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지난 2일 노조에 ‘단체협약 해지’ 통고…“건설자본의 방송 사유화 앞당기는 단체협약 해지 통보 즉각 철회하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SBS가 지난 2일 자사 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에게 ‘경영진 임명동의제’ 조항 삭제를 노조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고했다. 지난 2011년 MBC 사례 이후 처음이다.

‘경영진 임명동의제’는 지난 2017년 SBS 대주주의 보도 통제, SBS를 통한 광명 역세권 개발 사업 로비 의혹이 제기되면서 전격적으로 도입됐다. ‘소유와 경영 분리원칙’을 골자로 경영진과 보도·편성·시사교양 본부장에 대한 임명동의제를 사측과 노조가 합의한 것으로 방송사 중에서 최초로 도입했다.

하지만 노조와의 합의 이후에도 사측은 ‘경영진 임명동의제’를 무력화시키려는 시도를 숨기지 않았다. 2019년 3월 25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이 취임하면서 합의 사항 중에 하나였던 노조 추천 사외이사를 무보직으로 좌천시킨 일도 발생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지난 5일 성명을 발표하고 단협 해지를 통고한 SBS 사측을 규탄했다. 이들은 “방송역사상 가장 진보한 소유-경영분리, 공정방송 제도로 평가받는 ‘사장 임명동의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악질자본의 노조파괴 수단인 단협 해지까지 동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해지 통고 공문에는 소유 경영 분리와 공정방송을 지키겠다는 말을 버젓이 늘어놓았다”며 “두레박을 깨부수고는 우물물은 떠먹게 해 주겠다는 해괴한 논리로, 한 마디로 태영자본의 철없는 정치 망동으로 밖에 규정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사노동조합협의회도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SBS 사측의 단협 해지 통고는 건설자본의 방송 사유화를 앞당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건설 자본이 소유한 언론사라는 SBS 지배구조의 한계는 ‘사장 임명동의제’가 있었기에 극복될 수 있었다”며 “‘사장 임명동의제’는 건설 자본으로부터의 권한 남용을 막고, SBS가 언론사로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마련됐던 조항들”이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언론노조 SBS본부장의 자리가 잠시 공석이 된 혼란기에 이런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매우 치졸한 행태다. 또한 SBS의 전 구성원과 SBS를 아껴온 시청자들을 인질로 삼는 야비한 행태”라며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단체협약 해지 통보를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7일 발표한 ‘SBS 임명동의제 폐지와 방통위의 감독 책임’ 논평에서 “방통위가 천명한 지상파 민영방송의 소유-경영 분리의 원칙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 지난 해 실시한 SBS지주회사 최대주주 변경 승인 및 SBS재허가 심사 결과에 위배하는 것으로 방통위의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에는 SBS 최대주주인 TY홀딩스와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에 공개질의서도 발송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SBS 임명동의제’는 형식상으로는 단체협약을 통해 제도화되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지상파방송 SBS가 소유와 경영의 분리, 제작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것을 천명하며 시청자와 맺은 사회적 약속”이라며 “합의의 주체이자 당사자인 최대주주는 스스로 자임한 공적책임에 대하여 시청자에게 설명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개질의서에는 ▲SBS사측의 임명동의제 폐지 시도에 대한 귀사의 입장 ▲귀사가 그러한 입장을 정한 근거와 이유가 무엇인지 충실히 설명 ▲임명동의제 폐지와 관련한 귀사와 SBS 사측 또는 노동조합과 협의 여부 및 협의 내용 공개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