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변국 및 시민단체들,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 반대 표명
국제원자력기구(IAEA), 환영의 뜻 밝혀 “세계적인 관행과 일치”

후쿠시마 원전(출처=연합뉴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일본(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전 세계가 시끌시끌하다. 일본은 지난 13일 후쿠시마 제1 원전의 오염수를 해양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인체에 영향이 없는 수준까지 희석해 순차 방류할 예정이며, 그렇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정부는 처리수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고 잘못된 정보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무조정실, 일본 오염수 방류 결정에 ‘강한 유감’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중국과 일본 주변국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13일 국무조정실은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우리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은 주변국가의 안전과 해양환경에 위험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최인접국인 우리나라와 충분한 협의 및 양해 과정없이 이루어진 일방적인 조치”라며 “오염수 처리과정 전반에 대한 투명한 정보공개와 검증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18년 10월부터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후쿠시마 인근 8개 현에 대한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를 시행 중이며 국내 해역에 대해서도 삼중수소에 대한 해수 방사능 감시를 하고 있다.

주변국 중 하나인 중국 역시 오염수 방류 결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 외교부는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일본이 국내외 반대를 고려하지 않고, 주변국이나 국제사회와의 충분한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폐수를 해양 배출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다”며 “일본과 가까운 이웃이자 이해관계자로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전했다.

 

전 세계 시민단체들도 반대 입장 표명

일본 정부의 오염수 방류 소식은 일본 내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이영채 일본 게이센여학원대 교수는 YTN ‘뉴스가있는저녁’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시민단체들과 환경단체들이 전 세계의 환경단체들과 함께 약 6만명의 항의 서명을 일본 국회에 제출했다”고 전했다. 또 “일본의 어업협회도 ‘이는 어민들을 배반하는 행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고 말했다.

전 지구적 환경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린피스도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결정은 인권침해이자 국제해양법 위반’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린피스 일본사무소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일본 정부는 방사성 폐기물로 태평양을 의도적으로 오염시키는 결정을 내렸다”며 “오염수를 장기간에 걸쳐 저장하고 처리하면서 방사능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최선의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 대신, 오염수를 태평양에 쏟아버린다는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린피스의 제니퍼 모건 사무총장도 일본의 방류 결정에 대해 “끔찍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모건 사무총장은 “방류 결정은 유엔해양법협약에 규정되어 있는 일본의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앞으로 수개월 동안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들도 일본의 방류 결정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핵없는세상을위한한국그리스도인연대’(이하, 핵그련)은 지난 13일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한 일본 정부를 규탄한다’며 성명을 냈다. 이들은 “독성 물질이 해류를 따라 이동하며 해양생태계 오염을 비롯해 수많은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며 “(일본의 결정은) 자신들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고, 핵사고의 흔적을 지우는 방식으로 이 일을 해결코자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위험부담’에도 환영의 뜻 밝힌 IAEA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아베 전 총리(출처=연합뉴스)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아베 전 총리(출처=연합뉴스)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만류에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IAEA의 라파엘 그로시 사무총장은 13일 “후쿠시마 제1 원전에 저장돼 있던 처리수의 처리 방안을 결정했다는 일본의 발표를 환영한다”며 “일본 정부의 결정은 세계적인 관행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IAEA는 이 계획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추적 관찰하고 확인할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오염수’ 대신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처리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미 정화처리 됐다는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해 2월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시찰한 후 ‘원전의 오염수 해양 방류는 기술적 관점에서 볼 때 국제 관행에 부합한다’며 “전 세계 원전에서 해양 방류는 비상사태가 아닐 때도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는가 하면, 같은 해 12월에도 ‘오염수 해양 방류가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핵그련 임준형 사무국장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삼중수소가 바다에 방류됐을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명확한 연구가 이루어진 게 없다”며 “어떤 경우라고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데 IAEA가 그 부분을 좀 간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영채 교수도 YTN ‘뉴스가있는저녁’에서 “일본 정부는 삼중수소에 대해서 40분의 1만큼 낮은 수준으로 낮춰 방류하겠다고 하지만 기술적으로 문제가 있는 걸로 알려졌다”며 “이 외에도 다른 방사능 오염물질에 대한 오염도를 낮추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주장했다.

IAEA 분담금이 두 번째로 많은 일본(출처=IAEA 홈페이지)
IAEA 분담금이 두 번째로 많은 일본(출처=IAEA 홈페이지)

이런 이유로 IAEA의 환영 발표를 두고 일각에선 ‘일본과의 경제적 관계 때문에 그런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로시 직전 IAEA 사무총장은 아마노 유키야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사무총장직을 역임했고, 일본 정부 역시 IAEA에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

IAEA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2020 년 정규 예산에 대한 회원국의 기여도 평가 척도기준'에 따르면, 일본의 분담률은 8.241%로, 447만2천576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약 50억원 정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전체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아미노 전 사무총장이 별세하자 일본은 100만유로를 기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라파엘 그로시는 2019년 12월, 신임 사무총장이 된 후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IAEA와 일본은 긴밀한 관계이며, 앞으로도 이를 이어가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후년부터 오염수 약 125만톤을 30~40년에 걸쳐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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