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왼쪽]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오른쪽]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출처=[왼쪽]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페이스북, [오른쪽]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페이스북

[평화나무 김준수 기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자녀 문제로 연일 신문 1면을 장식하고 있다.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한 문제제기라면, 후보자 본인도 낮은 자세로 경청해야겠지만 주요 언론조차 최소한의 확인도 없이 의혹만을 부풀리고 있어 국민들의 피로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여기에 극우 유튜버와 야당을 중심으로 악의적으로 왜곡된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있다. 연일 맹공을 가하고 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녀 문제는 없을까.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 문제 논란을 계기로 일부 의원들의 유별난 자식 사랑을 정리해봤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6월 20일 숙명여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미래와 꿈’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자신의 아들이 대기업 입사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스펙으로도 취업했다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했다.

황 대표는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 내가 아는 청년이 학점도 엉터리, 3점도 안 되고 토익은 800점 정도 되고 다른 스펙이 없다”며 “졸업해서 회사 원서를 15군데 냈는데 열 군데에서는 서류심사에서 떨어졌고, 서류를 통과한 나머지 다섯 군데는 아주 큰 기업들인데도 다 최종합격이 됐다”고 했다.

이어 “이 친구가 고등학교 다니면서 영자신문반 편집장을 했다. 그다음에 동생과 인터넷으로 장애 학생과 장애 없는 학생들이 친구 맺게 하는 것을 했다”며 “보건복지부 장관상도 받고 그랬다. 축구를 좋아해서 대학 때 조기축구회를 만들어서 리더가 됐다”고 치켜세웠다.

황 대표는 “입사 면접시험을 볼 때 스펙이 영어는 (토익 점수가) 800점 정도로 낮지만 이런 것들이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합격했다는 것”이라며 “면접, 심층심사를 해보니 되더라는 것이다. 그 청년이 우리 아들”이라고 했다.

여야4당이 한 목소리로 ‘황 대표의 아들인 게 스펙’, ‘청년들의 상처에 생소금을 뿌리고 있다’, ‘현실을 너무 모르는 무개념의 언사’라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가 아들의 스펙을 정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황 대표는 6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았던 아들은 그 후 학점 3.29, 토익은 925점으로 취업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특강에서 발언했던 ‘학점 3.0 이하, 토익 800점대’도 사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어 “아들 일화로 보다 가깝게 다가가려고 얘길 한 것인데 그것도 벌써 8년 전이고, 청년들이 요즘 겪는 취업 현실은 훨씬 더 힘들고 어려워졌다”면서 “내가 이야기하려고 한 핵심은 비록 현재 점수나 스펙이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는 일들을 시도해보면서 얼마든지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고 자신의 꿈도 또한 이룰 수 있다는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황 대표 아들, 입사 1년 만에 법무실로 이동

법무부장관 취임 시기 맞물려…특혜 채용 의혹 증폭

해명까지 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커져갔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채용 청탁이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3월 KT새노조가 추가로 제기한 황 대표 아들의 특혜 채용 의혹도 재점화됐다.

연세대학교 법학과 출신인 황 대표의 아들은 2001학번으로 졸업 후 고시 공부를 하다가 돌연 2012년 1월에 KT에 입사했다. 문제는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황 대표의 아들이 불과 1년 만인 2013년 1월에 법무실로 배치됐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황 대표가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후 대형 포럼 중에 하나인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3년 1월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시기와 맞물려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KT새노조는 황 대표의 아들 스펙 발언이 논란이 되자 이튿날인 21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황 대표의 아들은 2012년도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1년 만에 법무실로 배치됐는데, 어떻게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그가 법무실로, 그것도 입사 2년차에 발령 날 수 있었는지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며 “KT 이석채 회장 등이 당시에 배임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점이다. 아버지는 수사를 하는 쪽에, 아들은 수사를 받는 기업의 법무실에 있는 기이한 구도가 만들어 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성태 의원의 딸 당시 채용 비리로 KT 전 회장 등이 재판받는 상황에도 여전히 청탁자인 김 의원은 기소조차 되지 않고, 마찬가지 의혹을 받은 야당 대표는 아들의 취업 얘기를 청년 앞에서 자랑스럽게 하고 있다”며 “이러한 한국의 현실에 비애를 느낄 청년들에게 KT새노조는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고작 4개월 활동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이뿐만이 아니다. 2001년 황 대표의 아들과 딸이 동시 수상한 보건복지부장관상 논란도 불거졌다. 4개월 활동한 이력만으로 수상해 이례적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황 대표가 언급한 보건복지부장관상은 장애인먼저 실천중앙협의회가 주최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한 ‘제6회 장애인먼저 우수실천단체 시상식’이다. 당시 시상식에서는 적십자상, 우수실천단체상, 보건복지부장관상 시상이 진행됐다.

황 대표의 아들과 딸이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이유는 ‘장함모(장애인과 함께하는 모임)’를 운영한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이 사이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친구로 연결해주는 활동을 주로 했다. 사이트를 정식 오픈한 시점은 2001년 7월로 불과 4개월만의 활동만으로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이 결정된 것이다.

황 대표의 딸이 장함모에 올라온 글을 엮어 출판한 <우리 친구할까요?>를 살펴보면, 2004년 12월 기준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친구로 맺어준 사례는 10건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7월 21일 경향신문의 단독보도에 따르면, 장함모는 2005년 9월에서 10월 사이에 서비스를 완전히 중지한 것을 알 수 있다. 2005년은 황 대표의 딸이 대학에 진학한 후 1학년이었던 시점이다. 단순히 봉사활동을 위한 사이트 운영이 아니라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은 아니었는지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결국 황교안 대표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은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서울남부지검은 6월 30일 청년민중당이 황 대표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김성태 의원 딸의 KT 부정채용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는 특수수사 전담부서인 형사6부(김영일 부장검사)에 배당된 상태다.

나경원 의원, 자녀 입학위해 없던 전형까지 만들었나

나 의원 딸 입학 이후 더 이상 장애인 입학생 없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황 대표와 함께 자녀의 부정입학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나 의원의 딸 부정입학 의혹은 2016년 3월 뉴스타파의 집중보도로 세간에 알려졌다. 뉴스타파는 3월 17일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딸 김모 씨가 지난 2012년 성신여대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생했지만, 학교 측이 이를 묵인하고 특혜를 줘 결국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어 “나경원 의원 측근들이 성신 학원 분쟁에서 비리 의혹을 받는 심화진 총장을 위해 일정 역할을 했다”며 “심 총장은 정치적 뒷배를 자신의 입지 구축을 위해 활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나 의원의 딸은 2011년 10월 성신여대 수시 1차 모집에 응시했다. 장애인 전형이 도입된 첫해로 정원외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으로 현대실용음악학과에 지원했다.

당시 성신여대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40%)와 면접(60%) 점수를 더해 합격 여부를 판단한다. 지원자 21명 중에 나 의원의 딸을 포함해 3명이 선발됐다. 현대실용음악학과에선 나 의원의 딸만이 유일하게 합격했다. 나 의원의 딸이 장애인 전형으로 입학 이후로는 해당 학과에서 더 이상 장애인 입학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공교로운 점은 또 있다. 한나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하던 나 의원은 당시 여권 최고 실세였다. 나 의원은 장애인 전형이 도입되기 전인 같은 해 5월, 특강을 위해 성신여대를 방문했다. 나 의원이 심화진 총장에게 ‘성신여대와 같은 큰 대학에 장애인 전형과 같은 입시가 없는가’라고 발언한 이후 장애인 전형이 처음으로 도입됐다고 성신여대 자체 감사에서도 밝혀졌다.

부정입학 정황을 뒷받침해주는 증언도 나왔다. 나 의원의 딸을 면접 심사했던 이재원 성신여대 정보기술(IT)학부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면접에서 김 씨가 ‘저희 어머니는 어느 대학을 나와서 판사 생활을 몇 년 하시고, 국회의원을 하고 계신 아무개 씨다”라며 “마치 우리 엄마가 이런 사람이니까 나를 합격시켜 달라는 말로 들렸다. 김 씨가 지적 장애가 있는 걸 감안하더라도 부정행위는 부정행위”라고 밝혔다.

면접 심사위원장을 맡은 실용음악학과장 이병우 교수가 나 의원의 딸을 적극 두둔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저 친구가 장애가 있다. 그래서 긴장을 하면 평상시 자기가 꼭 하고 싶었던 말만 하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 거니까 이해해주자”고 말했다고 한다.

나 의원의 딸의 실격 사유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력 정치인의 자녀가 아니었다면 상상도 할 수도 없는 ‘배려’도 있었다.

뉴스타파는 “실기 면접에서 드럼 연주를 준비한 김 씨는 반주 음악(MR)을 틀 장치가 없어 연주를 하지 못한 채 면접 시간을 넘겼다”며 “이에 이병우 교수는 면접장에 나와 있던 교직원들을 시켜 카세트를 수배했고, 25분여 뒤 김 씨의 실기 면접을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성신여대 실용음악학과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은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시험 볼 때 미리 제출하는 MR의 파일 형태가 지정돼 있으며, 만약 오류가 나거나 플레이가 안 될 경우 혼자 연주를 하던지 아니면 퇴장당한다”고 했다.

물심양면으로 나 의원의 딸을 지원한 이병우 교수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나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던 2013 스페셜 올림픽에서 음악 감독으로 활동한 것이다.

 

나 의원 “정상 입학을 특혜로 둔갑시켜…책임 묻겠다”

1심 이어 2심도 “부정입학 의혹 보도 허위 아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나 의원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나 의원은 “제 아이는 정상적인 입시 절차를 거쳐 합격했다”며 “당시 다른 학교 입시전형에도 1차 합격한 상황에서 성신여대에 최종합격해 그 학교를 택했을 뿐이다. 이를 특혜로 둔갑시킨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성신여대 측도 “사실이 아니다. 더 이상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했다.

‘나경원 의원 딸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기자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서정현 판사는 2017년 9월 8일 “정보통신망법 상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보도 내용이 허위여야하고 기자는 그 내용을 보도하면서 허위임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일부 단정적으로 보도한 부분 외의 나머지 주요 내용이 허위라고 볼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애인 전형이 있는 다른 대학에서 응시생이 신원을 노출할 경우 부정행위로 간주해 실격처리한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부분과 반주가 필요한 경우 수험생이 준비해와야 한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부분은 허위사실에 해당한다”면서도 “이를 제외한 나머지 보도부분은 그 주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합치된다고 보이고, 부정행위 내지 부정입학이라고 표현한 부분은 다소 과장되거나 아니면 사실이 아닌 평가로 볼 여지가 상당하므로 이를 허위의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뉴스타파는 “장애인전형과정에서 실기가 없었다는 성신여대 측의 설명과는 달리 실기시험이 있었다는 점도 법원이 인정했다”며 “다만 실기시험에서 학생이 사전에 반주음악을 준비해야한다는 조항이 장애인전형 모집 요강에 없었기 때문에 부정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판결로 확인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성신여대 장애인 특별전형과정이 급박하게 도입됐다는 점 ▲나 의원의 딸이 입학한 2012학년도 이후에는 장애인특별전형으로 실용음악학과 학생을 선발하지는 않았던 점 등이다.

여전히 의혹으로 남은 부분도 있다.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학생들의 성적이 공개됐는데, 나 의원의 딸은 21명 중 학생부 성적이 가장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최종 합격자인 3명에 포함됐다.

면접 점수에서 부족한 학생부 성적을 채웠다는 것인데,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나 의원의 딸이 면접 점수를 잘 받은 것은 사실이다. 다른 지원자들의 면접 점수 평균이 70점대이고, 점수도 각자가 달랐던 반면, 나 의원의 딸은 면접위원 4명이 한 마음이라도 된 듯이 모두 같은 점수인 98점을 부여했다.

재판부는 2심도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이성복 부장판사)는 2018년 7월 19일 “어머니의 신분에 힘입어 특별한 혜택을 받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나경원 국회의원과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 그리고 당시 면접을 봤던 이병우 교수는 공적인 존재로 볼 수 있고, 대학교 입학전형은 공적인 관심사항이므로 사적인 영역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사적인 영역에 대한 보도와는 심사기준을 달리해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2012학년도 성신여자대학교 현대실용음악학과 장애인 전형은 장애를 가진 학생들 사이의 경쟁으로 유독 한 명에게만 베풀어진 편의와 관대함이 다른 장애인 학생의 탈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머니의 신분에 힘입어 특별한 혜택을 받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성신여대 감사 결과 “장애인 전형 신설 과정, 명백한 규정 위반” 결론

2심 판결에 앞서 성신여대도 2017년 12월 내부 감사위원회를 구성해 4개월 동안 자체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위원회는 장애인 전형 신설 과정을 명백한 규정 위반으로 결론을 내렸다. 또 나 의원의 딸과 함께 응시한 장애인 학생들에게 동등한 시험조건을 제공하지 않아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나 의원의 딸의 부정입학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보도에 대해 경고 제재를 내린 것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도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박형순)는 2019년 2월 27일 뉴스타파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를 상대로 낸 경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지난 2016년 4월 심의위원회가 뉴스타파에 내린 경고 처분을 취소한다”고 밝히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자녀 문제가 시사하고 있는 바는 명확하다. 자유한국당이 문제 삼고 있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자녀들과 관련된 의혹들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제 얼굴에 침 뱉기인지 말이다.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자녀 문제를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고 최소한의 도리와 염치를 아는 정치인들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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