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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연세대학교가 최근 독립운동가이자 농촌운동가인 배민수 목사의 정신이 깃든 삼애캠퍼스를 매각해 아파트를 지으려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중산동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삼애캠퍼스 56천여평의 대지에는 축구장과 야구장, 천문대와 삼애교회가 건립돼 있다. 아울러 배민수 목사와 그의 아내 최순옥 여사 양가 모친의 묘소가 자리하고 있다.

배민수 목사는 의장대장 아버지(배창근)의 영향을 받아 항일운동을 하다 두 차례나 투옥됐을만큼 뜨거운 민족애를 지니고 있던 인물이다. 배 목사는 조국을 구하는 길이 농촌 진흥에 있다는 믿음으로 1924년부터 농촌 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는 하나님·농촌·, 이 세가지를 사랑해야 한다는 삼애 정신으로 삼애농업기술학원을 설립하고 일구었다. 삼애캠퍼스 내 아담한 교회 2층에 자리한 배민수 기념관에는 당시 모습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는 사료들이 전시돼 있다.

삼애교회 교인인 김홍열 전 성공회대 교수는 이분은 아버지의 사상을 이어받아 평생 독립운동을 했고, 당시 일제강점기 시절에 한국 농촌이 피폐해서 농촌계몽운동에 평생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평생 그 길에 매진했던 분이라고 설명했다.

배민수 목사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사랑에 본을 보였으나 1968년 생을 마감했고, 여성 운동가였던 그의 아내 최순옥 여사가 홀로 남편의 정신을 잇다 연세대학교에 땅을 기증했다. 당시 최 여사는 연세대학교에 6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삼애정신을 살려 참된 농촌자원 지도자를 배출할 것, 초교파 교회를 지어 지역민들을 이끌 것과 배민수 기념도서관을 건립할 것, 가족 묘소를 잘 돌볼 것 등이었다.

그러나 연세대학교가 약속 이행에 게을리하자, 배민수목사가 소속돼 있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는 19938, 삼애재단 이사회와 유족들로부터 삼애 배민수 목사 기념사업에 관한 권한 일체를 위임받게 된다.

당시 예장통합총회는 교단 내 특별위원회와 대책위원회 등을 구성해 연세대학교측에 약속을 이행해 줄 것을 요청했고, 정부에 청원서까지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총회가 정부에 낸 청원서에는 연세대학교가 기증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기증자에게 원상회복시키거나 독립법인을 구성해 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이런 문제제기 끝에 예장통합과 연세대학교는 배민수 목사 기념사업 추진 공동위원회를 구성했고, 2006년 지금의 삼애교회가 설립과 배민수 기념관도 재정비 하게 된다.

그러나 1993년 연세대가 삼애재단의 권한을 총회에 위임할 당시 전체 실무를 담당했던 박노원 목사에 따르면 공동위원회는 2011년 이후 모임을 갖지 않고 있다.

박 목사는 공동위원회 사업은 끝난 것이 아니다. 배민수 목사 기념사업을 종료하자는 상호간의 결의도 없었고, 아직도 서류상에는 진행해야 할 사업 내용이 많이 남아 있는데도 답보상태라면서 총회가 공동위원회로 모임 구성을 연세대학교측에 요청했으나 연세대학교가 아무런 답변조차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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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가운데 최근 연세대학교가 건설사에 땅을 매각해 아파트를 지으려 한다는 우려가 터져나왔다.

예장통합 기관지인 한국기독공보는 올해 226삼애 캠퍼스에 아파트 건설되나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날 기독공보 보도에 따르면 아파트 건설 추진 건은 지난해 10월 초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게시판에 '삼애 배민수 목사 기념사업'이란 제목으로 '일산 삼애캠퍼스 아파트 건설 추진, 영구적인 교육 및 학술기금 확보'란 내용의 공고가 게재되면서 알려졌다.

연세대학교 관계자는 삼애캠퍼스 개발건을 GS와 논의중에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아파트가 지어질지 확정된 사언은 없다고 말했다.

GS건설 역시 삼애캠퍼스에 아파트 건설 관련해 회의를 진행한 적이 있으나, 구체적으로 진행된 사항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연세대학교가 1993년 배민수 목사 기념사업을 통합총회에 위임하면서 구성된 공동위원회의 효력은 사라진것일까?

연세대학교는 배민수 목사 기념사업과 관련 예장통합에 위임한 사안이 아니냐<평화나무>의 질문에 그 부분은 법적인 문제라 단편적으로 답변드리기 곤란하다며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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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개발은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하지만, 연세대학교가 교단측과 협의없이 토지를 매각하려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교육용 부지를 매각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승인이 떨어져야 하는데, 연세대학교는 최근 교육부로부터 삼애캠퍼스를 매각할 수 있다는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 7월 삼애캠퍼스 매각 승인이 났다고 설명했다. 교육용 자산이 실제 교육 목적으로 활용이 안 되고 있는 경우 학교장의 동의를 거쳐 승인이 떨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초에 배민수 목사의 정신을 잇고자 유가족이 내건 조건은 교육부의 매각 승인 시 따질 사안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연세대학교 기획처가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삼애캠퍼스 개발은 모든 관계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3~4년 후인 2025년경에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혀 있다. 아울러 배민수 목사 가족 묘소 관리에 대한 사항이 삼애캠퍼스 개발 계획에서 우선적으로 고려됐으며 미국에 거주하는 배민수 목사의 유족 역시 삼애캠퍼스 개발에 공감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미국에 거주하는 유족들의 말은 달랐다. 배민수 목사의 며느리는 <평화나무>를 통해 총장과 학교관계자들이 몇 차례 미국에 찾아왔으나 삼애캠퍼스 매각과 관련해서는 들은 얘기가 없다고 펄쩍 뛰었다.

그는 배민수 정신에 맞는 사업을 진행한다면 모르겠으나 땅을 팔아서 학교가 금전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연세대학교가 삼애캠퍼스를 매각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연세대학교 사유화 논란이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발단은 지난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일보 회장까지 지낸 방우영 씨가 연세대학교 이사장을 지내던 때, 학교 운영이사회는 기습적으로 정관을 개정했다. 본래 연세대학교에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기독교대한감리회·한국기독교장로회·대한성공회, 협렵교단 4곳에서 이사를 파송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교단이 가지고 있던 이사 추천 권한을 없앴고, 교계 이사구성원을 4명에서 2명으로 축소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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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건학 이념으로 세워진 연세대학교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우려에서 교계는 물론 연세대 신과대학동문회의 반발은 거셌지만 소용없었다.

1997년부터 2013년까지 16년간 방우영 이사장 체제를 거치면서 사유화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연세대학교는 2017년 허동수 이사장 체제로 들어서면서 공공성이 훼손되고 오롯이 자본의 논리에 귀속되고 있다는 우려가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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