자인서울 만들기 571억, 디자인도시 서울 구축에 454억원을 책정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디자인 역시 실용성과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지하철 지붕을 없앤 것이 대표적이다. ‘서울시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지하철 출입구 지붕은 설치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설치가 불가피한 경우 규모를 최소화하고 디자인을 간결하게 하도록 권장한다. 이로 인해 지하철 운영사들은 야외용 에스컬레이터 30여 대를 설치했는가 하면 폭우로 지하철역이 침수되기도 했다.

2010년 9월 폭우로 침수된 지하철 역(출처=연합뉴스)
2010년 9월 폭우로 침수된 신용산 역(출처=연합뉴스)

 아라뱃길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진행하려 했던 토목사업 중 하나다. 한강과 인천 앞바다를 이어주는 길이 18.7km의 운하 사업으로, 약 2조7000억원이 들어갔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후보의 합작품이다.

경인아라뱃길을 통해 화물을 나르고 유람선 여행 계획을 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오세훈 전 시장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화물과 여객 이용량이 계획대비 10% 수준에 불과했다. 2016년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통 1년 차 계획 물동량은 6767톤이었으나 실제 이행율은 521톤에 불과했다. 개통 2년 차에는 6%, 3년 차에는 9% 4년 차에는 10%였고, 5년 차에는 다시 2%대로 떨어졌다.

승객 역시 1년 차 계획은 599천명이었으나 실제 이용객은 215천명으로 35%였다. 이 역시 개통 초 반짝 효과로, 시간이 지날수록 17%, 7%, 13%, 7%대로 떨어졌다.

거기다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시설물 및 수위 조절시설 유지관리비로 매년 약 70억원이 지출됐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디자인서울 계획 중 하나로 동대문운동장 철거 후 세워진 건물이다. 최초 사업계획 시 800억이었던 예산은 완공 후 5000억원대로 늘어났다. 그러나 완공 때까지도 건물의 용도가 결정되지 않았었다.

또 건물을 짓기 위해 동대문운동장을 철거하던 중 조선시대 최대 군사훈련시설이었던 하도감 터가 발견됐다. 그러자 이 유구를 뜯어내 역사문화공원으로 옮겼다. 이에 학자들은 “장소성이 중요한 유구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은 역사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새빛섬(세빛둥둥섬)

약 1000억원에 가까운 민간자본이 들어간 세빛둥둥섬. 세빛둥둥섬은 3개의 섬에 수상레저부터 공연‧전시‧컨밴션 시설을 갖춘 복합수상문화공간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세빛둥둥섬은 지방자치법이 정한 시의회 동의절차를 무시하고 공유재산심의위원회의 심의보류 결정을 무시하는 등 중대한 하자 속에서 진행됐다. 2012년 서울시 특별감사를 통해 불당 계약도 드러났다. 또 2011년부터는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3년간 방치되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오 시장의 보좌관을 지낸 ‘선대인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은 2010년 12월 3일 오세훈 전 시장을 향해 “예산 문제 때문이 아니라 MB 눈에 들기 위해서다”라며 비판했다. 그는 “쩨쩨하게 굴지 마시라. 서울시가 불요불급한 토건개발사업에 얼마나 막대한 예산을 펑펑 쓰는지 당신도 알고 나도 안다”며 “MB 눈에 들려고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 예산 가지고 ‘망국적 복지 포퓰리즘’ 운운하지 마시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토목 공사에 수천억을 쓰면서 아이들 무상급식은 포퓰리즘이며, 국가의 재정 파탄을 불러올 거라던 오세훈. 무엇이 국가의 재정 파탄에 더 가까운지 무상급식을 먹는 아이들도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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