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표절로 징계받은 목사, 이후에도 설교표절 의혹
중경기노회 정치부 표절 청원 기각·· 재판국도 꾸리지 않아
"끝까지 투쟁해 교계에 경종 울리고 싶어" 의지 불태우는 교인들

노회가 열리는 교회 앞에서 시위 중인 교인
노회가 열리는 교회 앞에서 시위 중인 교인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설교 표절로 6개월 강도권 정지 및 설교 클리닉 이수라는 징계를 받은 과천 A 교회 서모 목사가 또다시 설교 표절 의혹에 휩싸였지만, 중경기노회 정치부는 재판부조차 꾸리지 않고 기각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측(총회장 소강석) 중경기노회는 지난 6일 안양늘사랑교회(담임 권성대 목사)에서 정기노회를 열고, A 교회 서 목사 설교표절 고소 청원안건을 다뤘지만 끝내 기각됐다. 정치부는 해당 청원을 죄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노회에 보고했고, 노회는 이를 받아들였다.

아침부터 교회 앞에 모여 재판국 구성을 촉구했던 교인들의 노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교인들은 이번 노회에서 재판국이 꾸려져 조사가 이뤄지길 소망했으나 노회는 이들을 외면한 것이다.

기각 이유를 듣기 위해 정치부 부장이었던 박병열 목사와 신임 부장인 김춘호 목사에게 연락했지만 닿지 않았다. 문자를 남겼으나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노회에 참석했던 한 장로의 입을 통해 기각 사유를 들을 수 있었는데, 정치부 임원 박모 목사가 나와 ‘자신도 다른 사람 설교를 보고 책도 보며 설교한다. 그럼 나도 표절을 하는 거다’라며 ‘이 정도는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기각했다고 한다.

2014년 9월 2일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열었던 ‘설교 표절, 왜 심각한 문제인가’라는 대회에서 ‘한국교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설교 표절’이라는 제목의 발제를 했던 새누리2교회 안진섭 목사는 평화나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설교 표절에 대해) 교인들이 느끼는 건 심각한데, (대부분의)교단 지도부에선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안 목사는 “설교를 만들 역량이 없어 표절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역량이 떨어지니까 스스로 설교를 작성할 능력이 없고,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말하고 싶은데 긍정적으로 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건 처리 못 하면 악순환 반복될 것·· 계속 투쟁할 계획’

노회의 기각 소식에 문제를 제기한 과천 A 교회 교인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재판부를 구성해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함에도 정치부원 한두 명이 보고 기각시켰다는 것이다. 투쟁을 벌여오던 한 교인은 “자료도 다 보냈는데 판단도 못 받고 기각됐다”며 허탈함을 나타냈다.

또 다른 교인은 노회가 노회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사실관계를 확인해달라고 했는데 이걸 기각시켰다”며 “성도들은 안중에도 없고, 목사 입장에서 목사의 지지 기반을 유지하는 쪽으로만, 온정적으로 봐주기만 한다”며 노회의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노회가 교회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친목회로 변질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총회에 상소하겠다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또 법적 다툼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법을 통해 유죄를 확정받는다면 다른 목사들도 표절 문제에 있어 조금 더 경각심을 가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재판을 준비하는 데 너무 많은 힘이 든다. 사명감으로 하고 있다”며 “A 교회의 정의뿐만 아니라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이겨 교계에 경종을 울려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교회를 넘어 교계의 정상화를 위한 이들의 투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교회의 입장을 청취하기 위해 교회와 서 목사에게 연락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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