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전광훈, 목사 아냐" 선 긋기
한국교회언론회·에스더기도운동 등 참여

[평화나무 박종찬 기자] 개천절인 10월 3일 서울 시내는 정치·종교권의 대형 집회로 붐볐다. 세종문화회관 앞에서는 자유한국당(황교안 대표) 주도의 ‘文정권 헌정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투쟁’ 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는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총괄대표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총괄본부장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집회가, 시청역 앞에서는 전국17개광역시도 226개시군구 기독교연합회에서 주관하는 ‘국가를 위한 한국교회 기도의 날’(운영위원장 임영문 목사)가, 그리고 우리공화당(조원진 대표)이 주도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집회가 서울역, 시청 앞,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며 열렸다. 이외에도 군소 보수 단체들과 대학 단체들이 집회를 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교회 기도의 날' 포스터
'한국교회 기도의 날' 포스터

‘한국교회 기도의 날’ 연합 기도회는?
이중 ‘한국교회 기도의 날’ 연합 기도회는 앞서 취지문에 “국가적으로 위기 상황입니다. 누가 평화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하나님께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좋은 친구로 주셔서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 좋은 환경이 깨어지고 무너지고 있습니다”라며 참가를 호소했다. “외교는 대한민국이 세계 3류 국가로 내려가고 있습니다. 안보와 국방은 매우 불안해합니다. 교육은 전교조가 장악한 이후 이념, 의식화교육 등 참담한 교육환경으로 변했습니다”라고 위기를 강조했다.

그러는 한편 홈페이지 공지사항 <한국교회기도의날 행사는 자한당과 관련없습니다> 게시물에는 “당일 기도회에서는 태극기를 들지 않습니다”라며 정치색을 배제한 듯한 내용을 실었다. 다른 공고에는 ‘국가적 위기’를 강조하며 ‘기도할 때’를 촉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한 지역 기독교연합회에 속한 목회자는 참가 목적을 “나라에 대해 불편한 부분을 표현하기보다 교회가 먼저 정신 차리고 하나님 앞에 돌아보아 회개해야 하는 취지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취지문의 “교회 내부의 문제만 보더라도, 윤리부재, 신학실종, 거룩성 상실, 성경의 권위 추락, 지도자의 신행불일치, 개교회주의, 세속주의, 인본주의 및 물질주의 경향들과 전도의 길이 막혀 있어서 교회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일부 내용과도 상통한다.

9월 22일 은혜와진리교회에서 '역할분담'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며 '한국교회 기도의 날' 참여를 독려하는 조용목 목사(한국교회연합기도회 유튜브 갈무리)
9월 22일 은혜와진리교회에서 '역할분담'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하며 '한국교회 기도의 날' 참여를 독려하는 조용목 목사(한국교회연합기도회 유튜브 갈무리)

하지만 정치색을 띤 참가자들이 보여 의혹을 샀다. 홈페이지는 은혜와진리교회 조용목 담임목사의 설교 영상을 올리며 기도회 참가를 홍보했다. 뉴스앤조이 기사에 따르면 조 목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기각 시위와 태극기 집회에 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했으며,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된 태블릿 PC도 최순실 씨의 것이 아니라는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은혜와진리교회의 한 지교회에서는 한 청년이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가 제명되기도 했다.

'한국교회 기도의 날'을 홍보하는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한국교회연합기도회 유튜브 갈무리)
'한국교회 기도의 날'을 홍보하는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한국교회연합기도회 유튜브 갈무리)

홍보 영상을 촬영한 이들 중에는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도 있었다. 한겨레는 2018년 연재 탐사 보도로 에스더기도운동을 ‘가짜뉴스 공장’으로 지목했다. 연재에 따르면 에스더기도운동에서는 정치성을 띠고 사실 왜곡·과장된 ‘가짜뉴스’를 양산하여 카카오톡 등에 유포해왔다. ‘댓글 부대’ 운영으로 부정 선거 개입을 하여 2013년 최종 사법 처리된 ‘십자군 알바단’ 윤정훈 목사도 에스더기도운동 관련 인물이었다.

전광훈 측, 연합 기도회 비난
한편 같은 날 광화문 집회를 여는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시청역 앞에서 열리는 해당 집회를 불편해했다. 전 대표회장은 9월 28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여 “좌파, 종북주의자들이 노리는 게 뭐냐? 우파 분열이다. 기도를 하면 나보다 더하냐? 당신들이? 40일 금식기도도 안 한 놈들이 지금 와서 기도한다고 떠든다. 분리하는 것은 마귀다. 10월 3일은 기도한 것을 집행하는 날이다. 하나님이 앉으라 할 때 서 있거나 걸으면 죄다”라며 ‘한국교회 기도의 날’ 연합 기도회를 ‘우파 분열’이라며 비난했다.

‘한국교회 기도의 날’을 홍보하는 한국교회연합기도회 유튜브 영상들에도 “한기총 주최 범국민운동본부 방해하는 건가요? 하나로 연합해서 해야죠. 깨어 있는 성도는 광화문 이승만 광장으로 갑니다”, “여기는 가짜입니다! 이승만 광장에서 모여야 해요”, “한국교회는 모두 광화문 이승만 광장으로 모여야 합니다. 함께하지 않는 지도자들과 성도님들은 성령의 역사를 거스르는 것입니다”, “분열, 훼방시키려고 같은 날 따로 다른 곳에서 또 하는 겁니까?” 등의 댓글이 달렸다. 페이스북에서는 “광화문 모임을 배신한 자들”, “분탕질”이라는 비방도 보였다.

이러한 댓글들에 한국교회연합기도회 유튜브 관리자는 “광화문서도 애써 주시기 바랍니다. 역할분담입니다.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니 잠잠해야겠습니다”라고 반응했다. '역할분담'은 조용목 목사가 9월 22일 은혜와진리교회에서 '한국교회 기도의 날' 참가를 독려하며 한 설교 제목이다.

임영문 운영위원장이 말하는 교회의 본질
기도회 하루 전인 10월 2일 임영문 운영위원장과 통화할 수 있었다. 임영문 위원장은 인터뷰 내용을 공적인 입장이 아닌 개인의 의견이라고 하였다.

임 위원장은 “광화문에서 하는 전광훈 목사 집회는 물론 기독교인들이 많겠지만, 기독교·불교·천주교도 다 섞여 있고, 반정부 쪽이다. 우리는 전국 17개 광역시·도 226개 시·군·구 기독교 연합의 자발적인 모임으로, 반정부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주말마다 세종로나 광화문, 시청 광장에서 우파 정치 단체들이 반정부 (활동을) 하고 있는데, 교회가 반정부 (활동을) 하면 그들하고 다를 게 없다. 교회의 본질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다만 “개인적으로 반정부 (활동을) 하고 싶지만, 그러면 세상 앞에서 교회가 완전히 떨어진다. 전도적 환경이 완전히 무너지는 거다”고 덧붙였다. “(기도회를 준비하며) 전국의 목사들과 6번에 걸쳐서 모임을 가지면서 반정부 하자는 목사들이 많았다. ‘기도만 해서 되겠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들어가야 한다’, ‘끌어내려야 한다’고 과격한 분들이 있었다. 하지만 객관적인 목사들이 동의하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다시 “나는 현지 교회를 담임 목회하는 목사인데, 너무 나라가 어렵고 (정부가) 하나님 말씀의 진리가 훼손되는 법이나 조례들을 자꾸 제정해서 교회들을 피곤케 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자유 대한민국이 사라지잖는가? 예전에는 이 정도면 교수들이나 지식인들, 종교계가 다 일어났을 거다. 아닌 걸 아니라고 해야 하는데, 지금은 배가 불러서 젊은이들도 그렇고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아닌 걸 기대하는 세상이 되어 있다”고 시국을 판단했다. “교회가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자발적으로 나섰다. 전국 17개광역시도 기독교 연합 회장단과 사무총장단이 다투면서까지 논의와 토론을 충분히 했다. 결론은 교회는 반정부 하면 안 되고, 순수하게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하나님께서 이 나라를 불쌍히 여겨달라고 구하자는 것이다. 와 보면 알겠지만 데모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 회개해야 하지만…
임 위원장은 회개의 내용을 “한국 교회가 사명을 감당하지 않고, 하나님 은혜를 잊은 채 배불러서 교회를 위한 교회만 생각했지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기 교회만을 위한 개교회주의와 교인 늘리기에 혈안에 되어 있었다. 개척 교회 목회자들에게 대형 교회에 대한 반감은 북한에 대한 반감보다 더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잘하는 교회도 있고 구제나 사회 사업은 어느 단체보다도 기독교가 많이 하지만, 보편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기본 정신을 잃어버렸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교회 안에서만 교인을 가둬놓았다. 우리는 너무 우리만 생각했다”고도 말했다.

최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김태영 총회장) 총회에서 있던 명성교회의 사실상 세습 인정 결의에 대해 묻자, 그는 “통합 측 교단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세습은 함부로 할 수 없는 거다. 1대 목사가 영향을 끼쳐 교인들과 관계없이 인위적으로 교회를 물려주는 것은 세습이라고 본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장로교회는 당회가 있고, 당회 결의가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당회 결의가 되면 집사들 이상 직분자가 모이는 제직회 결의를 받아야 한다. 최종 결의는 교회에서 정회원인 세례 교인 이상이 모인 공동회에서 3분의 2 이상 투표를 받아야 한다. 만약 그렇게 거쳤다면 세습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더하여 “(통합 측) 총회 헌법은 잘 모르겠다. 그동안 세습을 해서 문제를 일으킨 교회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교회를 힘들게 하기 위해서 어떤 부류들이 세습이라고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고 말을 이었다. “중앙 집권적인 불교나 천주교는 잘못이 감춰질지 모르지만, 교회기 때문에 허물이 잘 드러나는 것은 정말 교회가 지향하는 힘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서 교회를 무너트리려는 세력과 정치인들이 많다”고도 했다.

임 위원장은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였다. “우리가 세금을 안 내고 싶어서 안 낸 게 아니잖은가? 세금 낼 길이 없어서 안 냈다. 세법이 제정되면 당연히 국민의 의무로 납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광훈, 목사 아냐”
한편 임 위원장은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에 대한 발언도 이었다. “전광훈 목사가 (연합 기도회를) 폄하하고 사실과 관계없는 거짓말을 했다. 우리가 얼마든지 신문에 반박문을 내거나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지만 인내하고 있다. 나는 정치꾼도 아니고 전광훈 목사 같은 야망 있는 목사가 아니다. 보수 단체들은 가만히 있는데 기독교 단체를 이끈다는 전광훈 목사나 서경석 목사 같은 분들이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모른다. 기도하자는데 뭐 때문에 반대를 하는가? 그들에게는 순수하지 않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본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 사람들이 목숨 걸고 나서서 참 귀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전광훈) 유튜브를 보고 알았다. 미안하지만 목사로서 내가 볼 때는, 그들은 목사가 아니다. 목사가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깡패가 그런 말을 한다.”

어떤 거짓말이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가 돈 끌어모으려고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는 헌금하자고 한 적이 없다. 각각 목회하는 분들이 헌금 모아서 뭐할 건가? 5명의 운영위원회와 10여 명의 기획위원회가 공식적인 회의를 진행했는데, 한 번도 헌금을 걷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또한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 주도의 광복절 광화문 집회에 구경을 간 적이 있다며 “헌금을 할 상황이 아니었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관리도 안 되는 거기서 어떻게 헌금을 하나?”고 이번 연합 기도회에서 헌금 시간을 갖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당시 전광훈 대표회장은 헌금 시간을 “여러분들이 가장 기뻐하는 순간”이라며 “부도 나게 생겼으니 정성껏 헌금해달라”고 요청했었다. 이번 10월 3일 광화문 집회에서도 전 대표회장은 “가장 기쁜 시간이 돌아왔다”며 “헌금하는 시간”이라고 밝게 말했다.

“에스더기도운동, 건전한 단체라고 생각”
에스더기도운동의 참여에 대해 묻자 임 위원장은 “전국에서 목회를 하는 분들이 (따로따로) 오고, (행사 진행은) 아마추어다 보니까 메인으로 찬양 인도도 하고 도와줄 단체를 찾다가 에스더기도운동이 섬기겠다고 의사를 표현해서 감사하다”고 답했다. 에스더기도운동의 정치성과 이단성에 대한 우려에 대해 묻자 그는 “한국 교회와 신학교, 교단이 이단을 너무 쉽게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생각을 밝혔다. 이어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면 이단이라고 할 수 있는가? 보통 어려서부터 교회 생활을 통해 교회관과 신관이 잡혀야 하는데, 요즘은 늦게 부름을 받고 신학대학원에서 3년 공부하고 목회하는 분들이 많다. 그렇다 보면 어떤 사람은 전도 쪽으로, 어떤 사람은 교육 쪽으로, 이렇게 치우칠 수 있다. 치우친 방향성으로 볼 때 조금 어긋난다고 해서 이단으로 정죄하는 일들을 많이 본다. 신천지 같이 삼위일체를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신이라는 경우는 이단이지만, 연약하고 신학적 배움이 부족하거나 정리가 안 된 사람들을 이단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 같은 경우는 평신도 장로이자 교수로서, 하나님께 받은 은사와 선교적 열정으로 (지역) 교회가 하지 못하는 부분을 파라 처치(병행 교회. 지역 교회와 더불어 사역하는 선교 단체, 의료 및 복지 기관 등을 말한다)에서 보완하는 건 참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알기로 목사님들도 다 에스더기도운동을 건전한 단체로 알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에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 박형택 소장은 “자신들은 부인하지만, 에스더기도운동은 신사도 운동과 관련이 있다.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사도 운동은 ‘직통 계시’, ‘성서 해석의 오류’, ‘복음의 본질 왜곡’ 등의 이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한국기독교장로회,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총회 등의 주요 교단에서 도입·참여·교류 금지, 불건전 운동, 예의 주시 등의 결의를 받았다.

개천절 당일, ‘한국교회 기도의 날’은
시청역 내부에서부터 형광 조끼를 입은 청년들이 안내를 하고 있었다. 시청역 일대에 대형 화면과 스피커가 설치되어 기도회를 중계하고 있었다. 시청 광장 왼편 도로에 설치된 메인 화면과 타워 스피커 앞뒤로 사람들이 가득했다. 특별한 자리 없이 도로 바닥에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중장년과 노년층이 대부분이었지만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간간이 외국인들도 보였다. 참가자들 중에는 기도회장 주변 다른 단체에서 나눠준 '문재인 퇴진', '자유 혁명' 피켓을 들거나 바닥에 깔고 앉은 사람들도 있었다.

협력 기관들은 어떤 곳인가 살펴보니
12면의 순서지 사이에는 결의문이 속지로 끼워져 있었다. 순서지 1면 하단에 협력 기관으로 여러 단체들이 나온다. 마지막에는 사)한국교회언론회가, 처음에는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가 적혀 있다. 뒤이어 등장하는 사)대한예수교장로회연합회, 사)대한예수교장로회총연합회, 사)세계개혁교회연합회, 사)한국개신교교단협의회, 사)한국개혁교단협의회, 사)한국기독교교단협의회, 사)한국기독교개혁교단협의회, 사)한국기독교보수교단협의회 등 8개 단체는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를 구성하는 기관이다. 조용목 목사가 대한민국기독교연합기관협의회의 대표회장을 역임했다.

이어 에스더기도운동이 올라 있고, 서울기독청년연합회는 에스더기도운동과 함께해온 단체다.

바른인권위원회(충남)와 교회를 사수하는 연합은 지난 4월 박서영 법무사와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강사로 시국강연회를 열었다. 자유대한민국바로세우기 공동대표인 박서영 법무사는 작년 6월 한기총 청소년위원회 동성애 관련 전문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유튜브 하야뉴스에 고정 출연해 정교 분리, 동성애, 국가 안보 등의 주제로도 강연을 하고 있다. 박찬주 전 대장은 부부의 '공관병 대상 갑질' 사건과 뇌물 수수 의혹의 당사자이다.

기도회에 참석한 한국교회언론회 인사들
시작 즈음 임영문 위원장은 “거짓으로 사실과 관계없는 뉴스들을 내보내서 기도회를 하지 못하도록 어둠의 세력이 얼마나 방해했는지 모릅니다”라며 전광훈 측의 훼방을 의식한 발언을 했다. 하지만 맑아진 날씨에 “한국 교회 성도들의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하시고, 이 자리에 하나님이 함께하는 줄 믿”는다며 진행을 이었다.

임 위원장은 “(전광훈 측의) 거짓 방송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참석했다며 조용목 목사와 이억주 목사를 소개했다. 조 목사는 한국교회언론회(유만석 대표)의 고문을, 이 목사는 대변인과 공동대표 및 이사를 맡고 있고, 한국교회언론회는 ‘한국교회 기도의 날’의 후원 계좌를 담당하고 있다.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표창장 위조 의혹을 제기했다가 학력 위조 역풍을 맞은 최성해 동양대학교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다.

한국교회언론회 이사로 있는 김봉준 목사의 시작 기도를 마치고, 다시 마이크를 잡은 임영문 위원장은 “누구를 비판하거나 정부에 대항하지 아니하고,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가 교회로서의 사명을 감당하지 못하고 하나님의 은혜를 잊고 살았던 연약함 때문에 한국 교회를 훈련시키기 위해서 한국 교회의 위기를 허락한 줄 믿는다”며 “우리가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부르짖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개회 선언은 윤보환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직무대행이 하였다. 이어 2017년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을 역임한 김선규 목사가 개최 취지문을 발표했다. 김선규 목사는 지난 6월 일요TV와의 인터뷰에서 “전광훈 목사의 주장과 신앙의 노선은 건강하지 않다”, “전광훈 목사에게 정치적인 야욕이 보인다. 많은 기독교인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발표된 개최 취지문은 “우리나라와 교회가 존망의 고비에 처했습니다. 망국의 소용돌이로 급속하게 말려들고 있는데도 위기를 위기로 알지 못하는 국민이 있습니다. 대략은 알아도 절박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무력감으로 포기 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로 위기 의식을 강조하며 시작했다. 취지문 막바지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및 한미동맹 유지와 경제 회복을 위하여”라는 기도 제목도 있었다.

'한국교회 기도의 날' 순서지 1-4면
'한국교회 기도의 날' 순서지 1-4면

신앙 회복과 정치색이 혼재된 기도회, 그리고 에스더기도운동
기도회는 일곱 가지 순서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순서마다 찬송, 성경 봉독, 기도 제목 낭독과 통성 기도회로 구성되었다. 성경 봉독은 주로 청년이나 대학생 등 비교적 젊은 사람이, 기도 인도는 목회자나 교수 등이 인도하였다. 기도회는 회개, 국가, 북한, 제도와 법률, 교회, 선교, 성도 등을 위한 기도로 각각 진행되었다.

스크린으로 보이는 운집한 사람들. 무대 뒤쪽으로도 비슷한 인파가 몰려 있고, 시청역 근처에도 몇몇 스크린과 스피커가 설치된 곳에 사람들이 모였다.(사진=한국교회연합 유튜브 갈무리)
스크린으로 보이는 운집한 사람들. 무대 뒤쪽으로도 비슷한 인파가 몰려 있고, 시청역 근처에도 몇몇 스크린과 스피커가 설치된 곳에 사람들이 모였다. 사진 중앙은 임영문 운영위원장(한국교회연합기도회 유튜브 갈무리)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늘어나 첫 번째 기도회를 마친 임영문 위원장은 경찰에 “사고가 터지면 경찰이 책임져야 합니다. (펜스를) 치워주시기를 부탁합니다. 다시 한 번 경고합니다. 막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가 반정부 하는 것도 아닌데 뭐 때문에 막습니까? 허락을 받았는데”라며 기도하던 사람들을 일으켜 경찰을 향해 “칸막이를 치워주세요!”라고 외치게 했다. “밀기 전에 치워주세요”, “한 순서 더 하기 전에 안 치워주시면 밀겠습니다”라고도 했다. 이어 두 번째 순서를 진행하며 <두려워 말라>를 찬양했다. 결국 경찰이 펜스를 물려 공간이 넓어졌다. 이후로도 사람들이 더 늘어나자 순서 중간중간 임 위원장이 경찰에 부탁·호소하고 경찰이 길을 넓히는 일이 반복되었다.

'한국교회 기도의 날' 순서지 5-8면
'한국교회 기도의 날' 순서지 5-8면

기도회 인도는 기도회 운영위원이자 인천기독교총연합회 사무총장과 대외총장을 맡고 있는 김길수 목사,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을 역임한 김상용 목사, 경북기독교총연합회 상임회장 신재영 목사 등 목회자들도 있었지만, 에스더기도운동 관련자들도 있었다.

'한국교회 기도의 날' 기도회 주변에 등장한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사진= 평화나무 박종찬)
'한국교회 기도의 날' 기도회 주변에 등장한 태극기, 성조기, 이스라엘 국기(사진= 평화나무 박종찬)

북한 출신인 북한전통음식문화원 원장 이애란 박사는 북한을 위한 기도를, 부산대학교 길원평 교수는 제도와 법률 제정 관련 기도를 맡았다. 길 교수는 특히 동성애에 관한 제도와 법 제정을 막아달라고 기도했다. 에스더기도운동 이용희 대표는 선교에 관한 기도 순서를 맡아 북한, 유럽 교회, 이슬람권과 이스라엘 등을 위해 기도했다. 한겨레는 위의 연재 기사에서 에스더기도운동이 종북 논란·동성애·이슬람에 대한 ‘가짜뉴스’를 유포한다고 보도해왔다.

'한국교회 기도의 날' 순서지 9-12면
'한국교회 기도의 날' 순서지 9-12면

한편 두 번째 순서인 국가를 위한 기도를 맡은 최용준 안수집사는 정치 이념과 신앙을 결부시킨 모습을 보였다. “우리 대한민국이 매우 위험합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사회주의, 공산주의 국가로 가게 하려는 시도를 막아주시옵소서”, “한미동맹이 공고하게”, “대한민국을 적화하려는 자들과 해치는 자들의 모든 계략과 도모가 헛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또한 “국가의 지도자들이 국가안보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해 올바른 이해와 신념을 확고하게 가지게”, “온 국민이 각성하여 공산주의, 전체주의, 사회주의, 종북주의, 주체사상의 실상을 알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주의에 상반되는 사상을 단호하게 배격하며, 지금의 헌법에 기반한 국가관과 안보관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한국교회 기도의 날' 결의문 '나의 믿음과 결의'
'한국교회 기도의 날' 결의문 '나의 믿음과 결의'

기도회를 마치고 낭독한 결의문에는 이번 기도회의 성격이 요약되어 드러나 있었다. 별지로 나눠준 결의문에는 성조기와 태극기가 배경에 그려져 있고, 11번 기도 제목으로 “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 자유시장경제, 한미동생 수호를 적극 지지한다”고 되어 있다.

결의문 낭독을 마치고 기도회 준비위원장이자 대전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김철민 목사의 축도가 이어졌다. 김 목사는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 말씀의 진리, 주님 중심의 진리에 서게 하여” 달라고 기도했다.

광고 시간에 마이크를 잡은 이억주 목사는 “우리와 집회를 달리한다고 해서 우리의 적이 아니다. 다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다르다고 말하지 말고 다 귀하게 여겨주기 바란다”고 전광훈 측 집회를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이 목사는 이어 내년 삼일절에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하였다. 그는 7월 2일 한국교회언론회가 주최한 ‘시국 선언(교회와 정치) 논란에 대한 토론회’에서 사회를 보며 전광훈 측의 대통령 하야 주장이 과했다는 의미의 발언을 한 바 있다.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을 '우국충정', '용감'하다며 추켜세운 한국교회언론회의 6월 성명서에서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전체 순서 막바지에 임영문 위원장은 지난 7월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을 언급하며, 이애란 박사에 성금 1천만 원을 전달하는 순서를 가졌다. 성금은 충북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음태봉 목사가 전달했다. 임 위원장은 “(한국 교회가) 교회만의 교회가 아니라, 이웃을 정말 돌아보고 세상을 위한 교회가 되도록” 축복했다. 축도는 한국원로목회자총연합회 대표회장 김재용 목사가 맡았다.

폐회하며 임영문 위원장은 전광훈 측 집회로 가는 사람들을 향해 “나라를 위해서 기도하고 힘을 합하는” 거라며 기도회 참가자들과 함께 “사랑합니다”를 연호했다. 기도회를 마친 참가자 일부는 전광훈 측 집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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