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이름 단 책 쏟아져·· ‘윤석열 없는 윤석열당’ 창당되기도
‘내 동의 없이 책 나와 황당하다’면서도 조처 없는 윤석열

서점에서 팔리고 있는 '윤석열의 진심'(출처=연합뉴스)
서점에 진열된 책 ‘윤석열의 진심’(출처=연합뉴스)

[평화나무 신비롬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총장직 사퇴 후 야권 대권 주자로 떠오르는 분위기를 이용해 '윤석열 특수'로 이익을 누리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다. 서점가에는 윤 전 총장의 이름과 얼굴이 박히는 책이 등장했는가 하면 '윤석열 없는 윤석열당'이 창당되기도 했다.

그러나 출간된 책들이 윤 전 총장의 입장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윤 전 총장의 이름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서점가 ‘윤석열’ 이름 단 책 잇달아 출간

윤석열 전 총장의 이름을 단 책은 올해만 벌써 세 권 등장했다. '윤석열 국민청문회(지식공작소 2021)', '구수한 윤석열(리딩라이프북스 2021)', '윤석열의 진심(체리M&B 2021)'이 그것이다. 이 책들 모두 윤 전 총장의 의중과는 상관없이 출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식공작소가 낸 ‘윤석열 국민청문회’는 윤 전 총장과의 가상청문회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가상청문회로 얼마나 진솔한 대답을 들을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이 책을 쓴 지식공작소 정세분석팀은 "(이 책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진솔한 대답을 통해 검사로서 살아온 길과 그의 신념, 원칙, 철학을 깊이 있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김연우 씨가 쓴 ‘구수한 윤석열’ 역시 윤 전 총장과의 대담이 아닌 윤 전 총장의 서울 법대 79학번 동기들이 말한 윤석열 관련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이 일화들은 너무나 평범한 청년의 좌절과 고민, 그러나 지금의 윤석열이 가진 비범한 소신과 원칙, 그리고 소신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이경욱 씨가 쓴 윤석열의 진심이다. 이 씨는 윤 전 총장과 고등학교 동창으로 알려져 있다. 유일하게 윤 전 총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책이다. 그는 윤 전 총장과 점심을 먹으며 약 3시간의 대화를 토대로 책을 썼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인상 비평이 주류를 이룬다.

오는 5일에는 전 서울신문 법조기자 오풍연 씨가 쓴 윤석열의 운명(오풍연닷컴 2021)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황당하다'면서도 아무런 조처 없는 윤석열

윤 전 총장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자 윤 전 총장은 측근들에게 ‘내 동의 없이 자꾸 책이 나와 황당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단독]윤석열, 잇단 책 출간에 “요즘 날 파는 사람 너무 많다(4월19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전 총장은 ‘내 동의 없이 자꾸 책이 나와 황당하다’고 주변에 토로했다고 한다. 차기 대선 주자로서 유권자들의 시선을 모으기 위해 지인들을 통해 책을 펴낸 것 처럼 비춰지지만, 이는 완전히 오해라는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측근에게 ‘윤석열의 진심이라는 책을 쓴 이경욱 씨와는 졸업 후 만난 적도 없고 40여 년 만에 만나 2시간 반가량 이야기하고 헤어졌는데 갑자기 책을 내겠다고 했다’고 한다. 본인의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구수한 윤석열이라는 책 역시 윤 전 총장은 ‘뭐하러 그런 책을 쓰려고 하냐’며 법대 동기들을 만류했다고 전했다.

4월 21일 단독까지 달고 기사를 올렸다 삭제된 중앙일보의 ‘윤석열 측, 세 번째 책에 "대단히 곤혹, 저자와 일면식도 없다"'는 기사에서 윤 전 총장의 측근은 ‘윤석열의 운명’이라는 책 출간 소식에 "한마디로 대단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전 총장의 측근은 해당 기사에서 “현실적으로 언론 출판의 자유가 있어 본인의 동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출판을 제재할 방법이 없다”며 “게다가 이 책의 저자는 직접 대화를 통한 인터뷰나 취재가 아닌 점을 스스로 밝히고 있어 허위성을 잡아내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윤 전 총장이 이 현상을 즐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간에 이름이 거론될수록 정치를 준비하는 윤 전 총장에게 나쁠 게 없기 때문이다. 만일 윤 전 총장이 정말 황당해 기분이 나빴다면 법적인 조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법무법인 디딤의 박지훈 변호사는 평화나무와 통화에서 “본인이 정말 원치 않는다면 법적인 조처를 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의 이름과 얼굴을 사용했기에 초상권이나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고, 윤 전 총장이 문제 삼는다면 충분히 조처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윤 전 총장은 아직까지 특별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

또 '윤석열의 진심'을 쓴 이경욱 작가는 자신의 책에서 "내가 책을 내겠다고 하면 그는 '고맙네'라고 답해왔다. 내가 윤석열TV를 만들겠다고 하면 ‘고맙네’라고 짤막하게 답해왔다"고 썼다.

'구수한 윤석열'이란 책에 등장하는 윤 전 총장의 대학 동기도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석열이가 책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반대도 아니었고, 찬성도 아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윤 전 총장은 자신의 주인공으로 한 책 출판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 유기홍 의원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구수한 윤석열’과 ‘윤석열의 진심’이라는 책의 리뷰를 올리며 "이 책이 나오는 걸 윤 전 총장이 몰랐을 리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책을 낸다는 말에 ‘고맙네’라고 답장까지 했다는데 당황한 척이라니"라며 윤 전 총장의 태도를 꼬집었다.

 

"책 내용 너무 낯 뜨거워··· 안 사도 된다"

유기홍 의원이 블로그에 올린 책 리뷰(출처=유기홍 의원 블로그)
유기홍 의원이 블로그에 올린 책 리뷰(출처=유기홍 의원 블로그)

유기홍 의원은 '구수한 윤석열'과 '윤석열의 진심'이라는 책에 대해 "총평부터 말하자면 이 책들 안 사도 된다"라고 단언했다. 유 의원은 "내용이 너무 낯 뜨거워 읽기 힘들었다"며 "노래를 너무 잘해서 별명이 '윤라시도 석밍열'이라느니, 자유시장경제주의자인 아버지를 따라 대학생 때부터 자유시장경제가 소신이었다느니, 사소한 것까지 과장해 칭찬하고 보수 정치인의 이미지에 맞게 끼워맞춘 것들이 많다"라고 지적했다.

또 윤 전 총장이 대학생 때 콩 서리를 해 부친께 고무호스로 맞았다는 일화에 대해 "서리는 엄밀히 말하면 절도인데 이게 전직 검찰총장에게 소탈한 이미지로 도움될 거라 생각해서 넣은 걸까?"라며 "대학생을 매로 훈육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거니와 콩을 얼마나 훔쳤으면 대학 교수인 부친이 고무호스로 매를 들었을까"라고 코웃음쳤다.

그는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읽고 알린다"며 "이 책들 안 사도 된다"고 혹평했다. 

'윤석열 특수'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누군가가 정치권에 혜성처럼 등장하면 그와 함께 특수를 노리는 사람들도 나타난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사무총장 퇴임 후 대권주자로 떠오를 때도 관련 서적이 등장해 불티나게 팔렸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 관련 책이 서점가를 뒤덮기도 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저런 사람(윤 전 총장)이 하나 나타나면 속된 말로 파리가 많이 모이게 돼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윤석열을 파는 이들의 진심은 알 수 없지만, 윤 전 총장으로 인해 특수를 누리고 있음은 분명하다.

한편, 윤석열 특수에 ‘윤석열 없는 윤석열 신당’이 창당되기도 했다. ‘다함께자유당’(가칭)은 지난 3월 27일 인천에서 중앙당 창당발기인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들은 윤석열 지지 단체인 ‘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 출신으로, 준비위원장인 최성덕 씨는 “차기 대선에서 윤 전 총장을 모셔와 정당·정치·정권, 3정 교체를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후 전국에 시·도당을 창당하며 명함에 윤 전 총장의 얼굴을 넣기도 하며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당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매일신문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정작 윤 전 총장과 교감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는 것. 

다함께자유당 사무실이 있다는 건물의 안내판. 어디에도 다함께자유당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다함께자유당’ 사무실이 있다는 건물의 안내판. 어디에도 다함께자유당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사실을 확인하고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주소로 찾아갔으나 사무실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건물을 관리·감독하는 관리원은 “다함께자유당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공인들이 건물 내 사무실 하나에 이름만 등록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 경우 자신들이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다함께자유당 사무실로 등록된 308호는 다른 소상공인들과 함께 사용 중이었다. 해당 사무실을 함께 사용하던 한 관계자는 "이름을 들어본 것 같긴 하지만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때마침 사무실 실장이 나와 "이곳(308호)이 다함께자유당 사무실이 맞다. 함께 쓰고 있다"며 "다함께자유당 관계자가 자리에 없다. 출장을 자주 다녀 언제 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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