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대통령’ 혹독한 계산서 받은 민주당

국민의힘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왼쪽)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나경원,이준석, 조경태,주호영, 홍문표 5명의 본선 진출자 명단(가나다 순)을 발표하고 있다. 2021.5.28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황우여 선거관리위원장(왼쪽)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나경원,이준석, 조경태,주호영, 홍문표 5명의 본선 진출자 명단(가나다 순)을 발표하고 있다. 2021.5.28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현상’이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당선으로 귀결된다면 대선을 앞둔 더불어민주당에 매우 불리한 국면이 조성될 것이다. 우선 전제할 것이 있는데, 이 현상은 이준석이 주인공이지만 그의 정치적 흥망성쇠가 본질이 아니라는 점. 다만 4.7 보궐선거 결과를 통해 ‘정치의 효능감’을 맛본 20·30세대 참여 열기에 이준석이 영민하게 몸을 실은 정도. 

멀미 날 정도로 낯선 상황이다. ‘투표장에 젊은이가 많다’라던 4.7 당일 친민주당 내 커뮤니티 글을 기억하는가? 그 많던 젊은이 특히 남성의 60~70%는 오세훈을 찍으러 나온 것임에도 이용자들은 환호한 꼴이다. 이렇듯 과거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 열기는 민주당 등 좌(左) 지향의 정당에 유리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이목이 쏠리는 현상을 단순히 '오세훈 승리'에 따른 ‘허니문 효과’만으로 볼 것인가? 아니다. 4·7 이후 민주당이 20·30대를 대상으로 한 심층 면접조사 결과, 민주당의 이미지는 ‘독단적이며 말만 잘하고 겉과 속이 다른 무능한 40·50대 남성’으로 나타났고, 국민의힘은 ‘돈과 권력을 중시하며 엘리트주의를 가진 50대 후반~70대 꼰대 남성’으로 상징화됐다. 젊은 세대와 국민의힘 코드는 어느 한 지점 변변히 겹치지 않는다. 

그런데 그런 국민의힘에서 자기들의 여망을 대변하는 이준석이 당 대표가 될 상황이다. 이에 환호하는 20·30세대는 ‘어쩌면 공당을 접수할 수 있다’라는 기대마저 품게 됐다. 이는 낡은 시대에 적응된 정치인을 누르고 당당히 대통령 후보가 된 2002년 노무현의 성과 즉 노무현 현상마저 읽힌다. 이런 대반전을, 지난 당 대표 선거에서 보듯 노무현의 모당(母黨)인 민주당에서 기대할 수 없었다. 기실 당 대표 후보 셋 모두 이른바 X86 세대 아니었나?

민주당은 4.7 보궐선거 몰패 원인도 제대로 진단 못 하고 있다. '이준석 현상'의 구심점은 아무래도 20·30 남성 세대이다. 이 남성 세대 상당수는 '반페미니즘'으로 결집해 있다. 이걸 부정하는 이들도 있다. 직업을 불문한 진보 지향의 친페미니즘 인사들이 그렇다. 그들은 몇몇 여론조사 결과를 편취해 왜곡하고 있다. 그런데 4·7 이후 반페미니즘 정서를 계승한 ‘이준석 현상’이 이를 비웃고 있지 않은가. 기실 이준석의 핵심 콘텐츠는 젠더주의 비판 아닌가? 

민주당 진영에서 메시지 기획을 담당해온 유창오 공영홈쇼핑 상임감사는 웹진 '피렌체의 식탁'에서 '이남자'를 이렇게 분석했다.

“첫째, 20대 남자들은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라고 생각한다. (교육과 일자리)
둘째, 20대 남자들은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라고 생각한다. (성 정책 문제)
셋째, 20대 남자들은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에 의해 부당하게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방의 의무와 북한 문제)”

유창오 감사는 게다가 ‘여성이라서 차별받는다’라는 통념이 해체됐다고 진단했다.

“2017년 수능에서 여학생 평균 점수가 남학생 평균 점수보다 높았다. 대학진학률도 2005년에 여자가 남자를 앞지른 이후 계속 차이가 벌어져 2017년에는 여자가 73%지만, 남자는 65%에 불과했다.

20대 고용률도 여자가 60%인데, 남자는 56%였다. (2018년) 특히 청년층이 ‘좋은 일자리’라고 간주하는 관리직·전문직 취업률은 여자 31%, 남자 17%로 차이가 더 컸다. (2017년)”

솔직히 ‘남성 차별 프레임’이라는 아주 고약한 덫에 민주당이 걸려든 것은 아닌가? 반성해야 한다. 내용적 평등과 실질적 공정을 요구한 ‘남성 차별’ 비판자의 목소리를 비웃은 점. 여성 징병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해 “재미있는 이슈”라며 한 귀로 흘린 것 또한. 그래서 억울하기도 힘들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에 따른 혹독한 계산서이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일개 신념일 뿐이다. 견해가 다른 이들이 존재한다면 그 신념을 공공적 영역에서 지배 혹은 주류이념으로 수용할 수 없다. 하지만 ‘페미니스트 정부’ 아래에서 그들은 ‘한남 유충(한국 남자 어린이는 벌레)’ ‘재기해(남성연대 성재기 대표처럼 자살하라)’ 등 극단적 남성 혐오 집회를 옹호하더니, 취업 및 승진 과정에서 차별적 특혜를 독점한 차원을 넘어 이를 제도화하기까지 하는가 하면, 국가 예산은 물론, ‘연계 배분 사업’ 명목으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책정한 지원금을 페미니스트 파티에까지 쓸 수 있도록 배려받았고, 국가 공공 교육장에서 “남성은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라는 주장을 서슴없이 했다. 과연 이것이 성평등을 지향하는 세력의 행동이며, 성평등 사회로 가는 과정인가?

이준석 현상은 그래서 국민의힘은 물론 집권여당 민주당도 겨냥한다. 대권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장유유서(長幼有序)’ 발언이 왜 맹폭을 받았는지 정작 정 전 총리 본인은 잘 모르고 있는 듯 보인다. 특히 페미니즘을 강요하는 구조에서 단 한마디의 이견도 내지 않은 본인이 이준석 현상의 출발점인 ‘낡은 정치’의 한 축임도 모른다. 페미니즘 이슈와는 무관하지만,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본선에서 맞붙게 되는 나경원 주호영 두 전 원내대표도 ‘이준석 배후’ 따위를 의심하고 있다. 이준석이 그 배후의 꼭두각시라는 의미이리라. 과연 이준석이 그렇게 커왔나? 두고 보면 알겠지만, 이는 이준석을 도와주는 것이다. 스스로 ‘낡은 정치인’임을 인증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현상은 여성의 이준석 지지도 급상승 추이라는 점.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미래한국연구소가 여론조사기관 PNR (주) 피플네트웍스에 의뢰해 5월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준석은 남성의 28.8% 지지를 얻어 지난주(25.2%)보다 올랐는데, 여성은 이보다 적은 24.7%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난주(15.6%)보다 9%P 상승했다. 단순 밴드웨건 효과인가? 아니다. 이준석 현상은 페미니즘이 주류가 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이 남성만이 아닌 여성에게 폭넓게 동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능력에 비해 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틈을 파고드는 이들은 ‘여성운동가’이다. 그런데 이 ‘여성운동’의 수혜는 보편적 여성의 몫이 아닌 듯 보인다. 어떤 페미니스트의 “고위직 여성만이라도 여성할당제를 적용하자”라는 말에서 상징되듯 여성운동의 권력 지향성은 여성의 일상과 갈수록 이격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4.7 선거 패인을 분석하는 와중에도 페미니즘의 피읖도 이야기 못 하고 있다. 이준석을 더러는 ‘괴물’이니 ‘백래시의 표상’이니 하는 모양이다. 파시즘이라는 괴물이 불평등과 불공정에서 비롯됐듯, 페미니즘을 진리 수준으로 격상시키고 이에 대한 비판을 모두 반동으로 규정하다가 ‘여성주의 권력’이 마침내 불평등 불공정의 상징이 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당 대표가 남성 권익옹호 단체 대표가 아닌 이상, 책임 있는 견제 세력으로서 또 수권 가능한 대중 야당으로서의 가능성과 기능성을 모두 담보한 정당으로 국민의힘을 견인할 정치력과 철학을 가졌는지 이준석에게 점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 이준석과 무관하게 ‘이준석 현상’이 갖는 비정상성도 돌아본다. ‘이준석 현상’의 비정상성 팔 할이 페미니즘이 장악한 사회와 이에 맹목적으로 동조하는 여당의 비정상성에서 온 것임도 짚어본다.

김용민 시사평론가/평화나무 이사장 
김용민 시사평론가/평화나무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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