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원 교육 중단하라" 청와대 국민청원 등장
양평원 원장, “남성 스스로 잠재적 가해자 아님 증명해야”
혐오와 차별 부추기는 양평원 교육 지적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나윤경 원장(출처=연합뉴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나윤경 원장(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의 양성평등 교육이 오히려 양성평등을 저해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12일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의 설립 취지를 망각한 교육을 중단하고 관련자들을 징계하시길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청원인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설치된 기관으로 양성평등기본법에 명시된 내용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양평원의 실제 미션이 남성혐오주의와 여성우월주의 전파가 아니라면, 해당 단체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는 영상을 시급하게 삭제하고 해당 단체의 설립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승인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 이하 실무진의 징계 및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청원인은 또 "과거 남성우월주의 하에 행동했던 세대의 기득권들과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의심 받아 마땅한 잠재적 가해자라고 명명하고 그들에게 권리 없는 무한정의 의무만을 요구하는 교육 내용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으로서 맡은 소임에 충실한 내용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하며, "남성에 대한 차별, 편견, 비하, 폭력은 결코 양성평등 가치 확산에 이르는 길이 아님을 굳게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영상은 13일 3시 기준 약 2300명의 동의를 얻었다.

 

양평원 교육 무엇이 문제길래?

"남성 스스로 잠재적 가해자 아님 증명하라"

'여성=피해자, 남성=가해자' 이분법  

지난해 2월 18일 올라온 양평원 강의 영상(출처=유튜브)
지난해 2월 18일 올라온 양평원 강의 영상(출처=유튜브)

양평원이 제작한 영상 중 도마 위에 오른 영상은 지난해 2월 18일 올라온 '남자=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되는 게 싫다고요?'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양평원 나윤경 원장은 해당 영상에서 "2018년부터 각계에 미투 운동이 확산하면서 학교뿐 아니라 뉴스와 매체에서도 여성에 대한 성폭력의 실상이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처럼 성인지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이나 전문가들은 그 어느 때보다 성인지교육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적지 않은 수의 남성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왜 남자들을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합니까'라고 항변한다"라고 설명했다. 

나 원장은 이어 "잠재적 가해자라는 말이 많이 언짢은가"라고 묻더니, 남성 스스로가 자신이 성폭력 가해 남성들과는 다른 부류라는 것을 증명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시민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나 원장은 "한국여성들은 '아빠 빼고 남자는 다 늑대고 도둑놈이야'라는 소리를 주로 아버지 즉, 남성에게서 듣고 자란다.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 남성을 늑대나 도둑처럼 의심하면 잠재적 가해자 취급한다면서 화를 낸다. 그런데 또 남사친, 남자 선배, 남사 상사를 의심하지 않고 따라 나섰다가 성폭력을 당하면 꽃뱀취급 당하며 피해 여성을 비난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은 남성들을 의심하며 경계할 수밖에 없는 경험들을 갖게 된다"며 "그 의심과 경계가 여성의 생존 확률을 높인다. 이럴때 남성들은 그 의심을 기분나빠하기 보다 자신은 나쁜 남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증명하며 노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나 원장은 해당 영상에서 84세 자신의 노모와 중국교포 출신 가사도우미와 관계를 예로 설명하기도 했다. 교포인 가사도우미가 혹여 돈을 떼일까 일당 선지급을 요구했고, 어머니는 잠재적 가해자 취급을 받아 기분 나빠 하셨으나 일을 하고도 떼인 경험이 많은 가사도우미를 이해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이었다.

이어 "어머니를 의심하며 일당을 먼저 달라고 해야 그 아주머니의 삶이 온전하게 유지될 확률이 높았다. 어머니의 기분과 그 아주머니의 생존 중 어떤 게 더 중요한가"라는 말로 불쾌해하는 어머니를 설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주머니의 의심에 기분 나빠할 것이 아니라, '나는 믿어도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나 원장의 주장은 '신뢰'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시민적 의무라는 주장을 하고 싶은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가부장적 분위기의 사회 속에서 여성이 약자였고 피해자인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망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은 무조건 피해자, 남성은 무조건 가해자'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오히려 양성평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된다는 지적은 되새겨볼 지점이다. 

게다가 성인지 감수성이나 '미투' 운동의 취지가 우리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바로 잡아 서로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지 남과 여의 대립구조를 확산하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지적하며 해당 영상에는 비판과 조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 혐오와 차별 부추기는 교육 문제 

정혜민 대표(성교육상담센터 '숨')는 해당 영상에 대해 “성교육은 주체성을 가지고 서로를 존중하도록 안내하는 ‘관계교육’"이라며, "그러나 본 영상은 그 시작점부터 어그러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처음부터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규정해놓고 본인이 잠재적 가해자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 시민적 의무라고 가르치는 것을 보며 이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교육인지 의아했다"며 "겉으로 보기엔 상호간 모두를 위한 교육처럼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여성들을 절대적 피해자, 약자로 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어머니와 교포 가사도우미의 예시에서 어머니를 남성으로, 교포 가사도우미를 여성으로 빗대고 있는데, 이는 남성은 갑의 위치에 여성은 을의 위치에 있다고 본인들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정 대표는 "나 또한 학교와 직장, 교회에서 성희롱과 성인지교육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버려야 할 생각들을 말하면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남성은 절대적 가해자가 아니며 여성 또한 절대적 피해자가 아니다. 성과 관계없이 누구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양평원의) 가르침은 성교육의 본질인, 여성과 남성이 균형을 이루며 조화롭게 살아내고자 하는 건강한 관계의 방향성을 철저하게 깨뜨리며 오히려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고 불필요한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양평원 관계자는 평화나무와의 통화에서 "입장을 정리 중"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이 관계자는 "어제서야 체감이 돼 내부적으로 검토한 지 얼마 안 됐다"며 "커뮤니티의 분위기 등을 잘 관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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