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목사 대책위, 지난 5일 공정한 재판 촉구하며 이철 감독회장에게 항의서한 전달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오른쪽)와 대책위원회 황인근 공동집행위원장(가운데)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감리회본부를 찾아 이철 감독회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정직 2년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오른쪽)와 대책위원회 황인근 공동집행위원장(가운데)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광화문 감리회본부를 찾아 이철 감독회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기독교대한감리회(이철 감독회장)가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는 이동환 목사(영광제일교회)에게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 재판에 넘겨진 이 목사는 지난해 10월 15일 소속 연회인 경기연회로부터 ‘정직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월 22일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이 ‘비공개 재판’ 논란 끝에 파행된 뒤에 재개된 3월 26일 공판에서도 1심에서 이동환 목사의 자격을 심사하고 고발했던 경기연회 심사위원을 재판위원장으로 배정해 재판위원장 스스로 재판의 회피 의사를 밝히는 촌극이 벌어졌다. 3월 26일 열린 공판은 이동환 목사 측이 공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주장하며 재판위원 전원을 기피 신청한 후 새롭게 배정된 재판부였다.

공정한 재판을 요구하는 이동환 목사의 요구는 거듭 무시됐다. 이 목사의 변호인단은 3월 26일 공판에서 “공개 재판의 원칙을 준수할 의지가 있다면 일반 방청과 언론 취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공개의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판의 공개 여부는 재판부에서 판단할 일이라며 변호인단의 녹음과 속기 신청도 거부했다.

‘성소수자 축복기도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5일 감리회 본부를 방문해 이철 감독회장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대책위는 이철 감독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거듭 파행되는 재판의 책임과 공정한 재판을 요구했다.

이동환 목사는 6일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을 전하며 공정한 재판이 진행될 수 있도록 감리회 행정의 최종 책임자로서 신경을 써줄 것과 ‘성소수자 목회 연구위원회’ 설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목사는 “(감독회장님과)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잘 맞아주셔서 저희도 놀랐다”며 “재판을 받는 건지 징계위원회에 출석한 건지 잘 모를 정도의 상황이다. 적어도 ‘재판 과정만큼은 공정했으면 좋겠다’,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신경 써 달라’는 이야기를 드렸다”고 했다.

재판 결과를 떠나 이번 일을 계기로 감리회 내부에서 신학적·목회적 관점에서 성소수자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히 굳건했다. 이 목사는 지난해 8월 12일 평화나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드러내지는 못하지만 문제의식을 가지고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굉장히 많다. 변화가 느릴 수는 있지만, 저는 여전히 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재판 과정을 통해 감리회 내부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목회적·신학적 논의가 시작되는 마중물이 되길 희망했다.

감독회장과의 면담에서 ‘성소수자 목회 연구위원회’ 설치를 요청한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이 목사는 “재판을 겪다 보니깐 한국교회와 감리회 내에서 (동성애 문제로) 갈등이 심하다는 걸 여실히 느꼈다”며 “한국교회 안에 성소수자 성도가 없는 것도 아니지 않나. 감리회 본부 차원에서나 중립적인 입장에서 찬성과 반대쪽의 의견을 골고루 청취하면서 신학적으로 연구하고 목회적으로 이들을 어떻게 돌볼 것인지에 관해 연구하는 위원회나 기구가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지난 3월 26일 우여곡절 끝에 재개된 공판에서 겪어야만 했던 황당한 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당혹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이 목사는 “저를 심사해서 고발한 분이 재판위원장으로 앉아 있는 상황이 사실은 말도 안 되지 않나.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감리회 본부에서는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고 해명을 하는데, 그런 부분들을 잘 신경을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향후 재판은 공정하게 잘 이뤄질 수 있도록 기대를 해보고 있다”고 했다.

‘재판이 공정하냐, 재판이 공개냐 비공개냐’와 같은 소모적인 논란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목회자로서 교인들과 예배를 드릴 수 없는 이 목사 본인은 물론,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교인들도 지쳐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이제 예배는 드리지 못하지만 모임을 가질 때마다 (교인들이) 힘내라고 응원을 보내주신다”면서도 “재판이 늘어지다 보니 아무래도 피로감을 느끼시고 ‘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교인들이 지치고 상처받을까 봐 염려되고 걱정이 된다”고 했다.

끝으로 이동환 목사는 우선순위라는 이유로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무관심하고 매번 뒤로 미루는 한국교회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목사는 “이번에 감독회장님을 만났을 때도 ‘지금 산적한 문제들이 너무 많다. 지금 다룰 건 아니고, 우리 다음 세대, 아들 세대에 다뤄야 할 문제가 아니냐’는 말씀을 하시기도 했다”며 “그런 인식들이 많이들 있으신 것 같다. 다양한 현안들이 당연히 있겠지만 이 사안 역시 중요한 인권의 문제 중에 하나”라는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동환 목사는 지난 3월 26일 공판이 열린 날 제23회 국제엠네스티 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국제엠네스티는 “성소수자를 위한 축복 기도로 사회적 약자에게 희망과 위로를 선사하고 누구에게나 평등하고 안전한 교회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저항하고 있는 이동환 목사에게 돌아갔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당시 이 목사는 수상소감에서 “목사로서 응당 해야 할 기도를 한 것뿐인데, 그 일로 재판을 받게 되니 응원해주시는 차원에서 주셨다고 생각한다”며 “몇 시간 전에 제가 속한 교단에서는 재판을 받고 왔는데, 이곳에서는 상을 주시니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모르겠다. 격랑 같은 시간들을 지나오며 그래도 버티고 싸워올 수 있었던 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대책위와 변호인단, 응원과 지지를 보내준 수많은 분들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교권의 힘은 거대하고, 편견의 벽은 높지만 현실 앞에 신념을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며, 있는 그대로의 정체성을 존중받아야 하기에, 그것이 제가 믿는 신의 뜻이기에 믿는 바 그 편에 서겠습니다. 아무도 행동하지 않으면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축복할 것이고, 차별의 율법과 혐오의 언어들을 허물어나갈 것입니다. 이 작은 저항이 성소수자를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평등한 내일을 견인하는데 작게나마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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