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들, 집값 '폭등'이랄 땐 언제고 이젠 '수혜·호재'?
이익에 따라 달라지는 언론의 이중잣대

오세훈 후보 당선 이후 빠르게 치솟는 서울시 집값(출처=연합뉴스)
오세훈 후보 당선 이후 빠르게 치솟는 서울시 집값(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건축 공약으로 서울시 집값이 들썩인다는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집값 상승을 바라보는 언론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 전부터 재건축·재개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한강변 35층 규제 폐지와 상생주택, 모아주택 등 부동산 관련 공약을 집중 거론한 바 있다.

오세훈 후보가 서울시장이 되자 재개발과 재건축에 대한 기대로 서울시 부동산 시장이 요동쳤다. 기다렸다는 듯 집값이 급격하게 치솟은 것. 그러자 과거 ‘집값 폭등’이라며 앞장 서 비판하던 언론들이 이번엔 수혜와 혜택이라며 기쁨을 나타냈다. 

 

과거 집값 상승 땐 부동산 ‘폭등’이라더니...

언론들은 오 시장 당선 전엔 집값 상승을 ‘폭등’이라고 표현하며 정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월 8일 ‘집값 폭등에 LH투기까지··· 선거 최대이슈된 부동산 분노’라며 “‘부동산 폭등’에 ‘부동산 투기가’가 더해지며 ‘부동산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3월 1일 주간조선에는 ‘변창흠 2·4 대책은 시대착오 정책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실리기도 했다. 주간 조선은 “무주택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4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을 80% 폭등시켰다’라며 ‘정권 초기 시세의 180%인 현 시세의 90%까지 고분양을 허용하면 문재인 정부 이전보다 60% 오른 가격으로 분양하겠다는 것’이라고 분노를 터뜨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4 부동산 대책’이야 말로 진짜 비난받아 마땅한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동아일보도 집값 폭등에 열을 올렸다. 중앙일보는 지난 1월 26일 ‘집값 폭등에 “난 서포자”...작년 서울서 164만명 짐쌌다’는 기사를 실으며 “집값이 급등한 지난해 다른 지역으로 떠난 서울 시민이 4년 만에 최대 규모로 늘었다”고 말했다. 1월 29일에는 한 누리꾼의 말을 인용해 ‘조은산 “우상호 눈물 녹물 감성팔이...그래서 지금 집값 얼마인가”’라는 기사를 쓰기도 했다.

중앙일보도 집값 폭등 비판에 힘을 실었다. 3월 16일 ‘[사설]부동산 정책 실패 탓에 국민 허리만 휜다’에서 중앙일보는 “전국 집값은 문 정부가 들쑤셔놨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짊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전인 1월 25일에는 ‘“벼락거지 될라” 2030 절박감···서울 강북·경기 집값도 껑충’이라고 보도했다.

 

집값 폭등, ‘수혜· 호재’로 둔갑시킨 언론

언론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는 딴지일보 만평(출처=딴지일보)
언론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는 딴지일보 만평(출처=딴지일보)

집값 폭등’이라며 정부에 집중포화를 가하던 언론들은 오 후보의 당선 이후 ‘호가 상승’이라는 점잖은 표현을 쓰며 ‘재건축 공약으로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들이 직접 수혜를 받을 것’, ‘화색도는 부동산시장’ 등의 기사를 내놓았다.

조선일보는 11일 ‘오세훈이 돌아왔다... 서울 주요 재개발·재건축 기대감 쑥’이라며 “아직은 호가가 크게 오르거나 집주인이 매물을 거둬들이는 등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지 않지만,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 문의가 늘어나는 등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또 12일에는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호가 껑충··· 전문가들 “추격매수 신중해야”’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후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수억원 씩 호가가 오른 매물이 등장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기사 그 어디에도 ‘폭등’이라거나 ‘집값 상승으로 특정 세대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형태의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동아일보도 12일 ‘첫째도 개발, 둘째도 개발 오세훈 서울, 집값 무조건 오른다’는 기사에서 “민간 재개발·개건축 활성화 등 개발 공약을 내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의 당선으로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서울 강남 집값이 꿈틀대면서 주춤했던 주택 가격 상승률이 다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집값이 폭등했다’, ‘서포자’ 등 비판적인 내용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 언론이 오세훈 후보 취임 이후 서울시 집값 상승을 보도했지만, 부정적으로 다룬 기사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 일부 언론은 오히려 집값 상승에 대해 대놓고 기쁨을 나타냈다. 뉴스핌은 지난 8일 ‘[오세훈 서울시장] ① 재건축 50층 시대온다... 화색도는 부동산시장’이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오 후보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지역 중에서도 한강과 인접한 곳의 집값이 들썩거렸다. 한강변 아파트 35층 규제가 사라지니 한강변에 있는 아파트들은 직접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서다”고 전했다. 한국경제도 12일 “구별로는 송파구가 1.64%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구, 마포구, 서초구, 양천구, 노원구 등이 상승률 1~6위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모두 재건축 ‘호재’가 있는 지역”이라고 표현했다.

 

이익에 따라 달라지는 언론의 이중잣대

언론의 이중잣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다. 2017년 추석, 귀성객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속도로 통행료를 면제해 준 정책에 ‘추석 통행료 무료 120억원 혈세 보전... 아랫돌로 윗돌 괴기’라며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던 언론사는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엔 ‘정부가 160억 공짜로 쏜다...고속도로 통행료 면제’라며 칭찬했다.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자 누리꾼들은 ‘대한민국을 망치는 언론의 이중잣대’라는 표를 만들기도 했다.

누리꾼이 만든 대한민국을 망치는 언론의 이중잣대표
누리꾼이 만든 대한민국을 망치는 언론의 이중잣대표

성공회대학교 최진봉 교수는 평화나무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언론의 이중적인 태도는 언론사의 이익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말한 바 있다. 언론의 목표는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확대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언론사는 현 정부에 타격을 주면 그 여파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 세력이 집권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들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저작권자 © 평화나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