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예장통합) 총회가 23일부터 26일까지 포항 기쁨의교회에서 열린다. 

총회 첫 날, 기쁨의교회 주변에는 오전부터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평신도연대)의 현수막이 걸렸다. 

"명성교회 만세"를 외치는 명성교회 남선교회와 예장통합정체성과교회수호연대(예정연) 회원은 물론 포항건강한가정지킴이연대의 '문재인하야천만인서명운동' 부스까지 설치돼 일대 혼란을 가져왔다. 포항건강한가정지키기 연대는 전광훈 씨(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의 설교 녹음을 틀어놓기도 했다.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총회장 앞을 찾은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특별한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신경전은 팽팽했다. 본격적으로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정상규 평신도연대 실행위원과 확성기를 든 명성교회 측 남성이 서로 날을 세웠다. 분위기가 고조되자 경찰은 둘을 떼 놓기도 했다. 

명성교회 측 집회 참가자 100여 명은 "총회는 교회의 기본권을 보장하라", "담임목사 청빙은 우리들의 권한이다"라고 소리쳤다. '마귀들과 싸울지라' 찬양을 목청 높여 부르기도 했다. 

평신도행동연대와 10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는 '세습반대' 집회에 참석한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들의 <교회를 교회 되게 하소서> 찬양 소리는 물론, 기쁨의교회 앞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전광훈 씨의 설교조차 묻힐 정도였다.

총회 총대들이 버스를 타고 등장하자 명성교회 측 시위대는 막았던 길을 열어 총대들을 맞아주었다. 총대 위원들에게 "총대님들 사랑합니다", "우리 명성교회 잘 봐주십쇼"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모습도 포착됐다. 

명성교회는 총회 자료집의 표지와 색상, 글씨체까지 본따 자체 제작한 책자를 나눠주기도 했다. 명성교회 측이 나눠준 책자에는 '재심은 '불법''이라거나 '담임목사 청빙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선정'이라는 주제의 글 등 명성교회와 예정연의 입장이나 명성교회의 사역 규모 등이 적혀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4회 총회 회의안 및 보고서」(왼쪽)와 명성교회 측이 배부한 「제104회 총회 총대님께 드립니다」(오른쪽)
「대한예수교장로회 제104회 총회 회의안 및 보고서」(왼쪽)와 명성교회 측이 배부한 「제104회 총회 총대님께 드립니다」(오른쪽)

한편, 총회 보안팀은 피켓이나 유인물 등을 들고 진입하는 집회 참가자들의 출입을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명성교회 세습 반대 피켓을 들고 있던 교회개혁실천연대 회원들과는 마찰을 빚는 일도 발생했다. 개혁연대 회원들이 겨우 총회장 안으로 진입했으나,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집행 및 세습금지법 수호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집행 및 세습금지법 수호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이 23일 포항 기쁨의 교회 앞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평화나무)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명성교회세습철회를위한예장연대·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장신대신대원신학과학우회·장로회신학대학교총학생회·평화나무가 공동 주최한 ‘명성교회 세습 무효 판결 집행 및 세습금지법 수호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이 오후 1시 30분경 총회 현장 입구 포토존 앞에서 시작하자, 현장에 있던 누군가가 어딘가로 다급히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명성교회 측 집회 참가자 20명 이상이 나타나 기자회견단과 취재진 사이를 가로막았다. 명성교회 측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육탄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총회 보안팀이 나서 충돌을 막아보려 했으나, 곳곳에서 고성이 오갔고 욕설도 들렸다. 

기자회견단을 밀치며 들어오는 명성교회 측
기자회견단을 밀치며 들어오는 명성교회 측

명성교회 측은 기자회견 참가자들을 한 명씩 둘러싸고 소리치거나 밀쳤고, "보안팀이 막았는데 거짓말로 총회장 안으로 진입했다"며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보안팀장에게는 "(불법 세습을 주장하는) 집회 참가자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카메라 앞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라"고 생떼를 썼다. 결국 기자회견은 파행됐다. 소란한 상황은 30분 가량 더 이어졌다. 끝내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물러나자, 명성교회 측은 한동안 인간 띠를 두르고 기자회견 참가자들의 출입을 막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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