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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유튜브 신의한수, 애국 청년이 우파를 살린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편)

[평화나무 권지연 기자]

자신을 ‘수꼴’이라 칭했다는 이유로 변상욱 대기자(YTN앵커)에게 항의글을 올린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의 이력이 주목되고 있다.

지난 주말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는 변상욱 대기자와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의 이름이 실시간으로 올랐다. 지난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집회’에서 “조국같은 아버지를 두지 못해서 단상에 올랐다”고 발언한 백 대표를 향해 변상욱 대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이 논란이 된 것이다.

보수정치인들과 언론은 물론 일부 진보인사들마저도 변 대기자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이유는 백 대표가 아버지 없는 집안의 가장이며 기득권 카르텔에 저항하는 청년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 씨의 이력이 공개되면서 백 씨의 의도가 순수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백경훈, 신의한수 출연 "386세대 청년의 적"...은평구 구의원 출마 이력도 

백 씨는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언론인이자 사회의 어른으로서 말의 무게와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며 "더 이상 개인 변상욱과 싸우는데 에너지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 다만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진영논리에 갇혀 있는 또 다른 변상욱과는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백 씨 스스로도 진영논리에서 자유롭기는 힘들어 보인다. 

백경훈 씨는 자유한국당 중앙위원회 청년분과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2018년 은평구 구의원으로 출마한 바 있다. 당시 이력은 은평시민신문 2018년 4월 29일 '우리 동네 구의원은 누가 될까?' 제목의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백 씨는 논란이 된 24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살리자 대한민국! 문 정권 규탄 집회’ 단상에 올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를 비판하는데 앞장섰을 뿐 아니라, 보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마이크를 잡기도 했다. 지난 7월 14 ‘신의한수’에 '보수를 살리는 애국 청년'으로 출연해 “386세대가 청년의 적”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는 “운동권이었던 기성세대가 사회 기득권을 차지하다 보니 다음 세대가 뛰어넘기가 쉽지 않았다”며 이분법적 사고를 드러냈다. 

현재 대표로 활동 중인 ‘청년이여는미래’는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2011년 설립한 민간단체로 과거 반값 등록금과 무상급식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등 보수 정권의 입맛에 맞는 활동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8년 6월 25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청년이 여는 미래’는  DMZ(비무장지대) 자전거 캠프를 운영하면서 식비와 숙박비 등을 과다하게 지급한 뒤 리베이트를 받는 수법으로 보조금 수백만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기도 했다. 물론, 백 대표가 아닌 신 의원이 대표로 활동 중이던 시기의 일이지만 여전히 두 사람이 정치 활동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백 대표 역시 책임론에선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백 씨의 마이크가 되어준 최초의 매체 역시 변희재 씨가 대표고문으로 있는 미디어워치다. 미디어워치는 24일 저녁 8시 “변상욱 앵커가 광화문 태극기집회에서 연설을 한 청년에게 패드립을 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며 변 대기자를 강하게 비난했다.

조선일보가 25일과 26일 이틀간 총 7꼭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보도하거나 언급했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이틀동안 총 6건을 보도하며 백 씨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했다.

보수 청년을 대변한다는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의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도 목소리를 높였다. 배 위원장은 변 대기자를 향해 “가진 것 없는 아들뻘 청년을 모욕줘도 되겠습니까,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다는데”라며 항의성 글을 올렸고, 신보라 의원 역시 “당신이 비아냥거렸던 그 청년은 대학때 아버지가 급작스레 돌아가시면서 집안의 가장이 됐다”며 백 씨를 옹호했다.

변상욱 대기자, 공격 대상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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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대기자에게 악플을 올리는 이들 중에는 유독 보수정당과 관계가 있거나,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규정한 특정 종교집단 의 종교인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그 이유는 그의 지난 행보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83년 엄혹했던 시기에 한국 최초의 민간 방송국인 CBS에 입사한 그는 '전두환으로 시작해 이순자로 끝나는 그따위 땡전뉴스'라는 표현을 거침없이 냈고,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때는 ‘고문방송은 사라져야 한다‘를 리포트를 냈던 장본인이다. 연차가 쌓이면 얻게 되는 보직이나 경영 관리직을 거부하고 현장의 기자로 남기를 바란 그에게 CBS는 대기자직을 신설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종교 다큐멘터리 ‘신천지에 빠진 사람들’을 총지휘했다.

정론직필에 힘쓰며, 말하는 것처럼 삶으로 살아내려 애쓴 변 대기자의 행보는 후배 기자들에겐 늘 귀감이 됐고, 언론인의 표상처럼 여겨졌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제6회 민주언론상, 2005년 제32회 라디오 보도 부문 한국방송대상, 2015년 제14회 송건호언론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태극기세력이나 특정종교집단에게는 부담스러우면서도 껄끄러운 존재였을 것이다.

백 씨는 변 대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조롱성 글’이라고 주장하는 듯하나, 실상 변 대기자의 속내를 잘 들여다보면 “어쩌다 수꼴 마이크를 잡게 됐나”라는 안타까운 심경이 담겨 있다. '수꼴'은 청년을 지칭한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이 주도한 집회를 지칭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안에서 백 씨의 이력을 살펴보거나 변 대기자에게 반론권을 보장한 매체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조건 ‘꼰대 진보’로 낙인찍고 입에 올리기도 힘든 욕설에 가족 신상까지 털어가며 마녀사냥으로 몰아가는 여론전도 심각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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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유튜브)

변 대기자는 25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SNS에 올린 저의 글이 논란이 되면서 무거운 마음으로 질책의 글들과 반응들을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며 “젊은 세대가 견고한 기득권층의 카르텔 속에서 공정함을 갈구하고 있음을 이해한다고 여겼지만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진영논리에 갇혀 청년들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했다”고 사과를 전했다.

아울러 “이 기회에 청년들의 높은 정치의식과 도덕적 요구를 더욱 마음에 새겨 함께 고민하고 과제를 해결하는데 힘쓰겠다”고도 했다.

그런데 정말 변 대기자는 청년들의 박탈감을 헤아리지 못했던 걸까? <평화나무>가 사과의 의미를 묻자, 변 대기자는 “손은 어른이 먼저 내밀어야죠”라며 사과한 이유를 밝혔다. 그를 아는 지인들 역시 "청년의 박탈감을 잘 이해하는 어른이기에 손을 내민 것"이라고 봤다.  김혜민 YTN PD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변상욱 기자는 내가 아는 어른 중 꼰대가 아닌 손꼽히는 진짜 어른”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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